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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주인장 이야기/책 영화 음악 그리고

해운대 (2009, 윤제균) ★★★

by 바이오매니아 2009. 8. 12.
눈물을 흘리는 와중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희한한 경험 ★★★

천만 관객을 향해 달려가는 해운대를 봤습니다. 부산에 산 지 며칠있으면 이제 겨우 2년이지만 그래도 왠지 친근한 느낌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느낌은 뭐 위에 쓴 것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막 울다가 말고 웃고, 짠하다가 손발이 오그라들다가... 영화는 해운대인데 포스터에 해운대는 안나오고 광안대교가 나오는 것과 같은 희한한 경험이라고나 할까요. 그래도 기대수준을 한 참 낮춰놓고 봐서 그런지 재미있게 봤습니다. "재난은 거들 뿐"이라는 생각을 갖고 보면 될 겁니다. 

쓰나미는 거들 뿐...


우리나라 영화가 이런 시도를 했다는 데에, 그리고 그 시도가 그렇게 실패는 아니라는 것에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윤제균 감독은 그래도 스토리를 끌고 가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영화를 보고 되짚어 보면 사실 말이 안되는 것이 너무 많거든요. 그렇지만 영화를 보면서는 스토리에 끌려서 넘어갑니다. 

스토리는 재난과 상관없는 만식(설경구)-연희(하지원), 김휘(박중훈)-유진(엄정화), 형식(이민기)-희미(강예원) 이렇게 세 쌍의 사랑이야기입니다. 하나 더 붙이자면 동춘(김인권)-동춘모(성병숙)도 하나의 커플(?)이 될 수 있겠네요. 이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스토리는 형식-희미의 촌놈-서울것의 에피소드들입니다. 물론 그 둘 사이를 훼방놓는 어처구니 없는 70년대 부잣집 양아치 캐릭터가 영 재수없지만요. 게다가 마지막이 조금 억지스러워서 말입니다. (밑의 가린 부분 참조하세요). 

가장 어처구니 없는 캐릭터는 박중훈이 연기한 김휘 박사인데 게다가 박중훈의 연기, 대사 전부 어색합니다. 전반부는 이런 류의 영화에서 과학자가 하는 스테레오타입을 그대로 복습하는데 (왜 과학자는 이렇게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것에 약간의 똘끼를 보이는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하는지...) 쓰나미가 몰려오자 갑자기 박사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아버지로 트랜스폼하는...T T. 그리고 울다가 웃어서 XXX에 털나게 만드는 대사... 


말 나온 김에 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몇 개 모아보면


하지만 영화를 볼 때는 이런 것을 생각할 겨를 없이 보게되므로 그렇게 나쁘지는 않습니다. 보고나서 다시 생각해보면 그제서야 좀 이상하긴 하군, 생각이 나지요. 제가 머리가 나빠서 그럴 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감독의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뭐 따져보면 <딥 임팩트>나 <투모로우>도 말 안되는 것은 꽤 있을테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지요. 많이들 이야기하는 사투리는 꽤 노력들을 했음에도 네이티브 스피커인 이민기나 몇몇 조연을 제외하면 그렇게 성공적이진 않아 보입니다. 사직구장 에피소드도 왜 들어갔는지 잘 모르겠구요. (불쌍한 이대호...T T, 그래도 출연료가 천만원이었다더군요.)

CG는 그 정도면 만족스럽지 않나 싶습니다. 나중에 다시 보면 또 모르겠지만 극장의 큰 화면으로 봤을 때, 역시 바다는 무섭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줍니다. 모두가 칭찬하는 광안대교 컨테이너 에피소드는 재미도 있었고 아이디어도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예고편에서 다 보여줘 버린다는...

지금 기세로는 1000만 관객돌파도 가능해 보이는데 이런 영화에 1000만이 들다니, 라는 탄식도 있는 듯하지만 어차피 관객은 예술작품을 기대하진 않으니까요. 오히려 예술작품에 1000만이 든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 같아요. 막장드라마 시청률 최고인 나라에서 그냥 새로운 시도의 영화를 한 번 보고 싶고 뭐 나름 재미도 있다면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이기대가 나와서 좋았습니다. 제가 부산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 중의 하나거든요. 광안대교 뒷편에서 광안리, 멀리 해운대까지 바라볼 수 있는... 아마 부산에 살지 않았다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장면이지요. 

이기대에서 바라본 광안대교와 마린시티



해운대 사는 녀석의 이야기로는 쓰나미가 올 때 만식과 연희는 달맞이고개 쪽에 있었는데 도망가는 방향은 해운대 시장쪽이었다고 하더군요. 물론 이런 것까지 따지고 볼 수는 없는 것이지만...^^ 아무튼 이 영화 덕에 "해운대 촬영장소"를 힘입은 마케팅도 나름 활발해 질 듯합니다. 


댓글8

  • 각얼음 2009.08.12 18:58

    너무 많이 알고 봐서 그런게 아닐까...
    한심박사님?
    답글

    • 뭘 너무 많이 알고봐서 그렇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각석사님??? ㅋㅋ

    • 각얼음 2009.08.12 22:33

      그러니까...
      세상 돌아가는 이치도 그렇고,
      결정적으로
      해운대라는 영화를 그냥 즐기기엔
      부산을 너무 많이 알아버렸다고나 할까...핫핫

  • 권노을 2009.08.12 22:49

    아직 나이가어려서그런지 이민기가 너무 멋있었어요..
    엄정화가 물이차오르는엘리베이터에서 딸이랑 통화하는장면이랑
    이민기가 좋아하는여자를두고 다른남자를위해 자신을 희생하는장면에서
    눈물줄줄 ..여기저기서 훌쩍거림이 들리더라구요..
    오늘 보러갔다왔는데 정말 친구랑 둘이서 눈이 퉁퉁부었어요..ㅎㅎ
    암튼 한국에서 쓰나미같은 자연재해에대한내용을담은 영화는 흔이 없어서그런지
    새롭고 스릴있었어요..
    못보셨다면 꼭 보시길..^^*
    답글

  •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08.13 11:43

    한심박사님은 느무느무 영화에 너그러우시다니까요...
    답글

    • 이거 각석사님에 이어 옥석사님까지... 웬 학위타령?? (각석사님은 더 좋은 평을 할 지도???)
      저도 shit덩어리라고 하는 영화가 있답니다. 예를 들어 보다가 만 <남남북녀>라든지, <B형 남자친구>, <이대로, 죽을 수 없다>, <형사 공필두> 라든지...

  • Favicon of http://www.koreahealthlog.com BlogIcon 양깡 2009.08.13 11:53

    오~ 저도 보고 싶던 영화라서 흥미 진지하게 읽었습니다. 영화에 여운이 많이 남으니까 이런 저런 아쉬움도 기억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꼭 봐야겠습니다. 특히 재난 매니아라서...
    답글

    • 재난 영화 저도 좋아합니다. 그런 환경에 처해지면 인간의 본모습이 나오죠. 뭐가 진짜 중요한 것인지 알게도 되고...
      그런데 이 영화는 기대치를 좀 낮추셔야 할 겁니다. 재난은 거들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