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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사이언스

천고마비 : 가을엔 살이 찌나?

by 바이오매니아 2008. 10. 28.

가을입니다. 가을치고는 너무 덥다고 했는데 어제는 비가와서 오늘은 하늘도 너무 깨끗하고 기온도 평년기온으로 내려간다고 하는군요. 보통 이럴 때 하는 말들이 있죠. "천고마비"

1. 천고마비, 가을은 말이 살찌는 계절?

천고마비라는 말은 두심언이라는 사람의 시에서 나온 말로서 두심언은 유명한 당나라의 시인 두보의 할아버지라고 하는군요. 이 시는 당나라때 흉노족을 막기위해서 북방에 가서 나라를 지키는 두심언의 친구인 소미도라는 친구를 그리며 쓴 시라고 합니다. 

雲淨妖星落(운정요성락) 구름은 깨끗한데 요사스런 별이 떨어지고
秋高塞馬肥(추고새마비) 가을 하늘이 높아지니 변방의 말이 살찌는구나
馬鞍雄劍動(마안웅검동) 말 안장에 의지하여 영웅의 칼을 움직이고
搖筆羽書飛(요필우서비) 붓을 휘두르니 격문이 날아온다. 

그런데 원문을 보면 추고새마비, 그러니까 가을 (하늘이) 높고 변방(塞)의 말이 살찐다, 라고 되어있습니다. 즉 이 글의 말은 변방의 말, 즉 흉노족의 말이죠. 보통 흉노족은 겨울을 대비해서 가을에 중국 한족을 자주 침범했고, 그걸 위해서 말을 여름부터 잘 먹였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말이 살이쪘다는 것이죠. 따라서 이 시에서 가을의 의미는 흉노족이 침입하는 시기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름다운 가을을 나타내는 말로 쓰임새가 좀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말이 살찐다는 가을에 사람도 살이 찐다고 많이들 생각합니다. 과연 사람들도 가을에는 정말 살이 찔까요?  그래서 오늘은 살이 찌고 빠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 이를테면 "살의 과학"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2. 살은 왜 찔까?


일단 살은 왜 찔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부인할 수 없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는 먹어서 흡수하는 칼로리가 소비하는 칼로리보다 많으면 살이 찝니다. 너무나 간단하고 당연한 이유지만 여기에는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먹어서 흡수하는 칼로리에는 소화율의 개념, 식품 구성성분(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의 비율, 함께 먹으면 흡수가 촉진되거나 지연되거나 하는 문제, 조리 방법에 따른 칼로리의 차이 등등이 있구요. 칼로리를 소비하는 문제는 운동 (유산소 운동 vs 무산소 운동), 활동량, 호흡률, 기초대사량 등등의 변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변수들이 위의 대 명제, 먹어서 흡수하는 칼로리가 소비하는 칼로리보다 많으면 살이 찐다는 사실을 거스리지는 못합니다.


3.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 혹은 물을 많이 마시면 살이 빠진다, 이런 이야기는  원칙적으로는 사실이 아니지만 물이 소화 흡수를 도와서 영양섭취를 늘려 흡수하는 칼로리를 약간 높여줄 수는 있고, 또는 체내 노폐물 배출을 도와서 인체 대사에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요. 그렇지만 그런 물의 영향은 정말 미미할 정도의 수준이고, 오히려 몸 속에 물이 잡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짜게 먹으면 얼굴이 붓는 것처럼 말입니다.


4. 살이 찐다는 것은 무엇일까? 영양분의 저장


살이 찐다는 것을 생화학적으로 설명하자면 과잉의 영양성분 (흡수한 것 중에서 소비하고 남은 것)을 몸 속에 저장하는 것입니다. 생물체는 당장 필요한 영양성분 이상의 영양소가 몸에 들어오면 나중에 부족할 때를 대비해서 몸 속에 그것들을 저장합니다. 그런데 사람에게 있어서 그 저장 물질은 탄수화물(글리코겐)과 지방입니다.

저장 탄수화물인 글리코겐은 식물의 전분 (녹말)과 유사한 물질로서 근육과 간에 주로 저장되는데, 영양소가 부족하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물질입니다. 그래서 그 양도 그렇게 많지 않고 저장되었다가 사용되었다가를 반복합니다. 문제는 이 글리코겐은 몸 속에서 물을 머금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글리코겐 1그램은 물 3그램과 결합하여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통 살이 찐다는 것은 지방이 늘어난 것을 의미하게 됩니다. 배둘레햄이라고 부르는 뱃살, 각 종 부위의 군살 등등엔 지방이 쌓여있습니다. 그래서 체지방을 빼야 진짜 다이어트다,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아시겠지만 지방은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자기들끼리 뭉쳐서 지방세포 (adipocite)에 저장을 했다가 유사시에 이용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탄수화물과 지방의 대사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은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라고 하는데, 이 호르몬은 혈당이 높으면 글리코겐을 합성할 뿐만이 아니라 지방 합성과정도 촉진합니다. 그래서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가 지방을 만들 수 있지요. 반대로 혈당이 낮으면 에피네프린과 글루카곤이라는 호르몬이 그 반대의 작용을 해서 몸속에 축적된 글리코겐과 지방이 분해되어 에너지로 사용되는 것입니다.

그에 비해 3대 영양소의 다른 하나인 단백질은 영양소로는 우리 몸속에 저장되지 않습니다. 단백질이 분해되면 아미노산이 되는데 이 아미노산은 영양소로 사용되거나 근육이나 모발과 같은 신체조직을 만드는데 사용되고 남는 것들은 대부분 배설해 버립니다. 여기에서 착안해서 나온 다이어트가 소위 황제다이어트 (앳킨스 다이어트)입니다. 


