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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은, 오스카 수상 소감-제이미 리 커티스

바이오매니아 2023. 3. 1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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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상식 수상 소감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미리 알려 주고 하지 않는 시상식이요. 좋아하는 사람이 상을 받으면 수상 소감을 꼭 찾아보는 편입니다. 수상자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더라도 주요한 시상식, 특히 영화 시상식 수상소감은 자주 찾아봅니다. 

 

아마 제가 가장 많이 돌려 본 수상소감은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소감이었을 겁니다. 특히 감독상 수상할 때 마틴 스콜세지와 퀜틴 타란티노 감독님 언급한 것, 그리고 텍사스 전기톱으로 오스카 트로피를 자르고 싶다는 이야기 등 그의 재능이 드러나는 장면은 상을 받은 것 이상의 멋짐폭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전에 각본상과 국제영화상을 받아서 배우나 제작사에 감사할 필요가 없어 시간이 넉넉했지만요. 

 

 

아마 봉준호 감독 이외에도 화제가 되었던 수상 소감이 많이 있지만 (유튜브에 레전드 수상소감을 검색해 보시길),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제이미 리 커티스의 수상소감은 독특한 의미에서 잊지 못할 수상 소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수상자들은 소감을 말할 때 고맙다는 말을 하는데 제이미 리 커티스는 한 번도 "Thank you"라는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대신 이번 영화에 함께한 감독, 배우, 크루들, 매니저와 소속사 식구들, 가족들(남편에겐 "my beautiful husband"라고 ㅎㅎ), 심지어 지금까지 함께 영화를 찍고 만드는 걸 도와줬던 수백, 수천, 수십만의 사람들 모두에게 전하는 말은 고맙다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받은 거야 (We just won an Oscar together)"라는 말을 하다니 고맙다는 말보다 훨씬 감동적 아닌가요? 

 

2023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자 제이미 리 커티스의 수상소감 

수상 소감 맨 마지막에, 아카데미 후보에 각각 올랐던 부모님을 언급하면서는 "I just won an Osacr"라고 울먹였는데, 아마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제이미 리 커티스의 어머니는 그 유명한 히치콕 영화 <싸이코>의 여주인공 자넷 리(Janet Leigh)이고 아버지도 <뜨거운 것이 좋아>의 토니 커티스 (Tony Curtis)로, 부모의 못다한 꿈을 이룬 감격과, 그간 느껴왔던 엄청난 배우들을 부모로 둔 부담도 있었을 것 같구요. 

 

어머니 자넷 리(좌)와 아버지 토니 커티스 (우, 하단 좌측)

 

예전에 수상소감을 감격형(놀라서 계속 우는 사람), 설교형 (감사의 말보다 하고 싶은 말 하는 사람), 나열형 (이런 기회는 다시 없으니 일단 고마운 사람 이름을 다 언급하는 사람), 무대형 (하나의 퍼포먼스로 만드는 사람) 등등으로 나누었던 적이 있는데, 어떤 형이 되었든 진솔한 자기 마음을 잘 표현하는 소감이 좋은 것 같습니다. 

 

기쁨에 공중부양하신 제이미 누님 (from Variety twitter)

 

끝으로 땡큐를 가장 많이 한 것 같은 수상소감으로 마칩니다. 예전엔 이 소감을 보고서는 영어를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뭐 자기 일만 잘하면 되지, 이렇게 생각합니다. 영어야 부차적인 것이겠죠. 

 

2009년 단편 애니메이션 부분 수상자 카토 쿠니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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