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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주인장 이야기/Sosciety (not Typo!)

깨진 달걀에 대한 끔찍한 추억

바이오매니아 2009. 8. 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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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깨진 달걀로 빵을 만든 업체에 대한 뉴스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예전엔 파란(깨진 달걀)으로 김밥 속 계란 지단을 만든다는 보도도 있었지요. 그런데 이 뉴스를 보니까 갑자기 예전의 그 고통이 생각나면서 엉덩이가 묵직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제 인생에 가장 고통스러웠던 10분이 아니었을까...

때는 바야흐로 새천년이 시작된 2000년. 일본에서 돌아와서 학교에서 실험실 후배들과 실험을 하던 시절이었죠. 아마 요맘 때쯤의 여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제가 있던 실험실은 두 팀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우리 팀 8명이 점심시간에 학교 앞 분식집에 가서 다 같이 점심을 먹었습니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시간에 반찬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언제나 인기가 있는 계란 말이가 나왔죠. 철도 씹어먹을 젊은 놈들이 허겁지겁 먹다가, 야 이거 맛이 희한하네 새우젓을 넣고 만들었나, 이러고는 밥을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아무 일 없이 학교에 가서 실험을 했죠. 그날은 금요일이었는데 다음 날인 토요일에는 우리 팀원들이 발표를 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저녁까지 남아서 실험들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 9시쯤 되었나, 학교에서 잘 녀석들은 자고 몇몇이 집에 가려고 나와서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한 녀석이 배가 아프다고 그러더군요. 너, 내일 연구발표한다고 꾀병부리는 거 아냐, 이러고 모두 헤어졌습니다.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 앞으로 한 다섯 정거장 정도 남았는데, 정말 갑자기 배가 막 아파오는 것이었습니다. 다섯 정거장 남겨두고 차는 막히고 배는 아프고... 차 안에는 손님이 한 10명도 안되었는데, 도저히 참기가 어려워서 갑자기 벌떡 일어났습니다. 사지를 배배꼬고 핸들을 붙잡고 문 앞에 섰습니다. 문제는 우리 동네는 정거장에 내려도 갈 수 있는 화장실이 없다는 사실...

마지막 두 정거장을 남겨놓고는 정말 죽겠더군요. 자리가 텅텅 비는데 문 앞에 서서 사지를 배배꼬는 저를 보고 사람들이 의아해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한 정거장... 세상에 저는 그렇게 긴 한 정거장을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차에서 내리고 어떻게 집에 왔는지는 기억이 안납니다. 버스 정거장에서 내려서 미친듯이 뛰어서 집에 왔는데... 하필이면 집에 아무도 없는 현실...벨을 눌러도 대답이 없고...T T 

열쇠를 따고 들어가 화장실에 꼴~인... 내 인생에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갑자기 오한이 오고 배가 계속 아프고... 결국엔 새벽 4시에 병원응급실에 택시를 타고 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학교에서 배 아프다고 했던 후배 생각이 나서 학교에서 자고 있을 후배들에게 전화를 했죠. 그랬더니 학교에 있던 후배 중의 하나가 하는 말...

"형, 애들 다 병원갔어요. 난리도 아니에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시간에 대부분 병원에 있었다는... 다음 날 아침의 연구발표시간엔 발표자들이 한 명빼고 다 불참해서 썰렁했다는... 같이 먹었던 8명 중에 한 녀석은 화장실 한 두번 가고 멀쩡해서 모두에게 부러움을 샀고 강철위장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 집단 식중독은 그날 점심에 먹은 계란말이가 상했던 것이었습니다. 그 식당에 가서 항의를 했더니 깨진 달걀 몇개가 있었는데 그걸로 달걀말이를 했다고 하시더군요. 뭐 달걀을 기름에 부치는데 별로 문제가 없지 않겠나, 싶으셨겠죠. 하지만 황색포도상구균 독소는 100도에서 1시간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는다는 사실... 

나중에 보험회사에서 병원비와 위자료 2만원씩을 받아서 그 돈으로 몸보신을 했습니다. 삼계탕을 먹었던가...

여름철에 음식물 주의하세요. 저는 그 이후로 절대 깨진 달걀은 먹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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