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언제 한 번 꼭 쓰리라고 아껴두었던 것입니다. 약간 논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구요. 아무튼 글리코영양소 이야기를 한 번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이유는 제게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지난 7월, 지금 근무하는 대학에 면접을 보러 한국에 들어왔을 때였습니다.

면접이 끝나고 대전에 볼 일이 있어서 갔다가 예전 근무한 회사를 가려고 택시를 탔는데, 그 회사 근처의 한의학연구원으로 가자고 했지요. 그랬더니 기사분께서 한의학 연구하시냐고 물어보시길래, 한의학은 아니고 뭐 조금 다른 쪽입니다, 이렇게 대답을 했지요. 그랬더니 이 분께서 자기에게 너무나 좋은 연구 아이템이 있다고 하시면서 이런 쪽 연구를 해보시면 어떠냐고 하시더라구요.

좀 황당하기도 하지만 뭐 열정을 가지고 말씀하시길래, 가만히 듣고 있었더니 바로 글리코영양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MIT에서 선정한 10대 기술이니 네이처 사이언스 논문이 나왔느니 하시면서 열변을 토하시는데, 잠자코 듣고 있었죠. 그리고 이어지는 여러가지 간증들... 본인도 그걸 복용하시고 심각한 병이 나았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다 나았다, 등등...

그런데 그 분, 사람을 잘못 만나신 겁니다. 왜냐하면 바로 그 내용을 가지고 제가 면접에서 발표를 했었거든요. 제가 일한 곳이 미국에서 복합탄수화물(당류) 연구로 특화된 몇 안되는 연구소였고, 당생물학과 당류소재에 대한 내용을 가지고 바로 그 전날 면접을 봤단 말이죠. 그리고 이미 그 내용을 이 블로그에 포스트도 했었지요.

2007/04/26 이번 주 Nature 특집 이슈 - Glycchemistry & Glycobiology
2007/04/27
2001년 사이언스 당생물학 특집
2007/06/21
Glycomics (10 Emerging Technologies by MIT review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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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우리나라에 이런 연구하시는 분도 별로 없는데 대체 지방의 나이드신 한 택시기사분께서 어떻게 저런 이야기를 알고 계실까 궁금해졌죠. 그래서 여쭈어보았더니... 정확하게 말씀은 안해주시는데 대충 짐작이 되기로는 이게 일종의 다단계인가 보더군요.

그분께 택시비 조금 더 드리고 얻어온 소책자도 있는데 (원래는 파시는 것이랍니다.) 그게 왼쪽의 소책자입니다. 당생물학에 관련된 내용들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당생물학하고 저 제품하고는 사실 간극이 아주 넓거든요.

아무튼 이 글리코영양소는 미국 언론과 최근에는 한국 언론에도 몇 번 소개가 되었습니다.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과장광고한다는 것이었지요. 제가 생각해도 지나친 과장은 확실해 보입니다. 다만 저 8가지 당을 그냥 단순 당에 불과해, 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아주) 약간은" 신중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화학적으로야 단순 당이 맞죠. 하지만 뭐 먹었을 때의 생물학적 효능은 아직 잘 모른다는 것이 맞겠죠. 

솔직히 그 기사분께서 너무 확신에 차서, 게다가 다리를 자를 뻔 했던(기억이 가물가물?) 자신과 자신의 친구분 이야기까지 하시면서 말씀하시는데, 게다가 저보고 뭘 사라고 하시는 것이 아니라, 정말 이게 효능이 뛰어나니까 박사님도 한 번 연구를 해보시라, 이런 것이었기에 더욱 궁금증을 갖게 만들긴 하더군요. 

그런데 방금 이메일로 배달된 사이언스 alert 메일을 보니까 당생물학 분야 연구그룹들이 글리코영양소를 생산 판매하는 매나텍과, 그리고 그 후원을 받는 연구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는 뉴스가 사이언스지에 나왔더군요. 사실 관련 특허나 자료들도 꽤 찾아놓았고 강의시간에 이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만, 매나텍의 문제가 사이언스까지 등장할 줄은 솔직히 몰랐습니다.

이걸 보고 글리코영양소가 사이언스에 소개되었다, 뭐 이렇게 이야기 하시지는 않겠죠? 아무튼사이언스의 원문을 보시려면 이곳을 클릭하세요.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해보죠.

그런데 저 사이언스지의 사진 한 장이 묘한 느낌을 주는 군요. 한가운데 펄럭이는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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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science)
Posted by 바이오매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