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봤습니다. 개봉일에 혼자 가서 봤습니다. 스포일링 하지 말아달라는 봉준호 감독님 부탁도 있고 하니 SNS에 쓰기도 뭐해서 그냥 간단히 여기에 써 봅니다. 아마 여기까지 찾아오시는 분들은 큰 상관 없는 분들이겠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아래부터는 스포일러 포함 주의!!!)


1. 어, 이건 좀 박찬욱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이미 그런 이야기가 많군요. 봉준호와 박찬욱의 합체설에 공감했습니다. 반지하방은 봉준호스럽고 이선균의 저택은 박찬욱 느낌이 납니다. 


2. 조여정의 재발견. 이 영화로 연기상을 한 명만 줄 수 있다면 조여정씨에게 돌아가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다른 분들도 출중하지만 조여정씨 분량이 가장 재미있고 좋았습니다. 분량도 제일 많은 것 같습니다. 거의 모든 배우와 합을 맞추는 역입니다.


3. 출연을 했는데 포스터와 관객과의 대화에 나올 수 없는 비운의 배우가 있습니다. 바로 박명훈 배우. 그의 등장과 함께 영화는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됩니다. 그런데 그걸 미리 알릴 수가 없으니 무대 인사에도 못나오고 포스터에 등장도 못하고... 좀 안타깝네요. 앞으로 크게 흥하시길 빕니다! 


4. 설국열차 생각을 안할 수는 없습니다. 설국열차가 직설적인 부자와 빈자의 계급투쟁이었다면 기생충은 부자와 빈자의 블랙 코미디라고나 할까요. 설국열차는 뒤집어 엎자(다른 길을 찾자)는 이야기처럼 보이는데 기생충은 저들의 삶이 어떤지를 그냥 보여줍니다. 둘 다 이대로 가면 파국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5. 부자를 나쁘게 그리지 않습니다. 빈자를 동정의 시선으로 그리지도 않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이 영화는 그냥 뻔한 오락물이 되었겠죠. 부자는 딱 하나, 선을 넘지만 않으면 그만인 사람들입니다. 빈자는 악하고 거칠게 그립니다. 안타깝지만 그래서 사실적입니다. PC하지 않다고 욕을 먹을 것도 같지만, 그 속에서 느끼는 페이소스가 있는 영화입니다.


6. "잘사는 사람들이 구김살 없고 성격도 좋아"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이런 류의 말을 처음 들은 것이 박찬욱 감독의 인터뷰였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김규항이었던가. 아무튼 긍정적으로 한 말은 아니었지만 그 때의 인터뷰가 계속 생각났습니다. 


7. 아주 대중적인 영화는 아닙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업고 관객이 얼마나 들지는 모르겠지만, 상 받지 않았다면 300만명 가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될만큼.  


8. 반대로 영화제가 좋아할 만한 영화였습니다. 제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영화는 <미션>같은 몇몇 작품을 빼곤 대중성과는 별 상관 없는, 아니 솔직히 대중적이지 않은 영화들이 상을 주로 받는 영화제인데 <기생충>도 영화제 영화스러운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9. 송강호 가족이 이선균 집에서 탈출해서 비맞고 집에 갈 때 계속 내려가는 것은 분명 의도가 있는 것이겠죠. 언덕을 내려가다 계단을 내려가고 반지하로 내려가는 메타포


10. 저에게 이선균씨의 연관 검색어는 '짜증'. 왠지 몰라도 언제나 그 특유의 짜증 섞인 소리지르는 장면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선 그런 장면이 없는 것 같습니다. 맨 마지막 파티 장면과 죽기 직전 장면 보면서도 짜증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11. 등장인물이 많고 서로 서로 투샷이 많은데 제일 인상적인 투샷은 이정은 장혜진 배우의 투샷. 그냥 가족 코미디 같던 영화가 공포물 같은 분위기로 바뀌는데 언니 언니 하다가 갑자기 분위기 반전되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12. 장혜진 배우님의 늘어진 배 내놓고 하는 능청스런 연기와 조여정씨 앞에서 기품 있는 집사같은 분위기의 연기 전환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둘 다 이렇게 잘 어울리다니! 솔직히 <우리들>에서 말고는 본 적이 없었는데 앞으로 크게 흥하시길 빕니다.


13. <기생충>에서 수업에 쓸만한 장면은 역시 복숭아 알러지. 그 외에 유행성 결핵과 기생충.  


14. 위의 포스터에서 누워 있는 하반신은 누구인가 너무 궁금했는데, 그건 알 수가 없네요. 사실 포스터 처음 나왔을 때, 또 여자 죽는 이야기냐며 여혐 이야기가 잠깐 돌았는데,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영화에서 죽는 사람은 남자 둘, 여자 둘. 이선균은 포스터에 있으니까 아니고 제 생각엔 지하실에 살던 아저씨가 아닐까. 


15. 송강호 가족이 이선균 집에서 술파티 하는 장면까지가 좀 길다는 느낌입니다. 이정은 배우가 등장하면서 영화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들어가구요. 살짝 <지구를 지켜라> 생각이 나기도.


16.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계획".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죠. 


17. 흥행이나 평에서 <살인의 추억>을 넘을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한국적인 세계로 돌아온 봉감독님이 반갑네요. 


18. jtbc 서복현 심수미 기자의 장면에서 웃음이. 크레딧을 못봤는데, 연기를 한 것이겠죠? 손석희 사장님이 나오긴 어려웠겠죠. ㅎㅎ


19. [총평] 뭐라고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영화 


일단 보자마자 감상은 여기까지 쓰고 한 번 더 본 후에 좀 더 정리를 해봐야겠습니다. 




Posted by 바이오매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