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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교수의 서울 시장 출마를 환영하는 이유

바이오매니아 2011. 9. 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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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먼저, 나는 그의 출마를 환영한다. 그를 좋아하고 그의 생각을 지지했던 사람일수록 아마 반대가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나 역시 그를 좋아하고 그의 생각을 격하게 지지하는 사람이다. 그래도 나는 그의 출마를 환영한다. 

2. 하지만 그간 그를 좋아하고 그의 생각을 지지했다고 해서 그에게 표를 던질 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현실적인" 정치는 '세력의 싸움'이고 세력이 없으면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처럼 실패(?)한다. 안교수에겐 충분히 그의 생각을 지지하고 따라줄 세력이 있는 것 같지 않다. 대중들이 그를 시장으로 선택해줄 지는 모르지만 그가 분명 겪어야 할 싸움을 함께 싸워주진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는 필경 실패할 것이다. 제2의 문국현으로 끝날 수도 있다. 

3. 특히 정치가 아니라 행정, 이라는 식의 생각이라면 더욱 위험하다. 전직 서울시장이 대통령이 됨으로써 어쨌거나 이제 서울시장은 가장 정치적인 자리가 되었다. 게다가 아주 민감한 이권과 첨예한 대립이 가능한 자리다. 그걸 푸는 것은 단순한 행정력이 아니라 사람을 논리적으로 또는 감정적으로 설득하고 때로는 반대를 무릅쓰고 결단하는 능력이다. 그 능력이 바로 정치력이다. 정치 = 권력 이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난 권력욕은 없어, 그러니까 행정을 할래, 이렇게 생각한다면 그건 심각하다. 

4. 그런데도 그의 출마를 환영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어드바이저들이 좀 행동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일을 해보면 이래 저래 충고하고 조언하고 불평하고 딴지거는 사람은 많지만 누군가 그걸 위해 나서는 사람은 별로 없다. 세상에는 '이러 저러한 것을 고쳐야 한다'거나 '이런 부조리는 이렇게 해결할 수 있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무슨 일만 나면 세상 일 다 아는 양 코멘테이터로 활동하면서 자기 인기와 명성을 쌓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대부분은 거기에 안주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 비록 자신은 망가지고 실패하더라도 나서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말로만 떠들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5. 조금 단순화하면 그에게 출마를 결정한다는 것은 내가 좀 더러워지더라도 괜찮다는 희생정신이거나 권력을 잡겠다는 권력욕이거나 둘 중 하나일텐데 나는 그래도 전자라고 보고 싶다. 그리고 비록 성공하지 못한다고 해도 누군가는 뭔가 가치있는 것을 위해 뛰어들어 희생할 줄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6. 그의 생각과 진정성은 이미 충분히 국민들에게 알려졌다고 생각한다. 만일 그가 그의 생각을 제대로 펼친다면 우리에게 축복일 것이다. 반대로 그가 실패한다면 왜 그런 진정성이 우리 사회엔 통하지 않는지 고민하게 만들 역시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가 그토록 이야기한 "가치있는 실패"가 될 수 있다. 다만 개인 안철수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마음이 좀 아플 것이다. 이를 통해 그의 진면목이 들어날 수도 있고 그의 밑바닥을 볼 지도 모른다. 그게 보기 싫어서 그냥 우리의 안철수로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그것마저 초월할 수 있다면 나는 더 박수를 쳐주고 싶다. 

7. 다시 말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무작정 지지하진 않을 것이다. 그가 어떤 사람들과 어떤 비전으로 어떤 서울을 만들고 싶은지 듣고 나서 판단할 것이다. 일단은 누구든지 이야기하게 하자.

(그런데 중요한 것 한가지. 나는 서울시민이 아니라는 것.^^)

(Updated)

* 우리 사회는 안철수 교수같은 원칙론자들이 버티기 힘든 사회다. 도덕성으로는 안교수 못지 않을 손봉호 교수 같은 분도 총장 시절 학내 정치의 틈바구니에서 해임당한 일이 있다. 정치는 어디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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