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엔 우연히 뉴스를 보다가 미국 FDA에서 전자담배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뉴스를 보게되었는데요. 흡연을 하지 않는 저는 전자담배가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자료를 찾아보니 최근에 이런 전자담배가 우리나라에도 많이 보급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담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라는 말이 생긴 것은 300년도 안된다?
담배의 역사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지만 15세기 말에 콜럼부스가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제사나 의식용으로 피우는 담배를 유럽에 소개하였다고 합니다. 아시아에는 필리핀에 16세기 말에, 중국에 17세기 초에,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담배가 언급된 것으로 보아 임진왜란 이후에 16세기 말이나 17세기 초에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는 설이 있습니다.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은 사실 그렇게 오래된 말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1
이러한 담배는 수입된 초창기에 의약품으로 여겨져서 기생충으로 인한 오심이나 복통, 치통, 상처의 지혈, 화농방지제 등으로 이용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담배의 해악은 점점 전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져서 애연가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만성 기관지염을 시작으로 폐기종, 기관지폐렴, 호흡부전, 심부전, 폐암 등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또한 폐암뿐만 아니라 방광암, 설암(舌癌), 후두암, 식도암 등도 모두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담배의 해악이 많이 알려짐에 따라 우리나라 흡연인구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인데 작년 국민건강영향평가의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45% 내외로 최근 10년간 남성 흡연율이 약 22%정도 감소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작년 후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흡연인구가 약간 늘어났다는 보건복지가족부의 발표가 최근에 있었는데 아마 경제 위기 같은 스트레스가 사람들로 하여금 담배를 찾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2
2. 담배 속에는 발암물질이 몇개나 있을까?
담배속에는 발암물질이 수천가지다, 라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로 담배 속에 함유된 알려진 발암물질은 약 60-80종이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가능한 IARC 1군 발암물질은 약 15종 정도 됩니다. (물론 볶은 커피 속에도 약 19가지 발암물질이 있습니다. 3) 가장 대표적인 물질이 포름할데히드 (포르말린), 벤젠, 에틸렌 옥사이드 등인데 mg 수준으로 상당량이 들어있습니다. 지난 주에 바비큐 치킨에서 나왔다고 보도된 물질 벤조피렌(유기물을 숯불에 구울 때 발생) 4도 상당량 들어있고 미량이지만 카드뮴 같은 중금속도 들어있으며 발암물질은 아니지만 일산화탄소와 같은 유독물질을 흡입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담배의 경우는 유해물질 함량은 미량이라도 오랜기간 주기적으로 계속 몸 속에 들어온다는 것이 문제지요. 5
Benzopyrene 8.5–17.6 ng
N′-Nitrosonornicotine 154–196 ng
4-(Methylnitrosamino)-1-(3-pyridyl)-1-butanone 110–133 ng
2-Naphthylamine 1–22 ng
4-Aminobiphenyl 2.5 ng
Formaldehyde 10.3–25 μg
Benzene 12–50 μg
Vinyl chloride 11.15 ng
Ethylene oxide 7 μg (LD50 of 330 mg/kg)
Arsenic 40–120 ng
Beryllium 0.5 ng
Nickel ND-600 ng
Chromium (hexavalent) 4–70 ng
Cadmium 41–62 ng
Radio-isotope Polonium-210 0.03–1.0 pCi
이렇게 알려진 물질 말고도 예를 들면 발암물질이 아닌 과산화수소와 같은 물질에 의해서 암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있고 작년에 나온 논문에 따르면 오히려 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3가지 인자는 흡연, 음주, 자외선이었습니다. 7
3. 니코틴은 발암물질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니코틴이 담배의 대표적인 유해성분이라는 생각에 니코틴도 발암물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직까지 니코틴 자체의 발암성이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니코틴에서 유래한 N'-Nitrosonornicotine (NNN), 4-(methylnitrosamino)-1-(3-pyridyl)-1-butanone(NNK), 4-(methylnitrosamino)-1-(3-pyridyl)-1-butanol (NNAL) 등은 대표적인 발암물질이고 니코틴이 우리 몸속에서 대사되어 이런 발암물질로 전환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니코틴이 발암물질이 아니라고 안심해도 되는 물질은 아닌데 일단 니코틴의 문제는 강한 중독성입니다. 코카인이나 헤로인같은 마약과 중독 증상이 비슷해서 미국 건강협회에선 “역사적으로 니코틴 중독이 가장 깨기 어려운 중독의 하나”라고 말할 정도라고 합니다.
또한 니코틴을 흡입하면 아세틸콜린, 노르에피네프린, 에피네프린, 바소프레신, 알기닌, 도파민, 베타엔돌핀 등 수많은 화학 전달물질의 배출을 자극하는데 긴장감 해소나 일시적인 진정효과를 주기도 하지만 혈관의 수축, 혈압의 상승, 심박동 항진, 신경 자극, 위산 분비 증가 등 다양한 부정적 효과를 동반한다고 합니다.
참고로 대마초는 니코틴이 아닌 THC(Tetrahydrocannabinol)성분이 진정효과를 주는데 니코틴은 발암성분을 활성화 시키지만 THC는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있기도 했습니다. 또한 THC 수용체는 간에 없기 때문에 대마초 흡연은 폐암과 연관이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그 반대의 주장도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4. 담배를 피우면 살이 빠진다?
