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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매니아 in 언론/헬스&테이스트(부산MBC)

가을 낙지, 알고 먹읍시다.

by 바이오매니아 2010. 9. 29.
추석도 지나고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가을이 되었는데요.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은 먹을 것도 풍성한 계절입니다. 다산 정약용의 형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 따르면 영양 부족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소에게 낙지 서너 마리를 먹이면 그대로 벌떡 일어나며, 맛이 달콤하여 회나 국, 포를 만들기에 좋다[각주:1]고 극찬을 해놓았는데 그래서 오늘은 가을 낙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1. 가을 낙지 왜 좋은가요?

“봄 조개 가을 낙지”라는 말도 있고 “가을 낙지를 먹으려면 쇠젓가락이 휜다”라는 말도 있다고 하는데요. 보통 낙지는 봄에 산란을 하고 나서 여름을 거쳐 가을에 생육이 왕성하기 때문에 가을에 먹어야 맛이 있다고 해서 가을 낙지가 맛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주꾸미(쭈꾸미라고 발음하지만 주꾸미가 맞습니다만 왠지 짜장면 생각이...^^)의 경우는 산란 전이 더 맛있다고 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낙지와 주꾸미는 산란기가 비슷한데 주꾸미는 봄에, 낙지는 가을이 맛있다고 하지요. 어쩌면 주꾸미는 봄에 주로 잡히고 낙지는 가을에 잡혀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원래 맛있다고 생각하고 먹으면 맛있어지는 법이니까요.  

2. 낙지와 쭈꾸미, 문어의 차이는? 

낙지와 비슷한 문어, 오징어 꼴뚜기, 주꾸미 등은 전부 연체동물이고 생물학적 분류로는 두족류(두족강)라고 합니다. 머리에 다리가 붙어있는 모양이라고 해서 두족류라고 하는데 실제 우리가 머리라고 생각하는 부위는 몸통입니다. 

이 두족류는 십완목(十腕目, Decapod)과 팔완목 (Octopoda)으로 구분되는데 이 완(腕)자는 “완력”할 때의 완자로 팔 완자입니다. 즉 팔이 10개인 것과 8개인 것으로 나누는 것이죠. 그래서 다리가 10개인 십완목에는 오징어, 꼴두기, 한치가 다리가 8개인 팔완목에는 낙지, 문어, 쭈꾸미 등이 포함됩니다. 

낙지, 쭈꾸미, 문어는 모두 팔완목(Octopoda) 문어과(Octopodidae)로 생물학적으로 가깝고 산란기도 5-6월로 비슷합니다. 하지만 문어는 크기가 3m에 이를 정도로 크고 수심 200m 안쪽의 연안에 사는 반면 낙지는 70 cm 내외의 중간 크기이고 보통 갯벌이나 바다속에 구멍을 파고 삽니다. 쭈꾸미는 크기가 더 작고 다리의 길이가 고른 편입니다. 낙지나 문어는 팔 길이가 다른데 특히 첫 번째 다리가 크고 길죠. 

3. 북한에선 오징어가 낙지???

의외이지만 북한에서는 낙지와 오징어를 서로 바꿔서 부른다고 합니다. 북한의 조선말 대사전에는 낙지를 “다리가 10개로 머리 부위 양쪽에 발달한 눈을 갖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고 북한의 수출용 낙지의 포장에는 다리가 10개 달린 우리가 말하는 오징어가 들어 있다[각주:2]고 합니다. 

4. 전세계에서 가장 엽기적인 음식으로 뽑힌 산낙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다큐멘터리 채널인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서 지난 2005년에 방영된 “가장 아찔한 만남(Most Ama

음식 사진은 거의 각얼음님 블로그 에서 무단으로 가져옵니다.

zing Close Encounters)”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한국의 산낙지를 가장 엽기적인 식품으로 소개한 적이 있는데요. 그 이유로 목숨 걸고 먹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실제로 아주 드물지만 산낙지를 먹다가 기도가 막혀서 응급실에 실려 오거나 심하면 사망하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산낙지는 잘게 잘라서 드셔야지 통째로 드시면 낙지 다리의 흡판 때문에 위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산낙지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 보이>에서 최민식씨가 통째로 산낙지를 씹어먹는 장면 때문에 유명해지기도 했는데요. 작년 여름 한 영화전문사이트 '무비폰'이 선정한 '역대 영화속 역겨운 음식 장면 톱 10'(The 10 Most Disgusting Food Scenes in Movies)에서 '올드보이' 속 최민식의 산낙지 먹는 장면이 1위[각주:3]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해외 네티즌들 사이에는 한국에서 산낙지 먹는 체험(?)이 인기를 얻고 있어서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사이트에는 한국에서 산낙지 먹는 동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면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의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5. 낙지의 대명사 세발 낙지는 다리가 3개???

세발낙지는 다리가 3개다, 또는 큰 다리가 3개다, 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세발의 세자는 가늘 세(細)자입니다. 즉 다리가 가느다란 낙지를 세발낙지라고 하지요. 

