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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하면서도 침 흘리는 ‘라면 탐식’의 아이러니 (시사저널)
최근에는 외신을 타고 날아온 위 내시경 사진이 라면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기도 했다. 미국의 미디어아티스트와 ‘하버드 대학 소화기 학자’라는 사람의 공동 작업 결과물이라는 해설이 붙어 있는 사진에는 먹은 지 두 시간이 된 라면 면발이 위 속에서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이한승 신라대 바이오식품소재학과 교수는 “미디어에 소개되는 식품 관련 ‘과학 기사’ 중 실험 조건이 제대로 충족된 ‘과학적’ 결과를 보기 힘들다”라는 의견을 냈다.
얼마전에 시사저널의 한 기자분이 전화를 해서 아래 동영상에 대해 물어보시더군요. 저는 그때까지 저 동영상을 본 적이 없어서 정확하게 말하기 힘들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만 먹은지 두 시간이 되어도 면발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고 이야기를 했고 뭔가 실험을 부정확하게 한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실험이라는 것은 '좋은 그림'을 얻기 위한 것이 많기 때문에 실험 디자인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 블로그에서도 전자파와 벌꿀 실험이라든가, 전자레인지로 끓인 물로 식물 키우기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요.
그래서 그 동영상을 찾아보니 무려 하버드대학교 소화기학자(Braden Kuo)가 함께 한 실험이더군요. 허걱! 일단 권위에서 밀립니다.^^ 하지만 동영상을 가만 보고 있으면 뭔가 좀 이상합니다. 면발을 씹지도 않고 삼켰는지 라면 면발이 너무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일단 동영상을 한 번 보시죠.
그래서 그 동영상을 찾아보니 무려 하버드대학교 소화기학자(Braden Kuo)가 함께 한 실험이더군요. 허걱! 일단 권위에서 밀립니다.^^ 하지만 동영상을 가만 보고 있으면 뭔가 좀 이상합니다. 면발을 씹지도 않고 삼켰는지 라면 면발이 너무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일단 동영상을 한 번 보시죠.
그리고 이 동영상에 대한 아래의 기사도 검색이 되더군요.
뱃속에 들어간 라면 "오늘부터 라면 오늘 부터 끊어야지"
두 사람은 인체 내부를 8시간 동안 촬영할 수 있는 캡슐형 카메라로 실험 과정을 촬영했다. 그리고 피실험자를 둘로 나눠 한 명은 라면과 스포츠음료를 먹이고, 다른 한 명은 직접 만든 닭고기 육수에 끓인 국수와 허브차를 먹게 했다. 2시간이 지난 뒤 두 피실험자가 먹은 음식의 소화 정도를 영상으로 살펴본 결과 라면과 국수의 소화 정도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났다. 국수(사진 오른쪽)는 거의 분해가 일어나 있었다. 하지만 먹은 뒤 2시간이 지나서도 라면은 처음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보는 이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런데요. 저 기사의 사진(아래 그림)을 보면 이건 2시간 후가 아니라 라면은 먹은지 1분 30초, 수타면국수는 1분이 지났을 때입니다. 사진의 좌측 상단을 보면 시간이 나오죠? 게다가 라면은 씹지도 않은 듯 면발이 그대로이고 수타면은 많이 분해된 듯 보이죠. 1분만에 말입니다. 제 첫 느낌은 수타면은 라면 면발처럼 가늘고 단단하게 만들지 않아서 점탄성이 낮아 쉽게 끊어지거나 풀어져서 저렇게 보이는 것 같더군요.
기사에 잘못 실린 사진 (라면과 수타면 섭취 후 1분 후 사진)
자, 그럼 정말 두시간이 넘게 지난 후에 사진은 어떨까요? 아래 사진은 위 동영상에서 캡쳐한 것입니다. 라면은 2시간 33분, 수타면은 2시간 42분 후의 사진이지요. 이 사진을 보면 라면은 몇몇 분해가 안된 부분도 있지만 많이 분해되어 있고 오히려 수타면은 여전히 굵은 면발이 그대로 보이는 것 같습니다. 라면은 가늘어서 또렷하게 보이지만 기계로 뽑았으니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요?
라면과 수타면 섭취후 두시간 30분 지난 후 캡쳐 사진
이 결과를 보면 어떤 사진을 쓰느냐에 따라서 소화가 잘 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안 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을 알게됩니다. 결국 사진을 선택할 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결과를 다르게 보이도록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은 연구자들도 빠지기 쉬운 함정입니다. 가장 드라마틱한 차이가 나는 사진을 찾다보면 실제로는 큰 차이가 없는데도 차이가 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죠. 그래서 사실 실험 결과는 숫자로 나타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저는 라면이 소화가 안 된다거나 소화가 잘 된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한가지 실험으로 그렇게 간단하게 결론을 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영상뿐만 아니라 다른 데이터도 필요하고 다른 연구자들에 의한 크로스 체크도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렇지 않다면 한 번 잘못된 실험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인정되어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크구요.
덧붙임
1. 시사저널 기사 중 "라면보다 우동에 들어가는 소금의 양이 더 많다."는 것은 제가 말한 내용과 약간 차이가 있어서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했던 바는 국물이 많은 면류들은 들어가는 소금의 양이 다 많고 국물이 많다면 냉면이나 우동의 소금량이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2. 전자레인지로 끓인 물로 준 식물 실험과 관련된 내용으로 모 방송국과 인터뷰를 했는데 이번 주말에 방송을 한다고 합니다. 언제나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 미묘한 표현에 있어서 아쉬움이 있는데 과연 이번엔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군요.
3. 저 유투브 동영상에 댓글이 500개가 넘는데 재미있는 내용이 꽤 많습니다.
I Am Eating Ramen Noodles While Watching This. (나 지금 라면 먹으면서 이 동영상 보는 중!)4. 그래도 저 캡슐 카메라는 참 훌륭한 기술인 듯합니다.
The only thing this video proves is that you should chew your food. (이 비디오가 증명한 것은 씹어먹으라는 것뿐!)
That's because top ramen is made to survive armageddon...(그건 라면이 아마겟돈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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