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접속>을 보다.
1. <접속>을 보기 전에
나는 이 영화에 대해 안좋은 편견을 갖고 있었다. 아니 이 영화에 대해서라기 보다는 컴퓨터 통신에 대한, 또는 과학 기술에 대한 내 뿌리 깊은 불신이 그것이었다. "컴퓨터 통신을 소재로한 외로운 현대인에 대한 이야기." 이것이 <접속>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몇 몇 평론가들이 90년대 최고의 어쩌고 하는 평을 보고서 지루한 영화일 것이라는 지레 짐작을 했었던 것도 사실이다.
2. <접속>을 보면서
<접속>의 최대 미덕은 언어의 절제에 있다. 절제된 언어 속에서 나는 마음껏 생각의 자유를 누렸다. 충분히 생각할 여유를 주는 영화. 그런 영화가 주는 매력이 있다. <접속>은 그 장점을 충분히 살렸다. 관객에게 모든 것을 다 말하지 않고도 말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설명해내는 것. 여운이 남는 영화. 이것이 좋은 영화에 따르는 조건이다. <접속>의 마지막 장면은 일반 영화와 조금은 다른 의미에서 '충격적' 이었다.
3. <접속>을 보고서
<접속>은 컴퓨터 통신에 대한 영화가 아니었다. <접속>의 영어제목은 "로그인"이어야하지 않겠느냐는 나의 의견은 잘못이었다. 차라리 우리나라 제목이 "만남"이어야 하지 않을까. <접속>에서 통신은 하나의 수단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통신이 주는 폐해, 그 익명성에 따르는 무책임, 비인간성 등등 통신에 대한 온갖 욕설을 늘어놓으려던 나의 계획은 나의 멍청함으로 허무하게 끝났다.
한석규는 6년 전에 헤어진 한 여인과의 만남을 기다린다. 그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친구의 애인을 짝사랑하던 전도연은 그가 자신이 언젠가는 만난다고 믿는 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는 이 두사람의 만남이 이루어질 뻔하지만 결국 명혜(? 한석규 옛 여인)의 죽음으로 또 엇갈리게 된다. 계속 엇갈리는 만남 속에서 영화의 대사처럼 "꼭 만나야할 사람은 과연 만나는가?"의 질문이 필요해진다. 이 긴장이 영화를 지탱하는 하나의 힘이다(물론 이미 많은 사람들은 그 둘이 만나는 것을 알고 보았다).
언뜻보면 무척 상투적으로 보이는 내용 속에 무엇이 있었을까? 그것은 삶에 대한 따뜻한 애착이었다. 과거에 속에서 사는 남자와 거짓된 꿈에 젖어 있는 여자, 그 두사람이 어떻게 삶의 제자리를 찾아가는지를 보여주는 감독의 시선은 지극히 따뜻했다. 그래서 그 둘은 서로 만난다!(아마 그 둘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이건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그 둘의 만남은 정말 중요한데, 마치 부버의 표현대로 "나와 그것"의 관계가 "나와 너"가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만약 맨 마지막에도 그 둘이 스쳐지나갔다면? 어쩌면 그랬다면 이 영화는 도시인의 우울함과 쓸쓸함만을 보여주었을 지도 모른다. 과거에 사로잡힌 한 남자와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멍청한 여자의 이야기로 끝났을 지도 모른다. 마지막 장면은 결코 해피엔딩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둘은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만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에 개입하고 영향을 주는 존재로 만난 것이기 때문이다. 전도연은 한석규의 도피증(?)을 굴복시켰고 한석규는 전도연에게 그가 갖고있는 꿈(만날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는 것)을 버리지 말 것을 가르쳐줬다. 그러나 아직도 한석규가 사랑하던 여자는 이 세상에 없고 전도연의 사랑은 친구에게 있다. 그 현실은 그대로이지만 그들에게는 삶의 새로운 힘이 생겼을 것이다. 그게 인생의 작은 비젼이고 꿈이 아닐까?
한석규의 연기는 매우 깔끔했다. 역시 그에게 <서울의 달>이나 <넘버 3>의 건달 역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비록 <초록물고기>로 (그 망할)대종상 남우주연상을 받았지만 어느 영화로 받았어도 무난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전도연의 연기도 예상 외로 탄탄했다는 느낌이다. 연기에 있어서 눈빛이 살아있는 것은 보는 이로서도 즐거운 일이다. 깔끔한 색채와 소품, 긴 호흡 속에 숨어 있는 짧은 대사등 장점이 꽤있지만, 무엇보다 감독의 연출력이 두드러져 보인다. 여백... 과연 기성 감독들이 이렇게 여백이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좋은 영화를 보는 즐거움, 게다가 우리 영화를!