낙지도 종류가 여럿인데 잡히는 곳에 따라 돌낙지, 물낙지, 뻘낙지로 분류합니다. 돌낙지는 쓴 맛이 나서

수족관 속의 커다란 낙지들

잘 먹지 않는다고 하고 물낙지는 크기가 커서 문어처럼 질기며 그 중에서 가장 많이 먹는 것이 뻘낙지인데 뻘낙지 중에서 다리가 가늘고 작은 낙지를 세발낙지라고 합니다. 질기지 않고 씹는 맛이 좋아서 낙지 볶음이나 연포탕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지요. 

6. 낙지 연포탕 

보통 맵지 않은 낙지 전골을 연포탕이라고 많이 부르는데요. 원래 연포란 맵지 않고 부드럽게 익힌 요리라는 뜻이라고도 하고 낙지를 끓일 때 마치 연꽃처럼 다리가 펼쳐진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아무튼 연포탕에는 낙지가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데 특히 세발낙지를 많이 사용합니다. 

이러한 낙지는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성(性)이 평(平)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기록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낙지는 영양적으로 단백질과 비타민 B2, 칼슘 등 무기질이 풍부하며 지질개선이나 강장효과가 뛰어난 타우린성분이 많아서 기력회복이나 해장으로도 좋다고 합니다. 낙지의 타우린 함량(854mg/100g)은 오징어 (327mg/100g) 보다는 2배 반, 문어(435mg/100g)의 약 2배 정도인데 주꾸미(1579mg/100g)보다는 적습니다. 

7. 낙지 머리에 카드뮴이???

지난 9월 13일에 서울시에서 낙지와 문어 등 연체류들을 수거해서 머리와 내장 내 중금속 함량을 검사한 결과, 13건(낙지머리 9건과 문어머리 4건)에서 카드뮴이 기준치(㎏당 2.0㎎ = 2ppm)를 초과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와서 소비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는데요. 다음날 식약청에서는 안전 기준치를 넘지 않는다고 발표[각주:4]해서 더욱 혼란이 가중되기도 했습니다.

일단 낙지나 문어의 머리에서 카드뮴이 나왔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머리가 아니라 내장부위이고 서울시의 발표는 내장에서만의 카드뮴 농도입니다. 하지만 낙지는 내장이 전체의 9%, 문어는 내장이 전체의 5% 정도 되기 때문에 실제로 내장만 100g을 먹지 않는다면 1건을 제외하고는 다 기준치 이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카드뮴이 이타이이타이병 등을 일으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카드뮴 기준치라는 것이 55킬로 체중의 성인이 카드뮴 2.0ppm 함유 1마리 (약190g)의 낙지를 매주 평생토록 섭취하더라도 안전한 수준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낙지 뿐만 아니라 갯벌에 사는 생물들은 이런 중금속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가급적이면 내장은 제거하고 드시는 것이 더 좋을 듯합니다.

8. 오징어나 낙지 먹물이 좋다고 머리채 먹었는데???

최근에 소위 블랙 푸드가 인기를 얻었고 유럽에서 먹물 스파게티 등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오징어나 낙지 먹물이 몸에 좋다는 이야기가 많이 퍼졌는데요. 오징어나 낙지 먹물 속에 항암성분이 있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만 주 성분은 유멜라닌 (멜라민이랑 헷갈렸던, 멜라닌 색소의 그 멜라닌입니다)이라는 색소입니다. 실제로 다른 블랙 푸드들의 검은색은 안토시아닌 계열인데 오징어먹물의 검정색소는 전혀 다른 물질이죠.

먹물 속의 항암성분은 뮤코다당이라는 물질(대표적으로 일렉신, illexin)인데 먹물을 끈적하게 만들어주는 물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995년 일본에서 발견되어 큰 인기를 끌었으나 그 이후로는 별로 연구가 되지 않아서 아직까지 그 효능이 어떻다고 이야기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 먹물을 좋아하지 않으시는데 굳이 건강을 위해서 먹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카드뮴까지 검출되었는데 차라리 내장을 제거하고 달라고 하셔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식품관련해서 가장 신뢰하는 기자분이 중앙일보 식품전문기자 박태균 기자님인데 이번 논란에 대한 글은 꼭 읽어볼 만 합니다. 각 언론사에 의학전문기자 뿐만 아니라 식품전문기자도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1. 낙지 서너 마리면 병든 소도 벌떡~ (오마이뉴스) 2005-10-10 [본문으로]
  2. 재미있는 수산물 이야기. http://portal.nfrdi.re.kr/bbs?id=stor&flag=pre&boardIdx=50 [본문으로]
  3. '올드보이' 산낙지 신, 美 '역대 역겨운 음식장면' 1위 (마이데일리) 2009.08.30 [본문으로]
  4. 식약지키미 블로그, http://blog.daum.net/kfdazzang/1262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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