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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김장하 선생님과 "줬으면 그만이지"의 문형배 헌법재판관님

바이오매니아 2023. 2. 1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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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즘 제가 오래 믿었고 지켰던 가치들이 정말 맞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위의 말은 최근 황망한 일을 당한 선배님께 내놓았던 제 고민이었습니다. 그 선배님은 본인이 믿는 가치를 따라 멋지게 제 2의 인생을 살아 오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공동체는 물론이고 가족까지 파편화된 요즘에 함께 사는 사회를 꿈꾸시는 분이죠. 그 때 그 선배님이 김장하 선생님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얼마 전 소셜미디어에서 몇차례 스쳐 갔던 분이죠. 이젠 누구의 이야기도 의심스레 듣는 저는, 그 분이 그렇게 많은 돈을 남 돕는데 썼다면, 일해서 번 것이 아니라 부동산을 많이 사뒀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더랬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창피한 일인지...ㅠㅠ)

며칠 후 밤 늦게 아내와 함께 유튜브에 있는(지금은 비공개로 전환된 듯) 김장하 선생에 관한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 1, 2부를 몰아 봤습니다. 평소 잘 시간이 훨씬 넘었는데 아내도 옆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같이 봤습니다. 김장하 선생님은 안보이는 곳에서 씨를 뿌리신 분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안보인 것이 아니라 제가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없다고 생각한 것인 듯 싶었습니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는 갈라디아서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경남MBC의 어른 김장하 포스터


머리 아픈 일이 많은 요즘, 계속 저를 사로잡고 있는 것은 <어른 김장하>의 잔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말에 김주완 기자의 <줬으면 그만이지> (피플파워 출판사)를 사서 단숨에 다 읽었습니다. 그 책에는 <어른 김장하> 속 에피소드들이 거의 다 담겨 있었지만, TV에 나오지 않은 이야기들도 꽤 많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제 눈길을 끈 것은 문형배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줬으면 그만이지 (김주완, 피플파워)


김장하 선생님 덕분에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마칠 수 있었다는 문형배 판사님은 <어른 김장하> 1부 초반에 잠깐 울먹거리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으로 나오시고는 1, 2부 내내 다시 등장하시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른 김장하>를 다 보고 나서 문형배 판사님과 같은 분을 좀 더 인터뷰했으면 좋았을텐데, 라고 아내와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인터뷰에 여러 교수나 사회운동가들이 등장하시지만, 헌법재판관까지 되신 분의 눈물의 의미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어른 김장하 속 문형배 헌법재판관님 등장 장면


그런데 <줬으면 그만이지>를 읽다가 왜 문형배 헌법재판관님이 <어른 김장하>에 등장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본인이 블로그에 쓴 글과 깜짝 생일축하 파티의 영상이 있는데, 그 이상 자신이 부각되는 것이 싫다는 이유였다고 합니다. 그 부분을 읽고 났더니 뭔가 퍼즐이 맞춰지는 것도 같고 이 분도 "김장하 꽈"의 인물이구나, 싶었습니다.

 

줬으면 그만이지 속 인터뷰 거절 부분


나이가 들수록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에 쉽게 화를 내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자신의 의를 드러내지 않고, 가운데 자리를 탐하지 않기가 쉽지 않구요. 맥락은 조금 다르지만 야고보서에 나오는 "많이 선생이 되지 말라"는 말씀도 아마 그런 것을 경계하라는 것과 통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무튼 <줬으면 그만이지>에는 다큐에 소개되지 않은, 문형배 판사의 이야기가 길게 나옵니다. 특히 인사청문회에서의 인사말과 국회의원들과의 질의 응답이 인상적인데, 그 장면을 아무리 찾아도 영상을 발견하기 힘들더군요. 다행히도 당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의 질의가 유튜브에 남아 있어서 조금만 가져와 봅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 재판관 인사청문회 - 박지원 의원 질의

위 동영상을 보면 아시겠지만 당시 인사청문회에 제출한 문형배 판사의 전재산은 7억 미만, 그것도 부모님의 것까지 신고해서 그렇고, 본인 부부의 재산은 4억 정도 였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헌법재판관이 끝나고 은퇴를 하면 영리를 위한 변호사 활동은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는데 이런 훌륭한 이야기는 뉴스에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당시 나왔던 뉴스들은 쓸데 없는 정쟁과 이념 논쟁 뿐이라는 것이 슬프더군요. 아마 김장하 선생님도 문형배 판사님도 이런 공치사(?)를 원하시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배고파서 800원 횡령한 버스기사는 유죄이고 50억 퇴직금 받은 국회의원 아들은 무죄라는 한탄이 자주 들리는 요즘,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장면이었습니다.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서, 요즘 많은 혼란을 느끼고 있던 중에 <어른 김장하>와 <줬으면 그만이지>는 제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과연 이런 분들의 선순환으로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오래 전부터 제 주변의 여러 훌륭한 분들이 "나부터 잘 하자"라고 이야기해 왔고, 그걸 실천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분들도 많았는데, 그래서 우리 사회는 아름다워진 것일까요? 물리적인 폭력이나 독재에서는 벗어났어도 오히려 돈과 "자아"의 노예가 되어가는 건 아닐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뭘 해야 할까요? 이젠 그 답을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대체 50이 넘어서도 인생의 답을 찾아 다닐 거라는 것을 왜 선배님들이나 선생님들이 이야기해주지 않으셨나요? ㅎㅎㅎ

추신) 마지막으로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문형배 판사님이 티스토리 블로거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블로그에는 위 문자에 나온 "선순환이 되면 공동체가 아름다워진다"라는 글이 있고 거기에 김장하 선생님과의 인연이 나와 있습니다. 게다가 많은 독서일기도 있어서 어제부터 틈틈이 읽는 중인데, 참 재미있습니다. 블로그도 여러분께 추천드립니다. <줬으면 그만이지>도 사 보시구요!ㅎㅎ

선순환, 하면 생각나는 영화 Pay it for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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