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about Biotechnology, 바이오텍의 모든 것

블로그 주인장 이야기/시사 Commentary

우리 안의 타진요는 없을까?

바이오매니아 2010. 10. 2. 14:01
728x90

위는 MBC 스페셜 <타블로, 스탠포드에 가다> 나레이션을 했던 손정은 아나운서의 트위터 내용입니다. 이 방송으로 타블로 학력논란은 막을 내리나 봅니다. 다음 주에 2부를 한다고 하는데 사실 2부가 더 기대됩니다. 제 관심은 단순하게 네티즌과 인터넷 문화 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 대한 진지한 반성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저는 댓글을 싫어합니다. 댓글을 두세번 이상 주고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타블로 사건이 재점화했을 때 모 동호회 사이트에서 타블로 관련해서 조금 길게 댓글 논쟁(?)을 한 적이 있습니다. 타블로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타블로를 옹호하는 것이 되어버리더군요. 그 때 제가 주장한 것은 조금만 선의로 해석해보자는 것이었지요. 

사실 타블로도 운이 지독하게 없었습니다. 자기가 언급했던 토비아스 울프 교수가 모 언론사에 타블로를 모른다고 했고 3년 반에 학석사를 졸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NSC 인증서를 떼었는데 1998년이 1996년으로 잘못되어 있었지요. 이런 몇가지 우연들이 타블로 학력논란을 더 키우기도 했지요. 하지만 몇가지 가정(실수와 오해)을 하면 그게 꼭 거짓말이라고 볼 이유는 없었지요. 모든 교수가 학생을 기억할 수는 없고 교수가 학사세칙(학석사 연계과정)을 꼼꼼이 알 수도 없으며 미국 행정을 경험해 보면 오류와 실수가 무지하게 많거든요. 제가 있었던 학교에서는 어떤 교수가 박사학위가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 드러나서 쫓겨난 적도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신정아가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것도 편견이죠. 

제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떤 국내 교수가 "3년 반 만에 학사와 석사 학위를 따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라는 글을 쓴 것을 보고나서부터 입니다. 그 교수는 아마 이공계라서 그런 글을 썼을 겁니다. 저도 예전 같았으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만 제 아내가 공부하는 문과쪽을 보니 계절학기 포함해서 1년(실제는1년 2개월)에 석사 따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더군요. 학석사연계과정이라면 3년 반(실제는 3년 9개월)에 학위 취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요. 개인의 경험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상상력과 견문을 조금만 넓힌다면 가능한 것이란 말입니다. 현실은 언제나 이론보다 풍부하거든요

타진요의 문제는 타블로의 스탠포드 유학 증거가 하나씩 나온 뒤(토비아스 울프 교수의 번복, NSC 증명서의 오류 인정 등등)에도 여전히 자신들의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가능하다는 것과 실제로 그렇다는 것이 동일하지는 않지만 타블로를 의심하는 사람들은 이 모든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배제하는 듯해 보였습니다. 그게 결국 사태를 크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MBC 스페셜 방영 이후 타진요에 대한 비난이 다시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게다가 타진요는 찌질이다, 유학가려다 못간 아이들의 열폭이다, 이런 식의 비난이 더해지고 있더군요. 타진요가 도의적, 법적으로 책임져야하는 부분은 당연히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만 이번 사태가 여기까지 확대된 데에 대한 사회적 반성과 성찰도 뒤따라야 할 것 같습니다. 

사회적 신뢰의 문제, 특권층에 대한 특혜와 불신, 연예인에 대한 태도 등 이미 여러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간과되는 것 중의 하나가 어떤 사건에 대한 자기중심적인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해석의 자유가 있고 어떤 해석이 꼭 정답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우리는 어떤 사건에 대해 너무 자의적인 해석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정치에서 정파적인 입장에 따라 해석을 자의적으로 하는 것이 오랫동안 너무 흔했기 때문에, 거기에 익숙해진 국민들이 합리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의 입장에 따라 합리화하는데에 익숙하다는 것이죠. 합리적인 사고보다 합리화하는 습성이 더 발달되어 있다고나 할까요. 

의학에서는 증거중심의학 (Evidence Based Medicine; EBM, 입증의학)이라는 말이 있다고 하지요. 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증거 중심으로 사고하는 습성이 내게, 우리에게 있는지 되돌아 보았으면 합니다. 그랬다면 타블로의 학력 문제가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쪽의 입장만이 아니라 반대의 입장까지 잘 살펴볼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요즘엔 그 내용을 들어보기도 전에 저 사람이 어느 편이냐를 먼저 따지는 경우가 더 많아 보입니다. 그리고 그 편에 따라 같은 사건과 증거를 악의적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선의로 해석하기도 하죠. 이런 상황에선 우리도 어떤 사안에선 타진요이고 언젠가는 타블로도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이런 식의 물타기는 전혀 논지와 다릅니다.)

MBC 스페셜 2부를 기대합니다. (10월 8일 밤 10:55분)


(사흘동안 짬짬이 쓰느라 글이 매끄럽지 않아도 이해해주시길,,,)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