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하면 생각나는 대학은? 뭐 솔직히 대부분은 하버드겠죠. 싸이월드 시절에 어느 시골 공대라고 놀림 받았던 MIT도 있구요.
MIT가 뭐라고???
하지만 이번에 가서 보니 보스톤에는 정말 많은 대학들이 있더군요. 위키에 보니 박사학위를 주는 대학만 9개, 이것 저것 다 합치면 대학이 60개가 넘고 학생수만 25만명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보스톤에서 지내면서 본 대학의 모습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솔직히 여행을 다니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었는데, 아무런 계획도 없이 하루가 빈 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무작정 숙소를 나와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보스톤은 주요 지역을 지하철로 다 다닐 수 있다고 해서 7 day PASS를 샀기 때문이죠. 그래서 어디를 갈까 했더니 지하철 역에 하버드대 광고판이 보이는 겁니다. 그래서 일단 저기나 가보자, 하고 하버드에 갔습니다.
뉴욕보다 더 먼저 생겼다는 보스톤 지하철역의 하버드 광고판.
하버드 역에 내려서 밖으로 나오니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는 겁니다. 거기를 하버드 스퀘어라고 한답니다. 그런데 그 앞에서 하버드 투어가 있다는 팻말이 있더군요. 학생들이 안내를 하는 것 같던데 무료라는 것 같더군요. 가이드 받으며 다니는 것이 귀찮아서 저는 그냥 혼자 다녔습니다만... (나중에 알고 보니 학교 지도도 무료로 나눠주더군요.)
하버드 대학 투어 표지판
하버드 스퀘어 전경 . 저 뒤가 하버드대학입니다.
처음엔 방향도 모르고 지도도 없어서 어느 쪽으로 가야할 지 고민했는데 그냥 관광객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뒤따라 갔더니 학교가 나왔고 계속 따라갔더니 그 유명한 동상이 저 앞에 보였습니다. 그 앞에 사람들이 줄서서 사진을 찍고 있더군요.
관광객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따라가면 이런 곳이 나옵니다.
저 아저씨가 그 유명하다는 존 하버드
하버드에 다녀온 사람이면 누구나 말하는 존 하버드의 동상. 영국 출신의 목사이며 죽으면서 재산과 책들을 당시에 새로 생긴 대학에 기증하여 그 대학 이름이 하버드가 되었고 결국 미국 최초의 대학이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가 진짜로 유명한 이유는 저 동상의 왼발 때문이죠. 왼발의 끝만 금으로 만들었나 싶지만 저길 만지면 하버드에 들어간다는 속설이 있어서 사람들이 열심히 문댔기 때문이랍니다. 저는 제 딸이 하버드를 싫어하는 관계로 만지지 않고 왔습니다. ㅎㅎ
하버드의 설립자라고 일컬어지는 존 하버드의 동상
발끝이 반질반질 합니다! ㅎㅎ
그리고 학교를 한바퀴 삥 둘러 보았습니다. 어차피 시간이 남아 돌았으니까요. 동상 뒤쪽으로 걸어가면 Widener 도서관이 있습니다. 해리 와이드너라는 장서수집가를 기념하여 이름 붙여졌다는데 타이타닉 사고로 숨졌다네요.
메인 도서관이라는 Widener Library
도서관 한가운데 써있는 VERITAS는 "진리"라는 뜻이라죠.
학교의 이모저모가 고풍스럽습니다.
150년 가까이 되어가는 문기둥
140년이 넘은 건물? 아래의 긁힌 자국은 뭔지 모르겠어요.
이사야 26:2 "너희는 문들을 열고 신의를 지키는 의로운 나라가 들어오게 할지어다"
메모리얼 홀의 기둥에 있는 초상
학교 안에 이런 식당 차들이 있고 각종 음식을 팝니다. 동양인이 운영하는 것도 있는 듯...
하나 먹어보고 싶었지만...ㅠㅠ
하버드 메모리얼 홀
Swedenborg Chapel이라고도 불린다는 Church of the New Jerusalem
이렇게 걸어서 돌아다니니까 배가 고파옵니다. 그 때 하버드에서 일하는 후배가 학교 근처의 미스터 바틀리스라는 햄버거 집에 가서 정치인들 이름 붙은 햄버거를 먹어보라고 하더군요. 그럴까 했는데 제가 묵은 집의 지인께서도 이 집을 추천하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래서 단숨에 결정!
조금만 늦게 가면 사람이 많습니다! 11시 40분 이전에 가는 것을 추천!