5. 살은 어떻게 빠지는가?


보통 살이 빠지는 것은 이렇게 저장되었던 물질 (글리코겐과 지방)이 분해되어 사용되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므로 몸에서 글리코겐과 지방을 분해하고 사용하려면 에너지 소모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 생활로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수 없고 그래서 운동이 필요한 것입니다. 운동하지 않고 살을 빼는 방법은 적게 먹는 것 말고는 거의 없습니다. (코카콜라에서 나온 엔비가와 같은 calorie burning" 음료가 있었지만...)

중요한 또 하나는 운동을 통해 글리코겐과 지방이 분해될 때 글리코겐이 먼저 분해되고 지방이 나중에 분해된다(실은 둘 다 되지만 글리코겐의 분해 속도가 빠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방을 분해시키려면 운동을 최소 30분 이상 해야하고, 올해 7월에는 68분 이상 운동을 해야 효과적이라는 논문이 나왔었습니다. 15분씩 4번 하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고 한 번에 1시간 정도가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복잡한 내용이 있는데 http://www.mabari.kr/32를 참고해주세요.) 게다가 글리코겐은 앞선 말씀드린대로 물을 머금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방이 분해되지 않고 400그램이 빠졌다면 300그램은 물입니다. 이건 금방 다시 회복되지요. 하지만 지방은 물이 없기 때문에 지방을 분해하는 것이 진정한 다이어트이고 건강에도 좋은 것입니다. 



6. 그래서 사람은 가을에 살이 찌나요?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볼까요? 가을에 말이 살이 찌는지 아닌지는 사실 논문으로 확인해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계절과 사람의 몸무게, 영양섭취에 대한 논문은 꽤 있습니다. 그 중에서 최근 2006년에 나온 논문을 보면 5-6월에 영양섭취가 가장 적고 점점 식사량이 늘어서 11월 말 즈음에 최고로 영양섭취를 합니다. 하지만 그 반대로 활동량은 6월 29일 즈음이 제일 많고 점점 적어져서 12-1월이 가장 적습니다. 그러므로 가을부터 영양섭취가 많아지고 활동량은 적어지므로 약간 몸무게가 늘기 시작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 증가분은 미미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은데, 여름에 활동량이 늘어나는 것은 서양의 경우 긴 휴가 시즌이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영양섭취가 늘어나는 것은 명절이나 이런 요인들이 있습니다. 11월 말은 미국에선 최고의 명절인 추수감사주일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경우와는 많이 다르지요. 우리는 초가을에 추석이 있고, 더운 여름에는 오히려 더 활동을 안하기도 합니다. 오히려 가을부터 산에도 다니고 그러므로 활동량이 우리와 조금 다를 수 있죠.

아무튼 다이어트는 무엇보다 본인의 의지가 제일 중요합니다. 세상에 수 많은 다이어트법이 있는데 제가 본 것 중에는 "혈액형 다이어트"가 가장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 같고, 나머지는 나름대로의 근거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밥을 굶거나 이뇨제를 사용해도 살은 빠집니다. 하지만 이뇨제를 복용했다가 사망한 어느 운동선수의 뉴스도 있었던 것처럼 살을 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작 중요한 것은 그게 본인의 건강을 해치지 않고 더 건강하게 되기 위해 살을 빼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음 주에는 그럼 어떻게 살을 빼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Seasonal variation in food intake, physical activity, and body weight in a predominantly overweight population


댓글3

  • 김현중 2008.10.29 10:21

    다른 독자분들을 위한 덧글.

    영수증 있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운동은 반드시 땀을 흘리며 30분 이상'이라는 얘기를 오래 전 대학원 강의에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요는, 최소 30분 이상 죽어라 뛰어다니며 땀을 흘리는 유산소운동을 해야 체내 혈당이 모두 소진되어 에너지원을 보충하기 위해서 몸이 글리코겐이나 지방을 분해하기 시작한다는 거죠. 물론 밥을 먹고 얼마나 있다가 운동하느냐에 따라 혈당 소모 속도나 잔존 혈당량이 모두 다르겠지만, 주인께서 말씀하셨듯 '과연 살은 어떻게 해야 빠지느냐'에 대한 고민의 출발점으로 여겨도 될 듯합니다.

    좀 더 실용적인 얘기로 넘어가자면, '물만 마셔도 살 찌는 체질'은 대개 기초대사량이 낮아서 동일한 양의 칼로리를 섭취해도 기초대사량이 높은 사람에 비해 덜 쓰고 많이 남겨 그게 다 살로 갑니다. 체내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곳은 바로 '근육'이어서 몸에 근육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기초대사량이 증가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몸에 근육을 최대한 많이 만들고 (근육 형성이 잘 안 되는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좀 불리한 부분이죠), 30분 이상 땀을 뻘뻘 흘리며 유산소운동을 하면서 먹는 칼로리와 소모된 칼로리를 적당히 조절하면 단기간에 기대 이상의 체중 감량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론상 그렇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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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중 2008.10.29 10:25

    가을에 살찐다,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아주 오래 전부터 내려온 얘기라면, 뭐, 계절 내내 먹을 게 별로 없다가, 가을이 돼서 곡식도 익고, 추수도 하고, 과일도 따먹고, 추석이네 뭐네 하면서 열심히 먹다가 살이 찐 게 아닐까 합니다. ㅡ.ㅡ 외국에도 '천고마비'같은 구전성어가 있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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