담배를 피우면 살이 빠지기 보다는 담배를 끊으면 살이 찌는 현상은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두가지 정도의 해석이 있는데 일단 담배를 피우면 입맛이 떨어져서 섭취하는 열량이 적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담배를 피우면 혈관이 좁아지고 소화기관으로 가는 피의 양이 줄어들어 소화가 잘 안 되고 그래서 같은 열량을 먹어도 약간의 열량 흡수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지난 5월에는 흡연자들의 경우는 지방 연소를 도와주는 알파-아연-글리코단백질1 (AZGP1)이라는 유전자가 활성화되어 체지방 감소에 약간의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8
하지만 담배가 직접적으로 살을 빼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담배를 피우면 위산의 작용을 받는 위나 십이지장의 벽이 헐어서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이 생기기 쉽게 되기 때문에 담배를 통해 살을 빼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고 하겠습니다.
5. 담배를 피우면 안되는 유전형이 있다?
흡연과 폐암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실제로 20% 정도가 폐암에 걸리고 흡연자의 약 80% 가량에서는 폐암이 발병하지 않습니다. 작년에 유명한 과학저널 네이처와 네이처 제네틱스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우리 몸에는 니코틴에 의해서 활성화되는 "nicotinic acetylcholine receptor 단백질 (nAChR)"들이 있는데 이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 (1염기의 변이)가 폐암 발병율을 높인다고 합니다. 인간은 두 쌍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므로 인간 염색체 15번에 위치한 이 유전자도 쌍으로 가지고 있는데 한 쪽에만 변이가 일어나면 약 28% 더 폐암 발병율이 높아지고 두 쌍을 가지고 있므면 무려 81%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다행인 것은 두 쌍 모두 변이를 가지고 있어도 흡연을 하지 않으면 폐암에 걸릴 확률은 높아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9
6. 금연 제품 믿을 수 있나?
현재 금연껌, 금연사탕, 금연패치 등등 금연을 위한 제품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습니다. 전자담배도 그 중의 하나인데요. 전자담배는 프로필렌 글리콜이라는 물질에 니코틴을 녹여서 담배의 맛을 내고 배터리를 이용해서 수증기를 만들어 연기도 나게 만드는 제품이라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이런 제품들은 니코틴에 의한 중독성 때문에 담배를 끊지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담배의 유해한 성분들을 대부분 제거하고 니코틴만 보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품입니다. 하지만 이런 제품들은 담배를 끊기 위한 동안에만 임시적으로 사용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올해 초에는 금연껌이나 금연 사탕도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에게 있어서 지나치게 오래 사용할 경우에는 구강암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보고가 있었고 지난 주에 미국 FDA에서는 일부 제품의 전자담배에서도 포름알데히드를 검출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금연패치도 너무 오래 붙이고 있으면 오히려 체내에 니코틴이 축적될 우려가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들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 담배를 피는 것보다는 건강에 좋겠습니다만 주의사항을 잘 보시고 거기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
읽을 거리들
E-Cigarettes Under Attack By FDA And WHO - Are They Really Unsafe?
금연껌-사탕 오래 쓰면 구강암 위험↑
흡연율 상승에 ‘헛다리’ 짚는 금연정책
81가지 발암물질
바비큐.말린바나나 발암물질 주의
Cigarette smoking: cancer risks, carcinogens, and mechanisms.
美 FDA "전자담배서 발암물질 검출"
"노동자들이여! 담배보다 대마초를 주장하자"
식품속의 발암물질과 항암물질 : 합성 화합물은 더 위험한가?
'흡연' 치사율 높은 '췌장암' 유발
3대 발암물질, "담배·술·자외선"
대마초는 담배보다 발암성이 적다
담배 끊으면 살찌는 이유 밝혀졌다
의료계, 유전자 검사업체 고발한다
- 담배의 역사, Korean J Fam Med.(가정의학회지) 2009, Vol. 30, No. 3 S94 [본문으로]
- 복지부 "담배 피우는 남성 다시 늘고 있다" http://www.hkn24.com/news/articleView.html?idxno=29712 [본문으로]
- Cigarette smoking: cancer risks, carcinogens, and mechanisms, Langenbecks Arch Surg (2006) 391:603–613 [본문으로]
- <내츄럴리 데인저러스> 제임스 콜만, 다산초당, p159 [본문으로]
- 바비큐.말린바나나 발암물질 주의, http://media.daum.net/economic/industry/view.html?cateid=1038&newsid=20090724094608225&p=yonhap [본문으로]
- Cigarette smoking: cancer risks, carcinogens, and mechanisms, Langenbecks Arch Surg (2006) 391:603–613 [본문으로]
-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xposed to cigarette smoke is aberrantly activated and undergoes perinuclear trafficking. FASEB J. 2008 Mar;22(3):910-917 [본문으로]
- Cigarette smoking induces overexpression of a fat-depleting gene AZGP1 in the human. Chest. 2009 May;135(5):1197-208 [본문으로]
- 담배와 폐암, 그 유전자가 밝혀지다. http://biotechnology.tistory.com/92 [본문으로]
728x90
'바이오매니아 in 언론 > 굿모닝 사이언스(부산MBC)' 카테고리의 다른 글
쌀, 알고 먹읍시다. (8) | 2009.08.18 |
---|---|
태양빛 속의 불청객 자외선 (4) | 2009.08.04 |
여름에 조심해야할 식중독 (14) | 2009.07.21 |
복날이 괴로워, 개고기 논쟁에 대한 잡설 (8) | 2009.07.14 |
먹는 샘물과 브롬산염 (5) | 2009.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