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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페셜 천일염 방송의 논점과 천일염의 위생

바이오매니아 2015. 9. 14. 12:10

과거 제가 주로 고온성 극한미생물을 연구했었는데 최근 몇 년 호염성 극한미생물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 하고 있는 연구가 바로 소금 속 미생물 연구입니다. 그래서 천일염 논란이 한참일 때 입이 근질근질 했지만 당장 급히 해야 하는 다른 일들 때문에 조용히 지내고 있습니다. 그 할 일 중 하나는 책을 쓰는 일입니다. 지난 주말 계약서를 받아서 오케이를 했으니 이제 미친듯이 쓰는 일만 남았네요. 현재 절반 쯤 썼는데 연말까지 원고를 마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와중에 어제 SBS 스페셜에서 천일염 방송을 했더군요. 오늘은 (다른 일로) 마음이 싱숭생숭한 김에 그 이야기나 잠깐 해볼까 합니다. 


천일염 논란에서 첫번째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논란이 실은 여러 가지 다른 식품에도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방송이나 언론에서 몸에 좋다고 이야기하는 수 많은 정보들, 반대로 몸에 나쁘다고 하는 수 많은 정보들에 대해서 이젠 좀 찬찬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그런 측면에서 이번 논란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구요. 반대로 문제 제기한 황교익씨에 대한 마타도어 등은 좀 저열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SBS 스페셜에선 다섯가지의 논점을 이야기했습니다. 


1. 천일염은 친환경적인가?


이건 잘 모르겠습니다. 장판을 깐다면 환경파괴적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제 분야도 아니고...   


2. 천일염은 우리 전통소금인가?


아닙니다. 물론 전통을 언제부터로 잡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습니다만...


3. 천일염은 위생적으로 안전한가?


이게 제일 문제죠. 여기엔 두 가지 문제 제기가 있습니다. 첫째는 균이 있다. 둘째는 불순물이 있다. 


일단 균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분명히 균은 있습니다. 이건 우리 천일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 소금 중 상당수가 그렇습니다. 아래는 2014년도 벨기에 연구진의 연구 결과인데 전세계 식용 소금 26종 중에 14개 종에서 호염성 아키아가 나왔다는 논문입니다. 그리고 가장 많이 나온 것은 그 유명한 게랑드 소금(Guerande salt)입니다. 무려 1g 당 10만개 이상 나오는 것도 3종이나 됩니다. 자, 그럼 저 소금들은 비위생적일까요? 


2014년도 국제식품미생물학저널


이건 미생물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필요한 부분인데, 균이 있다, 없다는 어떤 배지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호염성 아키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배지 뿐만 아니라 염분을 몇 % 넣고 키우느냐에 따라서도 나오는 균의 종류와 숫자가 달라집니다. 위 그래프에서는 1개의 소금 당 4개의 다른 배지를 사용해서 균을 키워봤는데 숫자가 조금씩 다른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균이 안나온다고 균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 호염성균이 나쁜지 좋은지 어떻게 아느냐, 솔직히 답은 없습니다. 허무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요즘엔 균을 키우지 않고 균이 있는지 알아보는 방법으로 DNA 검사를 합니다. 그렇게 DNA 검사를 하면 균이 없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키우지 못하고, 그 녀석들이 자라지 않는 것입니다. 김치를 발효할 때 섞는 온갖 채소와 소금과 향신료와 물 속에 균이 없을까요? 웬만한 것은 다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발효시키면 유산균이 많이 나오죠? 그건 그 발효 조건이 유산균이 자라기 좋은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거기 다른 균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식재료에 균이 있다고 무조건 비위생적인 것은 아닙니다. 답은, "아직 잘 모릅니다"가 맞습니다. 다만 대장균군과 같은 분변 관련 미생물들은 나오면 안되겠죠. 하지만 분변미생물이 소금에 존재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오히려 오염의 소지가 있겠죠. (참고로 호염성 아키아의 대부분은 10% 이하의 소금 농도에서는 자라지 못합니다.)


