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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슨 만델라의 나라, 남아공 케이프 타운 여행기 (1)

바이오매니아 2009. 1. 1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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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시기 : 2008년 9월 4일-11일)

2008년에 가장 독특한 경험이었다면 무엇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다녀온 것입니다. 국제극한미생물학회가 남아공 케이프타운 근처의 서머셋 웨스트에서 열렸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에서 케이프타운에 가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홍콩에서 남아공항공을 갈아타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싱가폴에서 싱가폴 에어라인을 타고 가는 것입니다. 전 싱가폴에서 갈아타는 것을 선택했고 싱가폴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했었지요.

남아공은 아래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아프리카 제일 남쪽에 위치하고 있고 케이프타운의 희망봉 (Cape point)이 아프리카 대륙의 끝이라고 합니다만 사실 최남단은 동남쪽으로 더 가면 나오는 케이프 아굴라스라고 합니다. 정확한 지도가 없을 때 헷갈린 것이라고 하지요 .

남아공 케이프타운 근처 지도입니다. 보통 아프리카 맨 끝이라고 하죠.(실제는 아니지만)


그래서 사실 남아공은 매우 추울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남반구는 여름, 겨울이 우리랑 반대이기 때문에 9월이면 겨울이 끝날 무렵인데 남극이랑 가까운 동네니까 걱정이 많았죠. 그런데 생각보다 아프리카 최남단은 위도 상으로 그렇게 남쪽이 아니더군요. 아래 그림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호주 시드니랑 비슷한 위치고 부에노스 아이레스보다 오히려 더 북쪽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렇게 춥지는 않았습니다.

케이프타운이 남극에 가까울 정도로 남쪽일 것이라는 제 착각이었습니다.


남아공은 넬슨 만델라로 유명한 곳이죠. 아파르트헤이트(아프리칸스로 "분리"라는 뜻으로 흑백분리정책)로 오랜동안 비난을 받았었으나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면서 조금씩 그 상처를 치유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어보이기는 합니다. 얼마전 읽은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에 보면 남아공의 공식적인 실업률이 26-28%로 세계최고 수준이라는 대목이 있더군요. 빈부격차도 매우 크다고 하고 치안도 썩 좋지 못하다고 합니다. 영화배우 김태희씨가 CF촬영을 위해 왔다가 강도를 당했던 유명한 일화가 있죠. 정말 케이프타운 공항에서 학회장소로 가는 그 긴긴 도로의 오른쪽에는 옛날 우리나라의 판자집들이 수도 없이 길게 늘어져 있었습니다. 

정말 끝도 없이 펼쳐져있는 판자집


하지만 경관이 좋은 동네에 가면 상황은 정반대로 바뀝니다. 테이블 마운틴 뒷쪽의 바닷가에는 그야말로 휴양지 분위기 물씬나는 집들이 빼곡이 들어서 있더군요. 영화 <리셀 웨펀2>에서 남아공대사가 살던 절벽 근처의 집 (거긴 미국이었지만)하고 분위기가 비슷한 집들 말입니다.

판자집만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일주일 머물면서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남아공하면 만델라라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만난 사람들은 주로 백인들이어서 만델라에 대한 이야기를 대놓고 많이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2층버스를 타고 시내투어를 했더니 여기저기 만델라의 손길을 느낄 수 있더군요.  
 

생각보다 싸고 하루 종일 타고 내렸다를 반복할 수 있는 투어 버스. 빨강과 파랑 노선이 두개입니다.


넬슨 롤릴랄라 만델라 (Nelson Rolihlahla Mandela)는 1918년생으로 올해 나이 90입니다. 흑백갈등이 극심했던 시절 반역죄로 종신형을 선고 받고 26년 동안 케이프타운 앞에 있는 로빈 아일랜드의 감옥에 갇혀있었습니다. 

우측 상단에 보이는 섬이 만델라가 26년간 갇혀 있었던 로빈 아일랜드입니다.


케이프 타운 시내에서 관광객을 위한 쇼핑몰과 식당이 가장 많은 곳 중의 하나가 V&A 워터프론트입니다. 쇼핑 몰 앞 길에서 아프리카 민속 공연도 볼 수 있고 바닷가도 구경할 수 있고 멀리 테이블 마운틴도 볼 수 있습니다. 

워터프론트에서 구경한, 가장 아프리카스러웠던 공연.


그리고 그 가운데 노벨 광장 (Nobel Square)이 있는데 남아공 출신 노벨상 수상자들 동상이 서 있더군요. 왼쪽부터 196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Nkosi Albert Luthuli, 1984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Desmond Tutu 주교, 1993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F. W. de Klerk (이 사람은 아파르트헤이트의 마지막 지도자입니다.) 그리고 역시 1993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Nelson Mandela 입니다.  

남아공의 노벨상 수상자들.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습니다.


만델라에 대한 일화는 참 많이 있습니다만 그가 26년간의 감옥생활을 마치고 스스로 감옥을 나오는 날을 결정해서 1990년 2월 11일 자기발로 로빈 아일랜드에서 나와 워터프론트로부터 시내를 행진하여 케이프타운 시청 발코니에서 행한 연설은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일화입니다. 그 때 만델라는 수많은 지지자들에게 "나는 여기 선지자가 아니라 종으로 섰다"고 했다지요. (연설문 내용은 여기를 클릭해보세요. 영문입니다.^^)

만델라가 연설한 바로 그 시청의 발코니입니다. (국기봉 3개 있는 곳)


하지만 남아공은 그래도 아프리카 나라들 중에서는 가장 발전되어 있는 나라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사실 오랜 식민지를 거치면서 백인들이 만들어 놓은 인프라도 있구요. 그래서 내년에는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월드컵도 열립니다. 제가 갔을 때는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위한 경기장을 열심히 짓고 있었습니다. 올해 2009년에는 아프리카컵 축구대회도 열린다고 하지요. 하지만 과연 잘 열릴 수 있을지 걱정하는 소리도 많았습니다. FIFA도 준비 상태가 너무 느리다고 여러번 경고를 보냈지요.(2010년 월드컵 개최지, 남아공에서 바뀌나)

열심히 짓고 있는 2010 남아공 케이프 타운 축구 경기장

축구 경기장 너머로 테이블 마운틴이 보입니다. 테이블 마운틴에 대해서는 다음에 계속 하죠.

 
제 실험실 친구중에 아프리카 에리트리아에서 미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한 친구가 있었는데 아프리카에는 독재자가 없는 나라, 민주주의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린 나라가 정말 드물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생각해 보면 남아공은 그나마 나은 편인가 싶기도 하더군요. 과연 남아공이 아프리카의 리더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오랜 갈등을 딪고 성공적인(?) 흑백화해를 이루어낸 만큼 2010년 월드컵도 잘 치루고 앞으로 아프리카의 좋은 모델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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