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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쫓아 준다는 복숭아

바이오매니아 2010. 8. 31. 22:55
(바쁘다보니 방송 원고를 날림으로 대충써서 블로그에 올리기도 챙피했는데 그냥 오랜만에 하나 올려봅니다.)

7월말부터 초가을까지 가장 많이 나오는 과일이 복숭아인데요. 오늘은 동양에서는 더위와 귀신을 쫓아준다는 과일인 복숭아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1. 제사상에 오르지 못하는 복숭아

제사상에 오르지 못하는 식품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에서 잉어와 복숭아가 대표적입니다. 그 중에서 복숭아는 불로장생, 생명의 탄생, 여성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죽은 귀신을 쫓는 축귀영력(逐鬼靈力, 귀신을 쫓는 염험한 힘이 있다)의 속설이 있다고 옛사람들은 믿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복숭아는 제사상에 올리지 않았다고 하지요. 

사실 우리가 무릉도원이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복숭아는 신선이 먹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고 선도복숭아는 한 번 먹으면 3천년을 살 수 있다는 속설도 있다더군요. 옛날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김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삼천갑자동방삭"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 들어보셨을텐데요. 그 “삼천갑자 동방삭”의 동방삭이라는 인물(전한시대 인물이며 ‘익살의 재사’로 불리웠다고 하죠)은 중국 신화에 나오는 신녀(神女)인 서왕모가 기르는 신령스러운 복숭아 3개를 훔쳐먹고 삼천갑자(18만년)을 살았다고도 하지요. 물론 이런 것들은 설화에 지나지 않지만 그만큼 오래전부터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먹어오던 대표적인 과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나라 곳곳에서 복숭아 재배를 많이 하는데 지난 8월 첫 주에는 전남 순천과 충남 조치원에서 복숭아 축제가 열렸고 그 다음주에는 충북 옥천에서 복숭아 축제가 열렸습니다. 황도가 유명해서 복숭아 마을이라고 불리는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에서는 9월 중순에 복숭아 축제가 열린다고 하더군요. 경상도 지방에서는 대게로 유명한 영덕과 청도가 복숭아로 유명한 곳이죠. 

2. 백도, 황도, 천도... 복숭아의 종류

복숭아의 가장 대표적인 품종인 백도(품종명:미백)은 껍질과 과육 모두 새하얗고 과육이 물렁물렁하며 껍질이 쉽게 잘 까지는 품종입니다. 입 속에서 사르르 녹는 단맛이 강한데 8월 상순부터 중순까지 가장 많이 출하됩니다. 요즘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품종이죠.
 
또한 백도와 비슷한데 흰색에 붉은 색이 약간 섞여 있고 과육이 단단한 복숭아를 월미복숭아라고 합니다. 아삭거리는 맛이 일품이죠.

백도보다 겉이 붉고 과육이 노란 황도복숭아는 보통 9월부터 출하가 되며 당도가 높고 칼로리는 복숭아 중에서 가장 낮습니다. 또한 암예방 효과가 있다는 베타카로틴의 함량이 백도에 비해서 10배 이상 높다고 합니다.  

천도복숭아는 과피(果皮)에 털이 없는 무모종(無毛種), 즉 털이 없는 복숭아를 뜻하는데 크기가 작고, 당도가 상대적으로 낮으며 신맛이 많은 특성이 있습니다. 천도 복숭아도 품종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보통 7월 하순부터 9월까지 여러 품종이 나온다고 합니다. 

3. 복숭아 깎아 먹을까, 그냥 먹을까? 

대부분의 과일들은 과육은 수분과 당분이 많고 껍질에 식이섬유나 무기질, 단백질들이 많기 때문에 껍질채 먹을 수 있으면 껍질채 먹는 것이 더 좋습니다. 수박같이 먹기 어렵거나 맛이 없는 것까지 먹으라는 것은 좀 과하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죠. 

보통 백도나 황도의 경우는 껍질에 털이 있기 때문에 먹으면 입안에서 거친 느낌을 준다고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복숭아를 껍질채 먹으면 과육만 먹는 것보다 다섯배 이상의 섬유소 섭취가 가능하기 때문에 잘 씻어서 껍질채 드시는 것이 영양적이나 건강에는 “조금” 더 낫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껍질 속에 있는 수용성 식이섬유소인 펙틴 성분은 장운동을 활발하게 하는 등 장 건강에 좋고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하지요. 하지만 먹기 싫은 것을 억지로 먹는 것은 정신 건강에 좋지 않으니까 기호대로 드시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4. 복숭아가 니코틴 해독 역할을 한다?