식당 안은 좀 요란합니다. 하버드와 관련된 이것 저것이 다 붙어 있죠.
주문을 하려고 주방을 보는데 거기 "로버트 플랜트가 여기서 많이 먹었다!"는 문구 발견! 레드 제플린의 그 로버트 플랜트??? 그런데 그 로버트 플랜트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Robert Plant Ate Here A Lot!
메뉴판을 받았는데 이건 뭐... 게이 매리지, 스티븐 콜베어에 버락 오바마까지... 뭘 시켜야 할 지 몰라서 고민하다가 매번 쓰는 수법을 썼습니다. "제일 매운 것이 뭔가요?" 그랬더니 비욘세가 제일 맵다길래 그걸로 주문! 그런데 가격은 좀 쎕니다. 게다가 카드는 안 받는다는...ㅠㅠ
생각보다 맛있고 고기가 엄청 두터운 버거가 나왔습니다. 비욘세!
각 테이블마다 브로드웨이, 월 스트리트 등의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자, 아무튼 배부르게 먹고 나왔으니 또 정처없이 걸어봐야죠. 그래서 정말 지도도 없이 아무데나 발길 닿는대로 걸었더니 발견한 곳이...
하버드 자연사 박물관!
유명한 하버드 자연사 박물관입니다. 대충 보는데만도 3시간이 넘게 걸렸네요. 사진을 많이 찍었지만 이 안에서 본 것은 나중에 따로 정리를 하든가 해야 할 듯합니다.
하버드 자연사 박물관 현관
자연사 박물관에서 재미있는 것 두 가지만 소개하죠. 하버드 자연사 박물관에는 온갖 생물의 표본들이 다 있는데 그 중에서 조류(새)의 알을 크기 별로 전시해 놓았습니다. 보통 가장 큰 알이 타조(그림의 13번)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새알도 있더군요.
새들의 알 크기를 비교해 봅시다!
가장 작은 것은 붉음가슴벌새(Ruby-throated hummingbird), 가장 큰 것은 타조(Ostrich)가 아니라 코끼리새(Elephant bird)!!!
또 하나는 공룡 표본들인데요. 그 중에서 크로노사우루스(kronosaurus)의 엄청난 크기였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엔하위키의 설명을 참조해 주시구요.
크로노사우르스(Kronosaurus queenslandicus)의 표본
이게 그냥 사진으로 보면 얼마나 큰지 알기 어려운데 견학 온 아이들이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시면 대충 크기가 짐작되실 겁니다. 방의 한쪽 벽면을 다 차지하죠.(사진을 한 방에 다 나오게 찍기도 매우 어렵습니다.)
이따만하게 큽니다.
그리고 사소한 것이지만 의미있다고 생각한 것 하나는 자연사박물관답게 화장실 벽 타일에도 화석 모양의 타일을 붙여 놓았더군요. 이런 디테일을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남자 화장실 벽의 화석 모양 타일
하버드 자연사 박물관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따로 하기로 하고 이번엔 지도를 보고 법대 쪽으로 걸어가 봅니다. 뭔가 멋있는 건물이 보이던데... 하버드 법대 도서관인 듯하더군요.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이 공부하는 곳?
들어가도 되는 것 같던데 문 앞까지만 가고 돌아왔습니다. 저 안에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이 있겠죠?(참고로 예전 미국 드라마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의 원제는 "The Paper Chase"입니다. ㅎㅎ)
하버드 법대 도서관
법대 주변의 속이 들여다 보이는 건물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이언스 빌딩(?)에 들어갔습니다. 그 안에 뭔가 이상하게 생긴 것을 전시해 놓았더군요. 이름은 Mark I 이래요.
이게 뭘까요? Mark I
이 하버드 마크 I 이라고 불리는 것은 1944년 만들어진 미국 최초의 대규모 자동 디지털 컴퓨터이며 세계 최초의 범용 컴퓨터라고 합니다. IBM과 하버드대학이 공동으로 연구 개발했고 1초에 덧셈을 3번 할 수 있었다네요. 유명한 세계 7대 망언 중에 "개인적으로 집에 컴퓨터를 가지고 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는 말(1977년 디지틀 이큅먼트 회장 케네스 올센)이 있는데 초기 컴퓨터는 저랬다는군요.
Mark I에 대한 설명
하버드 과학 도서관 입구
이렇게 해서 하버드 대학 구경은 대충 끝났습니다. 학교도 예쁘고 고풍스러워서 좋았습니다만 사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바로 이것이었네요.
