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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 HUS) 논란을 바라보며

바이오매니아 2017. 7. 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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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기 저기서 용혈성요독증후군(HUS, Hemolytic Uremic Syndrome), 소위 '햄버거병'에 대한 뉴스와 관련 의견들이 들려옵니다. 먼저 어린 아이가 아프다는 것 자체가 너무 안타깝고 원인이 잘 밝혀지길 바랍니다. 하지만 이런 식중독 사건의 원인을 밝히는 길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관심을 많이 받는 기사가 하나 있습니다. "HUS가 햄버거병이 아닌 까닭"이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를 보고 여러 식품 또는 의학 관계자들이 이번 사건이 햄버거 때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SNS에서 하고 있기도 합니다. 저는 시간을 갖고 면밀히 조사해보지 않고는 그 원인을 모른다는 입장이지만 이 기사에서 이야기한 2011년 독일의 HUS 사례는 이번 국내 사건과 다른 케이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즉 독일의 사례를 보면 HUS가 꼭 햄버거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은 맞지만 그렇다고 이번 국내 사건이 햄버거 때문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성급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관련한 몇가지만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1. HUS를 햄버거병이라고 부르는 것은 타당한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저는 이 병을 '햄버거병'이라고 부르는 것, 그리고 햄버거를 먹네 마네 하는 논쟁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햄버거병'보다 훨씬 더 많은 사상자가 많이 나는 비브리오 패혈증을 어패류병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주로 닭고기 먹고 걸리는 캠필로박터 식중독을 닭고기병이라고 부르지도 않고 미국에선 시금치로 인한 식중독도 흔한데 시금치 병이라고 부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왜 오염된 햄버거 패티를 먹고 생겼던 병은 햄버거 병이라고 부르는 것일까요? 아마도 햄버거는 정크 푸드, 라고 낙인이 찍혀 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낙인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사실 HUS는 꼭 덜 익은 햄버거 패티 때문에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HUS는 장출혈성 세균에 오염된 식품 어느 것이나 먹고 발생할 수 있는 질병입니다.


2. HUS는 O157 대장균 때문에 생기는가?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장출혈성세균 중에 장출혈성 대장균(EHEC) O157:H7이 제일 유명하긴 하지만 EHEC가 O157:H7만 있는 것이 아니고 매우 다양한 종류가 존재합니다. 윗 기사에서 언급한 독일의 대규모 식중독은 EHEC O104:H4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꼭 대장균이 아니라 Shigella dysenteriae와 같은 다른 세균에 의한 HUS도 있습니다. 즉 HUS라고 다 O157 식중독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참고로 2011년 독일의 사례는 이전에 발생한 식중독과는 여러가지 면에서 양상이 다릅니다. Improving Food Safety Through a One Health Approach: Workshop Summary을 참고해서 살펴보면 감염자들의 나이가 많습니다. 보통 장출혈성대장균 감염과 HUS는 어린 아이들에게 주로 발생하는데 독일 사건은 90% 이상이 어른들에게서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과거 독일의 케이스는 이번 사건과는 다른 원인일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합니다.  



2011년 독일 사례


3. 햄버거를 먹고 두시간 만에 설사를 했으니 햄버거 때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윗 기사에서 제일 걸렸던 것은 "HUS의 원인균인 O-157에 감염되면 3∼8일의 잠복기가 지나야 증상이 나타난다."는 구절이었습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식중독은 먹자마자 바로 문제가 일어나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꼭 며칠씩 잠복기가 필요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번 사건이 O157 식중독인지도 불명확하구요.


사실 이번 사건의 최초 보도는 KBS에서 했던 "햄버거 먹고 신장장애 2급…맥도날드 “책임 없다”"는 기사같은데 그 보도를 보면 대충 시간대별 사건 전개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보도는 6월 20일자23일 수정된 것 두 개가 있고 지금은 정확한 사건 전개 시간이 나와 있지 않습니다. 아마 초기 보도때 아이가 아픈 경과와 증상에 있어서 정확하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제 기억과 기사를 통해 추정해보면 작년 9월 25일 늦은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었고 두시간 쯤 지나서부터 배가 아프다고 했고 다음 날(26일) 아침에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았고 또 하루 지나서(27일) 변에 피가 섞여 나왔고 28일 새벽 대학병원을 찾았다는 것입니다. 즉 두시간 만에 혈변이 나왔다거나 설사를 했다는 이야기는 명확하지 않고 그걸 갖고 햄버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오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런 사건은 시간대별 경과가 매우 중요하므로, 그 부분을 정확하게 기록하고 보도했어야했다는 것입니다. 아마 햄버거를 섭취한 시간과 의료 기록이 있을테니 그건 명확하겠지만 사실 언제부터 아팠다는 부모님의 진술은 기억에 의존하기 때문에 오락가락 할 수도 있겠죠. 그래서 이런 것을 기사화할 때는 그 부분을 명확하게 해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4. 300명이 먹었는데 한 아이만 아플 수는 없다?


이것도 역시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 패티 하나만 보관이 잘못되어 있었든지 혹시 하나가 혼자 떨어져 나와 있었는데 그냥 같이 조리를 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햄버거 때문이 아닐 가능성도 있구요.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전부 가정입니다. 제가 그걸 조사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조사하시는 분들이 더 명확하게 잘 하시겠죠. 다만 불명확한 언론 기사 내용만을 갖고 회사 잘못이다, 아니다 라고 논쟁(?)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매번 하는 이야기지만 정말 위험한 음식은 햄버거나 어패류가 아니라 위생적으로 생산, 유통, 보관, 조리하지 않은 모든 식품입니다. 



사실 식중독과 관련해서 저는 아픈 추억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포닥 때 저희 연구실 아이들 8명 정도와 함께 학교 앞에서 점심식사를 했는데, 단체 식중독에 걸렸습니다. 깨진 달걀로 만든 계란말이를 먹고 8명 중 7명이 병원 신세를 졌었죠. 그 때도 배가 아픈 시간들이 다 달랐습니다. 가장 빠른 친구는 서너 시간 뒤부터, 가장 늦은 친구는 다음 날 새벽에, 심지어 병원에 가지 않은 학생도 1명 있었죠. 그래서 그 친구만 그 다음 날 아침의 랩미팅에 참석하고 나머지는 전부 병원에 있었다는...ㅠㅠ 그렇지만 사실 성인들의 경우 대부분의 식중독은 그냥 하루 이틀 설사하고 낫기 때문에 그 원인 식품과 원인균이 뭔지를 명확하게 밝히기가 어렵습니다. 저희는 다행히 단골 식당 아저씨가 순순히 자백을 하셔서 원인을 알았지만요. 


아무튼 이번 사건의 원인이 잘 밝혀지고 아이도 건강을 되찾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쉽지는 않을 듯합니다만 그래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줄 요약


1. 사건의 보도는 정확해야 한다. (초기 보도는 언제나 오류의 가능성이 있지만)

2. 보도 내용만 갖고 책임 소재를 따지긴 어렵다.

3. HUS를 햄버거병이라고 부르는 것은 엉뚱한 논쟁만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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