지난 2006년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박광균 교수 연구팀에서 복숭아가 니코틴 해독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를 내 놓아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흡연자들에게 백도와 황도를 먹였더니 흡연 후 배출되는 니코틴 대사산물이 늘어났다는 연구결과입니다. 그만큼 니코틴 분해가 잘 되었다는 것이죠. 또한 쥐를 가지고 한 실험에서도 복숭아 추출물을 먹은 쥐에서 니코틴 대사산물량이 늘었다고 하여서 복숭아의 성분이 니코틴을 해독하는 작용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담배피우고 복숭아 먹는 것 보다는 안피우는 것이 좋습니다.

복숭아는 이외에도 비타민 C의 함량은 사과보다 조금 높은 편이며 황도같은 경우는 베타 카로틴 등의 항산화능력이 뛰어나서 노화예방이나 암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편입니다. 복숭아는 아무리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래서 환자들에게 많이 사가지고 가는 과일 중의 하나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너무 많이 먹으면 유기산이 소화를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5. 복숭아 통조림

복숭아는 쉽게 무르기 때문에 보관이 쉽지 않은 과일인데 때문에 과거에는 제철이 아닌 경우에는 주로 통조림으로 만들어서 이용을 했습니다. 문제는 통조림의 경우는 온도를 높여서 살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비타민 등의 파괴가 많다는 단점이 있고 당 시럽을 충진하기 때문에 칼로리는 두 배 정도 높아집니다. 

몇 년전에 방송에서 통조림을 만들 때 염산이나 수산화나트륨과 같은 유독물질을 이용해서 과피를 제거한다고 해서 건강에 안 좋은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있었는데요. 복숭아 과피 성분인 펙틴은 알칼리 물질인 수산화나트륨에 잘 녹아서 소위 알칼리 박피법으로 껍질을 제거합니다. 하지만 충분한 세척으로 유해한  성분들은 다 제거가 되므로 그 성분이 남아서 유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하겠습니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비타민 C등이 많이 파괴되는 것이 더 문제지요. 그래서 최근엔 뜨거운 물로 껍질을 벗기는 열수박피법을 사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6. 복숭아 알러지 때문에 못먹어요.  

식품 알러지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알러지의 하나가 복숭아 알러지인데요. 과거에는 알러지 환자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다른 알러지들보다 많이 나타나지는 않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만 (알러지 유발 5대 식품에서 빠졌죠) 복숭아와 접촉만 해도 피부가 부어오르거나 가려움증을 겪는 경우(contact urticaria)가 있습니다. 먹어서 생기는 oral allergy syndrome (OAS)도 있구요.  

복숭아 알러지는 과피의 털에 있는 단백질에 의해서 주로 생기고 드물게 과육을 먹는 경우에도 생기기도 하는데 가공을 한 경우는 알러지 증상이 안생기는 경우도 있으므로 확인을 해보시고 알러지 반응이 생기는 분들은 피하시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알러지는 개인의 특이체질이기 때문에 그걸 가지고 복숭아가 안좋다고 생각할 이유는 없겠죠.

7. 복숭아는 차갑게 먹지 마라?

앞서 말씀드린대로 복숭아는 저장성이 안 좋아서 보통 수확 직후에 대부분 다 출하를 하는데요. 다른 과일과 달리 냉장 저온(5도 이하 0도 부근)에 저장을 하면 저온장해(woolness)를 일으키는 과일입니다. 저온장해란 저온에 과일을 보관하면 과즙이 적어지고 조직감이 나빠지는 것을 뜻하는데 특히 백도가 심합니다. 

하지만 과일은 시원하게 먹을 때 단맛을 강하게 느끼기 때문에 복숭아를 사가지고 와서 보관할 때는 10도 내외의 서늘한 곳에서 보관하다가 먹기 몇시간 전에 냉장고에 두어서 먹는 것을 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귀찮아서 잘 하지 않게되죠.^^)

복숭아는 과육이 연해서 다양한 음식에 이용하기가 좋은 과일인데요. 푸딩이나 아이스크림, 요거트, 화채에도 이용하고 잼이나 젤리을 만들기도 좋습니다. 요즘 날씨 때문에 가격이 좀 비싸지만 제철 과일을 즐겨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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