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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나 졸리의 유방절제 수술과 BRCA 유전자

바이오매니아 2013. 5. 27. 16:03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총책임자였던 프란시스 콜린스가 지은 <생명의 언어>를 얼마 전에 읽었습니다. 그 책에 보면 유전자 시대에 일어날 일들에 대한 설명이 잘 나와 있는데요.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유전자를 통해 질병의 가능성을 진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예로 바로 안젤리나 졸리의 유방절제 수술 덕분에 유명한 BRCA 변이 유전자를 들고 있습니다. 책의 첫 페이지부터 BRCA1 변이로 고생하는 사례가 나오고 4장 유전자와 암이라는 챕터에서는 매우 상세하게 다루고 있죠. 오늘은 그 이야기를 잠깐만 해보도록 하죠. 

 

졸리의 영화 중 본 것은 <솔트>뿐!

</솔트>

1. BRCA란?

BRCA란 breast cancer susceptibility gene (유방암 감수성 유전자) 또는 breast cancer predisposition gene (유방암 성향 유전자)를 뜻하는데 쉽게 말해서 암을 억제해주는 유전자라고 하며 BRCA1과 BRCA2의 두 종류가 있습니다. BRCA1은 17번 염색체에 BRCA2는 13번 염색체에 존재하며 이 유전자에서 만들어진 단백질들은 우리 몸 속 DNA의 오류가 생기면 교정을 해주는 기능을 함으로서 암의 발생을 낮춰주는 것입니다. 

 

원래 BRCA1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마리-클레어 킹(Mary-Claire King) 박사인데 1990년 버클리의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 Berkeley)에 faculty로 있을 때 BRCA1 유전자를 처음 발견했다고 합니다. 공식적으로는 BRCA1이 Breast Cancer number 1의 약자이지만 Berkeley, California의 뜻도 숨어 있다고 하네요. (<생명의 언어> 152쪽) 원래 유전자나 미생물 이름 지을 때 은근히 이런 이스터 에그 같은 것을 숨겨 놓기도 하죠.^^

 

2. BRCA 변이란?

BRCA 변이란 '유전성 유방암-난소암 증후군(Hereditary breast–ovarian cancer syndrome)'의 가장 대표적인 유전자 변이 중 하나로서 다양한 방식의 변이들이 존재합니다. BRCA1 변이 데이터베이스와 BRCA2 변이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져 있는데 지금까지 각각 6224개와 7491개의 변이가 밝혀져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 중에는 위험성이 없는 변이들도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무튼 BRCA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유방암이나 난소암과 같은 여성암의 발병률이 매우 높아지는데, 유방암에 걸리는 여성(70세까지 누적 통계)의 비율은 약 11%이지만 BRCA1 변이를 갖고 있는 여성의 경우는 77%, BRCA2 변이를 갖고 있는 여성의 경우는 56%가 유방암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 유방암은 다 BRCA 변이 때문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유방암의 원인은 BRCA 변이 외에도 다양하며 일반적으로 전체 유방암 환자 가운데 BRCA 변이로 인한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5-1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아래 표에 보시면 유방암과 관련된 다양한 종류의 유전자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유방암과 관련된 유전자들 (Molecular Oncology, Volume 4, Issue 3, June 2010, Pages 174&ndash;191)

4. 안젤리나 졸리는 왜 선제적 유방 절제 수술을 했을까?

 

안젤리나 졸리는 BRCA1 변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녀가 선제적 유방 절제 수술을 한 이유는 일단 강력한 가계력 때문으로 보입니다. 안젤리나 졸리의 어머니는 56세에 난소암으로 사망했고 외할머니도 45세에 역시 난소암으로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녀의 이모도 61세의 나이에 유방암으로 사망했다고 하는군요. 이런 가계를 미루어 보아 유전적 검사를 통해 위험 요소를 진단받고 수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안젤리나 졸리의 뉴욕타임스 기고문과 번역본은 여기를 참고하세요) 

 

앞서 이야기한 프란시스 콜린스의 책 <생명의 언어>에는 안젤리나 졸리와 유사한 한 가족의 가계도가 소개되고 있습니다(아래 그림). 미시간에 사는 이 가족의 경우 본인, 자신의 두 딸, 언니, 언니의 두 딸과 손녀, 또 다른 언니의 딸 등이 모두 BRCA1 변이를 가지고 있었고 이미 유방암과 난소암이 발병했는데 자신의 손녀(메그)에게 선제적인 수술을 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 등이 다뤄지고 있습니다. 당시 미성년자였던 메그의 경우는 아직까지 선제적 수술을 하지 않았지만 난소 절제술을 받을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아마 안젤리나 졸리의 경우도 이런 가계와 유사했기 때문에 선제적인 수술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출처 <생명의 언어> (프란시스 콜린스, 해나무) 153쪽

 

5. 요즘 유행하는 유전자 검사 키트로 BRCA 변이 여부 검사가 가능할까? 


<생명의 언어>에서 프란시스 콜린스는 유명한 3개 유전자 검사 회사(23andMe, deCODE genetics, Navigenics)의 검사 항목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데 23andMe의 경우에만 BRCA 변이의 일부를 검사해 준다고 써놓았습니다. 하지만 23andMe의 경우 BRCA 변이 검사를 해주긴 하는데 3가지 타입(185delAG BRCA1 mutation, 5382insC BRCA1 mutation, 6174delT BRCA2 mutation)의 변이에 대한 검사만 수행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BRCA 변이가 수백종인데 3가지 타입만 검사한다는 것이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생명의 언어>에서는 아일랜드의 대표적 유전자 분석 기업인 디코드 제네틱스가 BRCA변이에 대해 DTC 분석은 해주지 않는다고 했지만 deCODE BreastCancer™ 라는 상표로 다른 방식의 유전자 분석을 해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작년 연말 세계적 바이오기업인 Amgen이 디코드 제네틱스를 인수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추가) 병원에서의 BRCA 변이 여부 검사는 세브란스 종양내과 이수현 선생님의 글을 참고해 주세요.

 

6. BRCA 변이가 있으면 꼭 선제적 절제 수술을 해야 할까?


여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고 있고 언론에서 많이 다루었는데 (필요성에 대한 기사, 필요없다는 기사) 제 생각에는 졸리의 경우나 위의 미시건 가족과 같은 경우처럼 상당히 극적인 가계의 경우는 선제적인 절제술이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암이 발생한 후에 수술해도 된다는 의견도 꽤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사실 유방암 뿐만 아니라 난소암의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암이 발견되면 다른 곳으로 전이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도 하더군요. 아무튼 정답은 의사선생님과 잘 상의하세요, 가 되겠지요. 


7. 남자에게 BRCA 변이가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생명의 언어>에 따르면 남자에게 BRCA 변이가 있는 경우 전립선암, 남성유방암, 췌장암의 위험도가 조금 증가하는 정도에 그친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연관성이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위의 미시간 가족의 경우 스캇은 43세에 식도암으로 판정으로 받았고 마티의 아들도 대장암으로 55세에 사망을 했다는군요. 여기에 대해서는 비뇨기과 전문의이신 두빵님의 포스팅 "졸리 유전자가 있으면 남성 전립선암의 경과가 더 안 좋을 수 있습니다."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쓰고 보니 예전에 방송 원고 쓰던 방식이 되었네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접으니 다시 이런 정리도 가능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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