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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방송을 조금 말랑말랑하게 하느라고 (과학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고), 그리고 원고 준비를 열심히 안해서 차마 못올리고 있었는데 그냥 간만에 하나 올려봅니다.
아마 설 명절에 부모님이나 어른들께 홍삼제품을 선물하신 분들이 계실텐데 최근 4-5년간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제품이 홍삼입니다. 또한 작년에는 신종플루 때문에 더욱 인기를 얻기도 했었지요. 그래서 오늘은 홍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인삼, 홍삼, 수삼, 태극삼, 백삼... 뭐 이렇게 복잡해
일단 인삼은 두릅나무과 인삼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고 뿌리를 약용으로 사용하며 수삼, 백삼, 홍삼의 원료가 되는 식물을 총칭해서 인삼이라고 합니다. 인삼과의 풀들을 영어로 Panax라고 하는데 재배지역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고려인삼, 북미지역의 미국삼, 중국의 전칠삼, 일본의 죽절삼 등 다양한 종류들이 있습니다.
이중 고려인삼(Panax ginseng)은 한반도, 중국의 만주, 연해주 등의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는 것으로서 오래전부터 약간 과장해서 불로 장생의 명약으로 알려져 왔으며 다른 나라의 삼과 구별하기 위해 조선왕조에서는 고려인삼의 삼자를 인삼 삼(蔘)으로 써서 외국삼의 석 삼(參)자와 구별하여 왔다고 합니다.
이렇게 인삼은 그 식물을 총징하는 것이고 그 인삼이 4년 이상 자라서 수확한 상태의 것을 수삼(수분이 그대로인 상태라서 보관이 어려움), 장기간 보관을 위해 수삼 껍질을 벗겨내어 건조한 것을 백삼, 수삼을 물로 씻어서 물로 끓인 후 건조시켜 만든 제품을 태극삼, 껍질을 벗기지 않고 증기에 쪄서 건조한 것을 홍삼이라고 합니다.
2. 홍삼도 등급이 있다고 하던데요.
우리나라엔 인삼을 특산물로 보호 육성하고 인삼산업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인삼산업법이 있는데 그 시행규칙에 의하면 홍삼의 등급을 1등급인 천삼, 2등급인 지삼, 3등급인 양삼, 등외인 절삼의 4등급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이러한 등급은 1차 외형 선별과 2차 내부조직 선별을 통해 몸통의 균열과 흠집, 조직의 직경 등에 따라 구분이 됩니다. 천삼은 일반 홍삼보다 8배 이상 비싸다고 하죠.
이렇게 홍삼제품은 2005년부터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매년 1위를 놓치지 않았고 2008년에는 건강기능식품 총 생산액이 8031억원이었는데 홍삼제품의 비율이 4184억원으로 전체 생산액의 52%에 이를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3. 홍삼이 어디에 좋기에? 홍삼의 기능성은?
홍삼의 효능은 그것을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데 관련된 논문이나 특허 등을 제외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인정한 것은 1) 피로회복, 2) 면역력 증진, 3) 혈소판 응집억제를 통한 혈액 흐름에 도움 이 세가지입니다.
사실 건강기능식품이나 그 원료 중에 두가지 이상의 기능성을 인정받은 것이 별로 없을 정도로 식약청 인증은 나름대로 어려운 과정인데요, 홍삼은 우리나라에 고려인삼학회가 있을 정도로 연구도 많이 되고 자료도 잘 축적되어 있는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식품의 효능은 증상이 명확한 질병의 치료 효과와는 방법론이 다르기 때문에 의약품처럼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일단 피로회복 기능은 육체적 피로에 대한 회복 효과만을 기능성으로 인정할 수 있으며 스트레스 및 심리안정에 관한 기능성은 아직까지 인체에서 충분히 연구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신종플루 때문에 유명해진 면역증강 효과는 홍삼을 섭취한 후 T 세포수, NK 세포수, activated T 세포수 등 면역세포들의 수가 유의적으로 증가하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면역세포의 수 증가를 면역력 증가라고 보는 것에는 약간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잘 알려져 있는 효능은 아니지만 홍삼의 섭취는 혈소판 응집 물질을 용량 의존적으로 억제하여 혈액 흐름을 원활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기능성도 인정되고 있습니다. 피로회복이나 면역력 증가는 인삼도 동일한 효능을 보이는 것에 혈액 흐름 원활 기능은 아직까지는 홍삼만의 기능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아래 식약청 자료 참조하시면 논문과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4. 6년근 홍삼이 특별히 좋은 이유?
