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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톤 레드삭스 펜웨이 파크 방문기 (2014-05-18)

바이오매니아 2014. 7. 8. 01:14

지난 5월에 미국미생물학회를 핑계로 보스턴에 갔다가 펜웨이 파크(Fenway Park)에서 보스톤 레드삭스 경기를 보고 왔습니다. 오늘은 그 뒤늦은 후기입니다.


보스톤은 제가 가본 곳 중에 대중교통이 제일 편한 곳이었습니다. 밤에도 걸어다니는 사람이 많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이라더군요. 그래서 야구장에 차를 가지고 가는 사람들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오거나 구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워두고 오는 사람들이 많은 듯 했습니다. 저희는 한 후배님이 근처까지 데려다 줘서 편하게 갔습니다만...ㅎㅎ   


경기장 근처에 오니까 분위기가 납니다.


입장권 및 짐 검사하는 게이트 앞에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치고 있더군요. 붉은 벽돌의 건물에는 보스톤의 역대 지구 우승 및 월드 시리즈 우승한 해의 만장이 걸려 있습니다. 1918년부터 1975년까지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흠이죠.ㅎㅎ


보스톤 레드 삭스의 흑역사를 보여주는 만장들.


짐 검사받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 역시 야구팬들이 엄청 많습니다.


경기장 바로 앞의 레드 삭스 기념품 가게들입니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니 벽에 보스톤이 지금까지 월드 시리즈 우승한 해들이 붙어 있습니다. 1918년부터 2004년까지 밤비노의 저주 기간이 되겠습니다. 운 좋게도 2004년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과 월드 시리즈를 미국에서 봤는데 아직도 그 때의 흥분을 잊을 수가 없네요. 특히 ALCS에서 3연패 뒤 4연승한 것은 정말 손에 꼽히는 명승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제 인생에서 잊혀지지 않는 경기는 2003년 ALCS 보스톤 레드 삭스 대 뉴욕 양키스의 7차전입니다. 이 경기에 대해서는 이 글 "보스톤 대 양키스 ALCS 7차전을 보고"을 참조하세요.)


1903, 1912, 1915, 1918년....이후 86년이 흐르고 2004, 2007, 2013년 우승!!!


경기장에 들어 왔습니다. 펜웨이 파크는 오래된 경기장인 만큼 아담하다는 느낌을 제일 먼저 받습니다. 다른 현대식 구장의 세련됨보다는 뭔가 촌스러우면서도 역사가 묻어나는 느낌이랄까...


펜웨이 파크의 전경


우익수쪽 전경입니다.


야구 경기장에 가서 그 구단의 역사를 알고 싶으면 영구 결번 선수 명단을 보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펜웨이 파크의 우익수쪽 버드와이저 간판 밑을 보시면 보스톤 레드삭스의 영구 결번들이 붙어 있습니다.


보스톤 레드삭스의 영구 결번들 (retired numbers)


아마 시간 순으로 나열한 것 같은데 맨 앞이 그 유명한 테드 윌리암스라고 합니다. MLB의 마지막 4할 타자이자 한국전 참전용사이기도 하지요.


9번 테드 윌리엄스
4번 조 크로닌

1번 보비 도어

8번 칼 야스트렘스키

27번 칼튼 피스크
6번 자니 페스키
14번 짐 라이스
42번 재키 로빈슨 (전구단 결번이라 파란색)


좌익수 쪽에는 그 유명한 그린 몬스터가 버티고 있습니다. 아마 다른 구장에선 절대 볼 수 없는 보스턴 구장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죠. 무려 높이가 11.3m에 이르는 높은 담장입니다. 홈런을 치려면 저길 넘겨야 합니다.(하지만 그만큼 홈 플레이트에서 그린 몬스터까지의 거리는 짧습니다.^^)


그린 몬스터 전경


그리고 중견수에서 약간 우측으로 메인 전광판이 있습니다. 중앙 전광판은 좀 작다고 느껴지는데 대신 오른쪽엔 뉴 밸런스, 왼쪽엔 뱅크 오브 아메리카 전광판이 있어서 여러가지 정보를 전해 줍니다.


