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나는 가수다> 논란에 대한 생각은 김어준 총수가 한 말과 99% 일치합니다.  

1. (트위터에서) 안본다고 했지만 처음으로 본방사수를 했습니다. 논란이 커져가니까 더 보고 싶더군요. 

2. 원래 예능은 거의 안보는데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싫어합니다. 가뜩이나 무한경쟁사회로 몰려 가는데 TV에서도 그런 것을 봐야 하나 싶기 때문이죠. 게다가 트레이닝도 안된 아마추어들에게 독설을 하고 그게 화제가 되는 것도 불편했습니다.

3. "나는 가수다"에 관심을 가진 것은 그 반대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디 그럼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으로 나올만한) 댁들은 얼마나 잘하는지 보여달라는 것이죠. 그리고 댁들도 한 번 그 느낌을 느껴봐라, 라는 마음이 솔직히 첫번째였습니다. 마치 회사 신입사원 면접관들에게 당신들은 얼마나 회사를 위해 열정을 갖고 사는지 한 번 들어보자는 느낌?

4. 하지만 그들의 첫공연은 역시!!! 이래서 프로와 아마추어는 다르구나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출연진이 워낙 빵빵하니 그건 사실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전례없이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진심이 보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열린음악회에 나와서 노래하는 것과는 다른 뭔가가 느껴졌다는 것이죠.

5. 황금시간대 가수들이 출연할 무대가 없다고 하는데 그 시간대에 "열린음악회"가 있습니다. 하지만 <나가수>는 열린음악회와는 다른 감동이 있습니다. 노래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노래를 부를 때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니까요. 그리고 그 긴장과 감동은 '서바이벌'이라는 장치를 통해서 극대화된다고 생각합니다.

6. 예술에 점수를 매긴다고 타박하지만 그렇게 따지자면 예전에는 "국제가요제"도 있었고 콩쿨도 있습니다. 서바이벌이라는 장치를 단순히 순위를 매기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타박을 받을 만 하겠지만 가수들에게 최선을 다하게끔 만드는 장치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앞서 말한대로 신인 오디션도 하는데 말입니다. 

7. 김건모씨의 탈락은 노래 실력이나 공연 내용보다 그의 태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긴장하고 진지하게 준비를 하고 공연을 보여주는데 김건모씨는 예의 그 장난스러움을 보여줬고 그게 별로 어필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캐릭터 하나 있어서 나쁠 것은 없겠지만 이건 경연이니까요. 오늘 손을 떨며 노래하는 그를 보면서 안쓰럽기도 했지만 이 프로그램이 그에게 독이 아니라 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 당연히 '불공정함'에 대한 반발도 있었지만 어쩌면 지난 주에 화가 났던 이유는 재도전을 허용함으로서 이런 긴장감이 없어질까 하는 걱정이었지 싶습니다. 무슨 새디스트같은 소리일지 몰라도 최고의 가수들이 마음졸이며 준비하고 최선의 공연을 뽑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는 재미와 감동이 있습니다. 그런데 재도전이라는 형식이 도입되면 뭐 한 번쯤은 그냥 슬렁슬렁해도 될까봐서 말이죠. 

9.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무대는 보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하필이면 논란이 터진 다음 날 녹화라서 다들 얼굴이 창백했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리얼 버라이어티 같은 재미도 주었던 것이 아닐까 싶네요. 백지영씨와 김건모씨의 노래는 가슴이 먹먹했고 김범수는 역시 김범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요즘 노래 들을 것 없다고들 하지만 사실 좋은 노래가 많았던 것을 알았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그런 노래들을 되찾아주고 실력있는 가수들이 탐내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0. 한가지 불편한 것은 이 프로그램의 팬들이 아이돌 비판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돌 노래 중에도 좋은 곡들도 꽤 있고 실력있는 싱어들도 꽤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어리지만 그들이 성장해서 지금 나가수 출연진만 못하라는 법도 없겠죠. (바다나 옥주현씨 출연 원츄!) 비판해야 하는 것은 아이돌 편중이지 아이돌은 아닐 것입니다.

11. 얼핏 들으니 시청률 대박이 난 모양이던데 빨리 잘 재정비해서 다시 좋은 무대를 우리에게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정말 잘만 하면 대한민국 최고 예능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물론 저는 그 시간에 일이 있어서 본방사수는 힘들 예정입니다만...ㅠㅠ


PS. 그냥 부질없는 개인적 바램들

1. 김영희 CP는 가수 섭외만 하거나 총책임만 하도록 해서 프로그램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 탈락하는 가수가 다음 공연의 오프닝을 열고 사회를 보도록 하고 결과 발표도 해서 다음 탈락자에게 사회권을 넘기면 어떨까요?
3. 탈락자가 7명이 되면 리바이벌 공연을 한 주 동안 보여준다거나 출연자와 듀엣곡을 부르게 해서 다시 살리거나 한다면?
4. 아이돌 노래 부르기 경연도 보고 싶네요.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DORIBARI 2011.03.30 15: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돌'의 정의에 과연 옥주현이나 바다가 포함될까요..다들 서른이 넘은 처자들이란 말입니다 ;;

  2. 2011.03.31 13: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