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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바이오매니아 2004. 1. 13. 00:23

그 유명한 반지의 제왕을 보다. 1편 부터 3편까지 약 3번씩 보았으니까 3시간씩만 잡아도 27시간을 본 것인가?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앉아서 본 것은 아니고 애기 안고 트름 시키면서도 보고 밥먹고 잠깐 쉴 때도 보고, 하은이랑 놀면서도 보고 했기 때문에 3번씩 보게 되었다. 이제야 줄거리와 등장인물이 대충 한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나는 다분히 줄거리 중심적인 사람이라(일하는 것도 그렇다) 드라마를 안보는 데, 그 이유가 한 번 빠지면 자꾸 몰입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이렇게 한번에 몰아쳐서 보는 것을 더 선호한다. 아무튼 해적판으로 보는 것으로는 성이 안차서 극장에 가서 3편(왕의 귀환)을 보고 왔더니  맘이 좋다. 역시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 그러려면 애봐주는 극장이 많이 생겨야 할텐데… (대전의 한 극장에는 그런 시설이 있었다) 암튼 덕분에 미국와서 극장엘 다 가봤다.

잠시 동안이나마 반지의 제왕에 내가 빠진 이유는 뭘까? 아마 그건 반지를 버리는 영화였기 때문이리라. <매트릭스>를 일본 애니메이션의 계보로 풀기도 하고 양자역학으로 풀기도 하듯이,  <반지의 제왕>도 보는 사람에 따라 <스타 워즈>와 대칭되는 SF 환타지이기도, <코난>과 같은 무협 활극이기도 하다. 내용으로 보자면 주인공 프로도의 충직한 정원사 샘 와이즈 갬지의 성장영화이기도 하고 어느 인터뷰를 보니 드물게 동성애적 코드의 영화라고도 하나 보다. 그러나 아무튼 내게 이 영화가 가장 색다른 영화인 것은 이 영화가 반지를 찾으러 다니는 것이 아니고 반지를 버리러 가는 영화라는 것이다.

이는 아마 우리 랩의 미국인 친구가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이 유명한 기독교 소설가인, 그러나 솔직히 이름 말고는 아는 게 없는, CS 루이스에게 영향을 준 사람이라는 말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요즘 노래 부르는 재미가 쏠쏠한 우리 큰 딸이 “사랑은  참으로 버리는 것”을 내 주위에서 들려준다는 것하고.

아무튼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이 영화가 소위 ‘절대 반지’를 찾으러 떠나는 영화인 줄 알았다. 하지만 왠걸, 내용은 그 반대로 악의 손에 들어가면 안되는 그 반지를 악의 소굴 한 복판에 가서 내던지고 오는 영화였다.

누구나 손에 넣기를 원하고 손에 넣으면 소유하려는 그 반지는 흔히 이야기하는 대로 ‘권력욕’일 수도 있고 현대 사회의 우상인 ‘경제력’일 수도 있고 조금 다른 종교적 버전으로는 ‘과학기술’일 수도, 혹은 또 다른 것일 수도 있겠다. 인간, 또는 이 세상을 파멸시킬 수 있는 것이 어디 한 두개라야 말이지…

아무튼 재미있는 것은 이 반지를 버리기 위해 선택된 사람(?)은 다름아닌 호빗이라는 점이다. 죽었다 살아나는 대마법사 간달프도 아니고, 용맹스러운 인간 아라곤도 아니고, 요정인 엘프도 아니다. 가장 작고(원작에 따르면 키 70cm정도) 보잘것 없는, 인간도 엘프도 드워프도 아닌, 그러나 음주 가무를 즐기고 언제나 낙천적인 존재인 호빗이 반지의 운반자다. 왜 그럴까? 뭐 작가가 재미로 그랬다면 할말 없지만, 어쩌면 기독교적인 사상에 정통한 작가가 호빗을 택한 이유는 그들이 가장 욕심없고 평화로운 세상 샤이어를 이룬 존재들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천국은 바로 그런자들의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 뭔가를 소유하면, 이라는 조건절로는 행복이 있을 수 없다. 행복은 만족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이지 만족할 조건을 달성함으로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자족이라는 것이 나의 수준에만 머물지 말고 우리의 수준으로 확대되어야 할 필요가 있지만 말이다.

나에게 반지는 무엇일까…

반지의 제왕을 꼭 책으로 한 번 읽고 싶다. 영어책 말고…^^


[덧붙여] 좋은 한해, 평안가운데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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