펜웨이 파크의 전광판들


오른쪽의 뉴 밸런스 전광판에는 출전 선수들 명단이 나옵니다. 그런데 뉴 밸런스의 헤드 쿼터가 보스톤에 있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던킨 도너츠의 헤드쿼터도 보스톤 바로 밑의 canton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포드는 미시간주의 디어본 ㅎㅎ)


공격 선수들의 타순을 보여주는 뉴 밸런스 전광판


중앙 좌측의 뱅크 오브 아메리카 전광판에는 투수와 타자의 성적과 볼 카운트 등이 표시됩니다. 뭔가 좀 고풍스러운 디스플레이죠.


오늘의 투수는 2007년 사이영상 수상자인 제이크 피비! (하지만 6이닝 5실점으로 패전 ㅠㅠ)


저희가 자리잡은 곳은 정확하게 센터 필더 뒷자리였습니다. 보스톤은 다른 구장보다 티켓 가격이 꽤 많이 비싸더군요.ㅠㅠ


정중앙에서 바라본 경기장


가운데 로얄 박스 위를 잘 보시면 역시 보스톤의 역사가 걸려 있습니다. 붉은 색은 월드 시리즈 우승, 푸른 색은 리그 챔피언십 우승!


보스톤 레드 삭스 구단의 역사들

저희 자리에서 그린 몬스터를 쳐다 보면 그 위용을 더 실감할 수 있습니다.


옆에서 본 그린 몬스터


펜웨이 파크의 흥미로운 것 또 한가지는 양측의 불펜을 바로 붙여 놓았다는 것입니다. 우익수 뒤 쪽에 두 구단의 불펜이 나란히 있습니다.


두 구단의 불펜을 붙여 놓은 구조


오늘 경기는 올해 매우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인데 투수가 바뀔 때면 외야수들이 함께 모여 한쪽 무릎을 꿇고 저렇게 앉아 있더군요.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인지...


너희들 왜 그러고 있니???


자, 여기서 퀴즈 하나! 이건 보스톤 경기에서만(?)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장면입니다. 과연 무엇일까요???


힌트를 드리자면 3루수를 찾아보세요!!!


답을 맞추셨나요? 혹시 모르시는 분들께 힌트를 하나 더 드리자면 지금의 타자는 보스톤의 4번타자 데이빗 오티즈입니다. 그럼 대충 아실지도 모르는데... 이게 바로 오르티즈 쉬프트라는 것입니다. 저는 사실 오티즈 쉬프트는 그냥 선수들이 다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아예 3루수가 1루수와 2루수 중간으로 이동해서 수비하는 것이더군요. 그래서 사진의 맨 왼쪽 선수가 3루수가 되겠습니다. (중견수도 우익수 쪽으로 많이 치우쳐 있죠?)


맨 왼쪽의 수비 선수가 3루수!!!


경기는 보스톤이 졌습니다만 마지막에 마무리 우에하라 코지가 불펜에서 몸을 풀더군요. 제가 일본 살 적에 마쯔자카와 더불어 신인으로 데뷔한 선수였는데 이젠 노장이 되어 보스턴의 마무리로 활약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에하라 코지의 불펜 워밍업


경기는 6 대 2로 디트로이트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저야 뭐 그다지 아쉬울 것 없습니다만 보스턴 팬들은 엄청 아쉬워하더군요. 구장을 빠져나오는데 구장 벽에 씌어진 문구입니다. GO RED SOX!!! (역시 보스톤은 벽돌의 도시인 듯 합니다.)




추가로 한 마디 덧붙이자면, 우리 뒷 자리에 앉은 정신나간 보스톤 팬들 때문에 경기 외적으론 무척이나 불쾌한 관람이었습니다. 이 인간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술을 쳐마시기 시작해서 중간부터는 완전히 꽐라가 되어서 앞 뒷 사람들과 헛소리를 계속 해대고, 제 머리를 가격하지 않나, 옷에다 맥주를 쏟지 않나,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탕을 집어던지지 않나... 제발 경기장에서 술은 좀 적당히 마십시다! 


김병현이 왜 저랬는지 이해가 약간 되는... (사진출처: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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