여기서 아직 잘 모른다고 하면 일단 규제하고 봐야 한다는 쪽과 굳이 할 필요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나뉘겠지요. 그래서 제 생각에 이번 방송에서 아쉬운 점은, 식약처 관계자는 전세계 어디에도 소금의 미생물 규격은 없다고 이야기했고 황교익씨는 일본과 프랑스엔 규격이 있다고 했는데 어느 쪽 이야기가 맞는지 정확하게 확인하고 넘어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외국의 그 소금 속 미생물 규격이 법적 규격인지 아니면 민간 자체 기준인지도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가 될텐데 말입니다. 저는 식약처 관계자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만 이 부분도 명확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두번째, 물에 녹지 않는 불순물의 경우는 결국 그 성분이 뭐냐에 의해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단순한 뻘의 모래라면 뭐 그렇게 나쁠까 싶기도 합니다만 그걸 왜 비싼 돈주고 사먹느냐의 문제가 있겠죠. 물론 갯벌 성분이 많은 게랑드 소금을 좋다고 사드시는 분도 계십니다만 말이죠. 제가 궁금한 것은 천일염 속에 장판염의 성분, 또는 유해한 성분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전에 그런 성분 없다는 논문을 본 것 같기는 한데, 아무튼 그런 것을 한 번 검증해보거나 찾아봤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4. 천일염 미네랄, 우리 몸에 좋은 것인가?


저는 이 부분에 있어서 모든 식품 연구자들이 좀 반성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천일염 속 (나트륨을 제외한) 미네랄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그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양인지 생각해보지 않고 장점만 부각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워낙 많으니까요. 와인 속 레스베라트롤이나 막걸리 속 파네졸이나 꿀 속의 비타민이나 흑설탕이나 원당의 비타민 류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천일염 속 (나트륨을 제외한) 미네랄이 몸에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히 있겠으나 솔직히 그 양은 너무 미미하고 그걸 많이 먹으려면 나트륨은 더 먹어야 하는 문제가 있는데 그걸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히 무리입니다.  


하지만 나트륨도 미네랄인데 미네랄 많다고 하는 것은 무식하다는 주장은 조금 과합니다. 마치 트위터나 신문의 지면에 모든 것을 다 표현할 수 없듯이 소금 속 미네랄이라고 하면 대충 나트륨은 제외하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이건 사실 문맥으로 파악되는 문제죠. 논문이 아니니까요. 


5. 정제염은 전기분해한 화학적 소금인가?


전기 분해가 대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고 이미 이온화 되어 있는 성분을 어떻게 분해한다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이건 방송에 나온 내용으로 대체하면 되겠네요. 다만 정제염이건 천일염이건 화학적 소금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모든 물질은 화학물질입니다. 화학이 나쁘다는 편견을 버리세요.



사실 지난 겨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Fancy Food Show에 참가했었습니다. 놀랐던 건 거기에 매우 다양한 소금들이 전시 판매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소금들은 다양한 요리에 어울리는 맛을 내고, 모양을 내고, 색을 내는데 사용되지 먹으면 몸에 좋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자료에는 미네랄 함량 등이 써 있기는 합니다만 음식의 본연의 임무에 더 충실한 것이죠. 그런데 왜 우리나라 천일염 회사들은 그렇게 마케팅을 하지 않고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저는 이게 우리나라 식품 업계의 생태계라고 생각합니다. 이젠 식품을 둘러싼 담론과 관련자들 모두 문화적으로 더 풍부해져야 합니다.    


소금 회사 전시장 (Winter Fancy Food Show at SF)

매우 다양한 소금들 (Winter Fancy Food Show at SF)



쓰다보니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아무튼 이번 논란을 통해 식품에 대해 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이번 논쟁에서 발견한 좋은 글 하나 소개하고 마칩니다. 물뚝심송님의 소금이야기라는 글입니다. 



[덧붙임] 제게 이번 논란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무슨 식품이든 툭하면 몸에 안좋다고 하시던 분이 천일염 옹호 패널로 나오셨고, 주로 식품의 안전성을 옹호하시던 분이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패널로 나오신 점입니다. 이렇게 역할이 바뀐 것은 처음 본 것 같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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