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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K2 시청 단상 몇가지

바이오매니아 2010. 9. 22.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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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으면 아메리칸 아이돌을 좀 봐둘 걸 그랬습니다. 장안의 화제인 슈퍼스타 K2를 보면서 계속 미국에선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뭐 물론 미국식이 꼭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너무 열심히 하는 참가자들을 앞에 놓고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히려 한다는생각이 계속 들었기에 다른 나라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어떤가 궁금해지더군요.   

집에 케이블 채널이 안나오는 관계로 슈퍼스타 K2를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딱 한 번 한 10분 정도 다른 채널에서 하는 재방송을 봤는데 그 때는 기분이 나빴어요. 특히 거슬렸던 말이 외모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슈퍼스타 K2라는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가 무슨 아이돌 오디션 보는 것은 아닐텐데 왜 살을 뺄 수 있느냐, 외모가 어떻다 저떻다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는 그냥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 계속 그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더군요. 

추석을 맞이하여 부모님 댁에 와서 그 동안 게시판의 글과 기사로만 보던 슈퍼스타 K2의 재방송을 4시간 정도 연속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정말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하는 참가자들의 열정이 주는 매력이 있더군요. 꽤 감동적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여전히 왠지 모를 씁쓸함, 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첫번째는 각 출연자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김광석에게 댄스곡을, 서태지에게 포크음악을 부르게 만드는 느낌이랄까요. 본인들이 최고로 잘 할 수 있는 모습을 뽑아내면 좋을 텐데 가사도 모르고 들어보지도 못한 노래를 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러다보니 자꾸 무슨 기획사 신인 연습생을 뽑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Britain's Got Talent의 우승자 폴 포츠에게 저런 것을 시킨다고 생각해보세요. 

다음으로는 계속되는 외모에 대한 언급입니다. 제가 슈퍼스타 K2라는 프로그램 성격을 잘못 이해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잘빠진 신인가수를 원하는 것이 아닐 겁니다. 솔직히 몸매 좋고 얼굴 잘생긴 사람들은 노래를 못해도 가수가 될 수 있지 않나요. 하지만 저런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들은 적어도 노래 실력 (또는 연주나 춤실력)을 최우선으로 평가해주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아메리칸 아이돌의 루벤 스터다드나 제니퍼 허드슨에게도 살 빼겠냐고 하진 않을 것 아닙니까. 

심사위원들의 심사에 대한 불만도 꽤 있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닌 듯하더군요. 오히려 시청자 팬덤이 더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저도 몇몇의 경우는 심사위원들과 의견이 전혀 달랐지만 원래 심사란 것이 그렇죠. 그 때그 때 중요하게 보는 것이 다르고 보이는 것도 다릅니다. 그래서 평가와 심사만큼 어려운 것이 없죠. 다만 심사위원들이 선호하는 참가자가 좀 눈에 보이는 듯해서 앞으로 좀 더 객관적이 되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외교부장관 딸 공채파문으로 "공정한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홍수를 이루고 있는데 과연 슈퍼스타 K2는 그 "공정한 사회"의 화두를 이어받을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까요. 어차피 시청률에 목매는 방송이라 쉽지는 않겠지만 만일 슈퍼스타 K2가 그 화두를 구현하는 프로그램이 된다면 개천에서 용나는 것은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전장을 던질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케이블이 안나와서 아마 더 이상 슈퍼스타 K2를 보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흔히 보는 슈퍼스타가 아니라 쉽게 볼 수 없었던 "좋은 가수"가 슈퍼스타 K2에서 탄생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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