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글 (봉준호 『기생충』 보자마자 리뷰라기 보다는 단상들)에 이어서 바빠 죽겠을 때 쓰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2회차 관람기입니다.


역시 스포일러 만땅일테니까 주의하세요!!!


0. 다 죽는다


이거 이러다가 다 죽어, 가 기생충의 메세지라고 봅니다. 누군가의 말이 생각나죠. 


1. 계획


영화에서 송강호 가족들은 모두 송강호에게 계획을 묻습니다. 영화에서 첫번째로 계획이 뭐냐고 묻는 사람은 송강호 부인 역의 장혜진 배우더군요. 그리고 비오는 날 이선균 집에서 탈출해서 아이들이 송강호에게 계획을 묻습니다. 그 때 송강호의 답은 계획이 없다, 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송강호는 계획 없이 이선균을 죽입니다. 우발적입니다. 이 영화를 계급의 영화로 놓고 봤을 때 <설국열차>와 가장 다른 지점이 바로 여기인 듯합니다. 계급투쟁 역사의 필연적 결과로 두 계급이 죽고 죽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사회가 이대로 가면 누구나 의도치 않더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메세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먹을 것 좀 가져다 주라는 악인


막판 칼부림이 난무하는 이 영화엔 그다지 악하다고 생각되는 인물이 없습니다. 물론 송강호 가족은 사기꾼이고 악인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찌보면 그냥 생존을 위해 적당히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그 최선이 남을 속여먹는 것일지라도 말입니다. 이정은은 장혜진의 발차기에 계단에서 굴러서 죽지만, 다음 날 파티에서 박소담에게 접시를 주고 지하실에 먹을 것을 좀 가져다 주라고 합니다. 그냥 내 이익을 위해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었을 뿐입니다. 누구나 자기 이익만 위해 살면 의도치 않게 서로 죽고 죽이는 세상이죠.


3. 부자에게 경의를?


이정은-박명훈 부부는 그냥 부잣집 지하실에서 빌어먹을 수만 있으면 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송강호 부부도 자기네가 이선균 가정 덕분에 먹고 살게 되었다고 감사의 건배를 합니다. 두 가정 모두 이선균에게 감사를 올립니다. 리스펙트!!! 남의 집에 몰래 산다거나 자기 신분을 속이고 사는 것에 대한 죄책감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파국입니다. 흥미로운 감상평 중에 이선균 가족이 불쌍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반대로 보면 이 영화는 부자들을 미화하는 영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저는 존재하는 어떤 측면을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4. 가져오는 자


빈자는 수석 따위 필요 없고 먹을 거나 사오라고 하고 부자는 먹을 거 전혀 필요 없으니까 그냥 빈손으로 오라고 합니다. 하지만 먹을 것을 사오는 것은 부자.


5. 귓속말


이선균-조여정 부부가 마약을 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추측이 많은데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아마 귓속말도 거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지? (봉감독님은 이런 이야기 나오는 상황 만들어 놓고 은근히 즐길 것 같은데...)


6. 혹시 꿈?


송강호와 최우식이 체육관에서 누워 대화를 한 뒤부터는 그냥 다 꿈이 아닐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맨 마지막에 송강호가 지하실에서 나와서 최우식을 포옹하면서 끝나지 않고 다시 지하실의 최우식을 잠깐 보여주고 끝나는데 그 마지막 컷 바로 전까지가 말이죠. 그런데 두 번 보니 애매하긴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더군요. 게다가 작년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서도 그런 비슷한 중의적 장면(맨 뒷부분은 모두 유아인의 소설이라는 중의적 해석)이 있었는데 또 그렇게 하진 않았겠죠.


7. 살인의 사이클


장혜진이 이정은을 죽이고, 이정은의 남편 박명훈은 박소담을 죽이고, 박소담의 아버지 송강호는 이선균을 죽입니다. 빈자들은 서로 기생충이 되려고 싸우다 죽고 죽이고, 그러다가 호스트도 죽죠. 호스트가 죽으면 다 죽는 겁니다. 결국 계속 반복하지만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는 메세지.


8. 비


비는 부자나 빈자 모두에게 내리지만 부자에게 비는 미세먼지를 씻어주는 고마운 비이고, 빈자에게 비는 물난리를 선사하는 비입니다. 부자는 장난감 같은 인디언 텐트만 치고도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자지만, 빈자의 반지하집은 똥물이 역류하죠.


9. 바퀴벌레 


송강호 가족 3명이 탁자 밑에 숨었다가 기어나오는 장면은 앞에 나오는 바퀴벌레 대사와 정확히 일치하더군요. 


10. 기타 내용


- 손석희 사장님 대역의 자세 때문에 웃었습니다.  

- 두 가족에 속하지 않은 이정은 배우가 칸에 간 것 보고 뭔가 중요한 역할이겠구나 싶었는데 박명훈 배우도 칸에 같이 갔다네요. 하지만 그 수 많은 사진에 얼굴도 못내밀고...ㅠㅠ 좀 불쌍합니다.

- 처음엔 필라이트를 넷이서 먹다가 나중에 세명은 삿뽀로를 마시고 엄마만 필라이트를 마시는데 그게 셋은 이선균네 집에 취업을 했고 아직 엄마는 취업하기 전이라서 그렇다는 썰이 있었는데 그 때는 엄마도 취업을 한 후였습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Posted by 바이오매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