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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네-삼양동에서

바이오매니아 2005. 2. 4. 11:37
오늘 우리교회분이 알려준
신경림시인의 시집 <길>(1990) 에 수록된 시.

이로서 삼양동이 나온 문학작품은
황석영의 <어둠의 자식들>
이동철의 <꼬방동네 사람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이청준의 <낮은데로 임하소서>
그리고 이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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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네-삼양동에서

집에서는 왕자처럼 살고
나와서는 잡초로 행세하는 자들이 싫어서
일년 내내 동네 밖을 안 나가는
딸기코 대서방 서사는 내 바둑동무다
남 앞에서는 옳은 소리만 하고
전문지식이 필요할 때가 되었다면서
자기 자식들은 몰래
외국으로 빼돌려 공부시키는 자들이 미워
신문도 방송도 안 본다는
허리 굽은 양복점 주인은 내 술동무다
한 스무 해 징역을 살고 나와보니
온잡 잡짓으로 돈벌고
또 여편네 앞장세워 출세한 것들이
투사가 되고 지사가 된 세상이 어이없어
두문불출 골방에 엎드려 한서나 뒤적이는
이가 다 빠진 늙은이는 내 걸음동무다
그래서 산동네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지만
그래서 산동네 사람들은 아무것도 안 보는 줄 알지만
아아 그래서 산동네 사람들은
눈도 코도 없는 줄 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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