보통 인삼은 4년이 넘어야지 충분히 자라서 수확을 시작하는데 4년에서 6년 정도를 키웁니다. 산삼과 달리 재배하는 삼은 6년 정도를 최대 생장기로 보고 있고 과거부터 수삼이나 백삼은 4-5년근으로 홍삼을 만들 때 6년근을 주로 사용해왔기 때문에 6년근 홍삼이 좋다는 인식이 퍼지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삼의 대표 유효성분이라는 사포닌류 등은 6년이 지나면 함량이 오히려 감소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꼭 오래되어야지 좋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5. 사포닌이 많은 홍삼이 좋다?
보통 홍삼하면 사포닌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는데 사포닌이란 그리스어로 비누라는 뜻에서 유래되었고 물의 표면장력을 낮추므로 쉽게 거품을 냅니다. 그래서 거품이 많아야 좋다는 광고도 있지요. 하지만 사포닌은 도라지, 더덕, 콩, 메밀, 미나리, 녹두, 마늘, 양파, 은행, 칡 등 다양한 식물에 존재하기 때문에 그냥 사포닌과 인삼의 사포닌과는 구별을 하자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때문에 최근에는 사포닌이라는 말은 잘 사용하지 않고 인삼의 약효성분 사포닌을 진세노사이드라는 말로 주로 사용합니다. 진세노사이드는 인삼(Ginseng)+배당체(Glycoside)의 합성어인데 엄밀하게 말하면 사포닌의 함량보다는 진세노사이드의 함량이 많아야 좋다고 볼 수 있겠죠.
사포닌의 함량은 인삼 뿌리 동체보다는 중간뿌리에, 중간뿌리보다는 잔뿌리에 더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잔뿌리채 먹으라는 이야기도 하지요. 하지만 뿌리 외에도 줄기, 잎에도 존재하는데 실제로는 잎의 사포닌 함량이 가장 높습니다. 하지만 홍삼의 효과는 동체가 더 좋다고 하니 유효성분이 꼭 사포닌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요. 홍삼에는 사포닌(진세노사이드) 성분 이외에도 Polyacetylene성분과 산성 다당체 성분을 비롯하여 다양한 성분이 있으니 다양한 효능 성분이 함께 작용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6. 최근엔 홍삼보다 좋다는 흑삼이라는 것도 있던데요?
대개 한약재를 처리하는 방법 중에 수치법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생약자체가 가지고 있는 효능을 병에 맞게 다스리고 자체의 독성을 제거하기 위한 방법을 뜻합니다. 흑삼은 한약재 수치법 중의 하나인 구증구포(九蒸九曝)의 원리를 이용해 수삼을 아홉번찌고 아홉 번 말리는 과정을 반복하여 제조된 것으로 홍삼의 붉은 색보다 더 진한 적갈색을 띄게 됩니다. 이렇게 가공을 하면 홍삼에 없는 진세노사이드가 발견되기도 해서 더 비싼 값에 팔리고 있습니다만 구증구포하는 과정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잘못 가공하면 벤조피렌과 같은 발암물질이 생겨서 일부 문제점이 제기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표준화는 중요하지요.
하지만 전통을 좋아하시는 분들, 특히 식품이 그런데, 이런 표준화, 계량화를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죠. 어느 전통주 장인에게 식품학자가 가서 쌀은 몇 킬로그램, 물은 몇 리터, 온도는 몇 도 이런 소리 했다가 쫓겨났다는 확인불가능한 구전 일화가 있습니다. 물론 그건 그 학자의 태도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더 높지만, 아무튼 과학화 표준화는 필요합니다. 사실 발효 식품이 좋다는 것도 약간 문제가 있는데 발효도 잘못되면 얼마든지 독성물질을 만들 수 있거든요. 때문에 이런 천연물이나 한약재의 표준화, 가공과정의 표준화는 필요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7. 홍삼 섭취시 주의 사항은?
인삼이나 홍삼이 몸에 받지 않는다는 분들도 꽤 많이 계신데요. 식약청에서는 홍삼의 섭취로 두통, 불면, 가슴 두근거림, 혈압상승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땀이 나지 않고 배변이 불편하고 열이 많은 사람이나, 염증 등으로 인한 고열이 있을 때에는 일반적으로 홍삼을 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축기 혈압 180 mmHg 이상의 고혈압증의 경우 인삼의 섭취를 금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처음에 조금 드셔보시고 몸에 받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확인을 하신 후에 드시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최근에 건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늘면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수요도 많아졌는데 무조건 남들이 좋다고 해서 먹을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상태에 필요한 것, 맞는 것을 잘 선택하셔서 드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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