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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매몰지와 탄저균?

바이오매니아 2011. 2. 1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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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생태학 관련 미생물 메타게놈 웍샵에 참석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중의 한 연사께서 어제 신문기사라며 아래의 기사를 보여주시더군요. 

서울시립대 김계훈 교수팀이 환경부 의뢰로 지난 2008년 조류인플루엔자(AI)로 닭 7만4914마리가 묻힌 경기도 평택시의 한 매몰지 내부 및 외부 토양에 든 병원균 규모를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매몰지 내부에 존재하는 바실루스균이 매몰지 밖보다 27배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실루스균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사체를 잘 분해해 부패를 촉진하는 긍정적 역할을 하는 균들도 많지만 문제는 매몰지 내부 토양에 동물과 사람에게 치명적인 위험을 주는 탄저균과 식중독균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균들 역시 바실루스균의 한 종류다. (중략) 당시 이런 사실을 확인했지만 "탄저균이 실제 그 안에 포함돼 있었는지는 연구비 부족 등으로 조사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이번 구제역으로 발생한 매몰지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에 매몰지 침출수에 탄저균 같은 위험한 병원균이 들어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구제역때문에 가축 매립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그 와중에 매몰지 주변의 탄저균 위험에 대한 기사가 떴다는군요. 하지만 이 기사는 너무 나갔습니다. 공교롭게도 다우너소를 광우병소라고 한두번 잘못 번역한 것을 그렇게 규탄하던 그 언론사가 저런 기사를 내면 안되지요. 미생물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으면 저런 해석은 넌센스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일단 매립지 주변에 바실러스가 많이 자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죠. 아마 바실러스 말고도 토양에 있는 방선균이나 다른 여러 미생물도 자랄 겁니다. 특히 바실러스는 어디든 존재하는 미생물이고 생육속도도 빠르고 잘자라는 미생물이므로 방선균이나 다른 균보다 당연히 바실러스 종류들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바실러스에는 탄저균도 있다, 고로 위험할 수 있다, 라는 것인데 바실러스는 종류만 수백종에 이르는 거대한 균의 집합입니다. 그래서 많은 바실러스들을 다른 균으로 새롭게 명명하고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바실러스가 많다, 고로 탄저균이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소가 많다, 그러므로 광우병소가 많을 수 있다는 것과 비슷한 논리구조입니다.

특히 우리가 몸에 좋다고 이야기하고 심지어 일부에선 항암식품이라고까지 일컫는 청국장, 된장의 발효균이 바로 바실러스의 일종이며 정장제제로 유명한 제품 중에는 바실러스 생균제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매몰지 주변에서 항암식품 발효균이나 정장제제 미생물을 키울 수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침출수를 퇴비로 쓰자는 말이 나온 것인가요? ^^)   

달인께서 광고하는 이 약의 주성분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맨 밑에...)

물론 바실러스 중에는 해로운 균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Bacillus anthracis라고 불리우는 탄저균 그리고 식중독균인 Bacillus cereus 같은 녀석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균들이 전체 바실러스를 대표할 수는 없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괜히 이런 보도는 매몰지역 침출수 유출에 대한 공포만 가중시킬 뿐입니다. 구제역 가축을 함부로 매몰하는 것은 당연히 비판받고 감시받아야 하는 것이지만 이런 식으로 가능성도 낮고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은 내용을 함부로 보도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탄저균이 있는지 없는지는 균을 키우지 않고도 몇만원 정도만 있으면 분석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참석한 웍샵이 그런 연구에 대한 것이었는데 이젠 균을 키우지 않고 막바로 DNA를 뽑아서 균총의 분포와 다양성에 대해서 연구하는 방법들이 매우 많아졌습니다. 아마 이번 웍샵에 참석하셨던 많은 분들이 지금 구제역 매몰문제와 미생물 관련 내용으로 과제를 쓰고 계시지 않을까 싶네요. ^^


(위의 문제의 정답은 Bacillus polyfermenticus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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