<초록물고기>와 함께 감히 올해 최고의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1. <접속>을 보기 전에
나는 이 영화에 대해 안좋은 편견을 갖고 있었다. 아니 이 영화에 대해서라기 보다는 컴퓨터 통신에 대한, 또는 과학 기술에 대한 내 뿌리 깊은 불신이 그것이었다. "컴퓨터 통신을 소재로한 외로운 현대인에 대한 이야기." 이것이 <접속>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몇 몇 평론가들이 90년대 최고의 어쩌고 하는 평을 보고서 지루한 영화일 것이라는 지레 짐작을 했었던 것도 사실이다.
2. <접속>을 보면서
<접속>의 최대 미덕은 언어의 절제에 있다. 절제된 언어 속에서 나는 마음껏 생각의 자유를 누렸다. 충분히 생각할 여유를 주는 영화. 그런 영화가 주는 매력이 있다. <접속>은 그 장점을 충분히 살렸다. 관객에게 모든 것을 다 말하지 않고도 말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설명해내는 것. 여운이 남는 영화. 이것이 좋은 영화에 따르는 조건이다. <접속>의 마지막 장면은 일반 영화와 조금은 다른 의미에서 '충격적' 이었다.
3. <접속>을 보고서
<접속>은 컴퓨터 통신에 대한 영화가 아니었다. <접속>의 영어제목은 "로그인"이어야하지 않겠느냐는 나의 의견은 잘못이었다. 차라리 우리나라 제목이 "만남"이어야 하지 않을까. <접속>에서 통신은 하나의 수단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통신이 주는 폐해, 그 익명성에 따르는 무책임, 비인간성 등등 통신에 대한 온갖 욕설을 늘어놓으려던 나의 계획은 나의 멍청함으로 허무하게 끝났다.
한석규는 6년 전에 헤어진 한 여인과의 만남을 기다린다. 그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친구의 애인을 짝사랑하던 전도연은 그가 자신이 언젠가는 만난다고 믿는 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는 이 두사람의 만남이 이루어질 뻔하지만 결국 명혜(? 한석규 옛 여인)의 죽음으로 또 엇갈리게 된다. 계속 엇갈리는 만남 속에서 영화의 대사처럼 "꼭 만나야할 사람은 과연 만나는가?"의 질문이 필요해진다. 이 긴장이 영화를 지탱하는 하나의 힘이다(물론 이미 많은 사람들은 그 둘이 만나는 것을 알고 보았다).
언뜻보면 무척 상투적으로 보이는 내용 속에 무엇이 있었을까? 그것은 삶에 대한 따뜻한 애착이었다. 과거에 속에서 사는 남자와 거짓된 꿈에 젖어 있는 여자, 그 두사람이 어떻게 삶의 제자리를 찾아가는지를 보여주는 감독의 시선은 지극히 따뜻했다. 그래서 그 둘은 서로 만난다!(아마 그 둘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이건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그 둘의 만남은 정말 중요한데, 마치 부버의 표현대로 "나와 그것"의 관계가 "나와 너"가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만약 맨 마지막에도 그 둘이 스쳐지나갔다면? 어쩌면 그랬다면 이 영화는 도시인의 우울함과 쓸쓸함만을 보여주었을 지도 모른다. 과거에 사로잡힌 한 남자와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멍청한 여자의 이야기로 끝났을 지도 모른다. 마지막 장면은 결코 해피엔딩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둘은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만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에 개입하고 영향을 주는 존재로 만난 것이기 때문이다. 전도연은 한석규의 도피증(?)을 굴복시켰고 한석규는 전도연에게 그가 갖고있는 꿈(만날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는 것)을 버리지 말 것을 가르쳐줬다. 그러나 아직도 한석규가 사랑하던 여자는 이 세상에 없고 전도연의 사랑은 친구에게 있다. 그 현실은 그대로이지만 그들에게는 삶의 새로운 힘이 생겼을 것이다. 그게 인생의 작은 비젼이고 꿈이 아닐까?
한석규의 연기는 매우 깔끔했다. 역시 그에게 <서울의 달>이나 <넘버 3>의 건달 역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비록 <초록물고기>로 (그 망할)대종상 남우주연상을 받았지만 어느 영화로 받았어도 무난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전도연의 연기도 예상 외로 탄탄했다는 느낌이다. 연기에 있어서 눈빛이 살아있는 것은 보는 이로서도 즐거운 일이다. 깔끔한 색채와 소품, 긴 호흡 속에 숨어 있는 짧은 대사등 장점이 꽤있지만, 무엇보다 감독의 연출력이 두드러져 보인다. 여백... 과연 기성 감독들이 이렇게 여백이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좋은 영화를 보는 즐거움, 게다가 우리 영화를!
<초록물고기>와 함께 감히 올해 최고의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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