학교에서 잘 터지는 게스트 와이파이!
점점 미국에도 무료 와이파이가 많아지는 느낌이긴 한데 아직까진 많이 부족하죠, 그런데 하버드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것은 정말 마음에 듭니다. 그걸 통해 학교에 대해 좀 더 알고 역사에 대한 공부도 할 수 있구요.
아무튼 하버드를 떠나서 지하철 타고 두 정거장을 가면 MIT가 있는 켄달역입니다.
MIT가 위치한 켄달역
솔직히 MIT는 공대답게 현대식 건물들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살짝만 돌아보고 나왔습니다. 하버드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죠.
MIT의 건물들1
MIT의 건물들2
MIT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기념품 판매하는 곳인데 머그컵 파는 곳에서 완전히 빵 터졌네요. 누가 공대생 아니랄까봐... 완전 오덕스러운 내용의 머그컵들이 가득합니다.
MIT 기념 머그컵들
너드 프라이드라니!!! 이런 오덕들!
토륨+요오드+질소+칼륨 = Think!
빛이 있으라의 방정식?
고딩 수준의 수식으로 만든 MIT
이건 도저히 모르겠음
MIT 공돌이 인증...
머그컵 뿐 아니라 자석에도...
여기까지는 행정구역상으로는 보스톤의 강북인 캠브리지에 있는 학교들이었고 하버드 의대는 강남인 진짜 보스톤에 있다고 합니다. 그 동네를 롱우드(Longwood medical area)라고 한다더군요. 이틀 후 다시 시간을 내어 롱우드 구경을 갔는데 거기엔 이번 학회에 참석한 한 후배와 하버드에서 연구원으로 있는 후배가 동행을 했습니다.
하버드 메디컬 스쿨
하버드 의대 앞 뜰
하버드 의대는 캠브리지 캠퍼스와 떨어져 보스톤 시내에 있는데 관련 연구소들도 롱우드에 있다더군요. 저희는 후배가 일하는 Wyss Institute를 구경갔습니다. Wyss를 어떻게 읽을지 난감하시죠? 저는 처음에 와이스인줄 알았는데 비이즈(veese)라네요.ㅎㅎ 아무튼 여긴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으로 매우 유명한 곳이죠. (실은 이곳에 연구년 가고 싶었지만 보스톤의 살인적 물가를 듣고 일찌감치 포기!)
돈이 많은 연구소라 때깔이 다릅니다.
제 후배가 연구하는 Lab-on-a-chip들
하지만 막상 실험실이 지저분하긴 마찬가지...ㅋㅋ
그리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날이 보스톤대학(Boston university)의 졸업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녁 식사를 하러가는 길목에 보스톤 대학 졸업생들이 많이 눈에 띄더군요. 보스톤대학은 학교색이 빨강인지 졸업 가운도 붉은 색이라서 이채로왔습니다. 보스톤 레드삭스랑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구요.ㅎㅎ
양쪽 길가에 늘어선 보스톤대학(BU) 건물들
졸업생들이 붉은 색 가운을 입고 다닙니다.
졸업식장으로 보이는 건물(이지만 확실치는 않아요.)
그리고 학회장 가는 셔틀버스를 타러 쉐라톤 호텔을 찾아 갔는데 지하철에서 나오니 그 유명한 버클리음대가 눈에 보이더군요. 버클리는 Berklee라고 쓰는데 예전엔 캘리포니아의 UC 버클리(Berkeley)와 혼동하기도 했었죠. 음악만 하는 대학(college)으로 여기 졸업생이 받은 그래미상이 200개를 넘는다네요.그 유명한 싸이를 비롯해서 김광민, 김동률, 장혜진 조PD 등 여기 출신 뮤지션들이 정말 많지요. 한국인에게 특히 인기가 많아서 한국 학생이 많다더군요.
버클리음대건물
버클리 음대의 영문 이름은 Berklee College of Music
주로 실용음악을 가르치는 곳이랍니다.
이것으로 제가 다니면서 본 보스톤의 대학들 사진을 마무리합니다. 이 외에도 보스톤 칼리지라든가 다른 유명한 학교들이 많지만 가보지 못했거나 그냥 차타고 지나가면서 본 것이라 뭐 올릴 것이 없네요. 그래도 이렇게 긴 포스팅을 하다니... 짬짬이 시간날 때 마다 정리하는데도 1주일이 걸리네요. 다음엔 보스턴 레드삭스의 펜웨이 파크를 올릴 차례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