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크릴 오일과 관련해서 부산 MBC에서 문의가 와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뒀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뒤늦게 크릴 오일과 크릴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보이더군요. 그리고 과학과 사람들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 에서 다루기도 했구요. 그래서 자료를 블로그에 옮겨 봅니다.
1. 크릴 새우는 새우가 아니라구요?
크릴이 새우와 비슷하게 생긴 갑각류라서 크릴 새우라고 많이 부르지만 실제로 새우와는 종이 다릅니다, 새우는 십각목(Decapoda), 크릴은 난바다곤쟁이목(Euphausiacea)이랍니다. 뭐 솔직히 동물 이름은 워낙 다양하고, 형태적으로 비슷한데 전혀 다른 종도 많아서 중요한 건 아닙니다. 아무튼 크릴은 전세계 바다에 분포하는데 특히 남극해 지역의 여러 생물들(고래, 바다표범 등)의 먹이로 유명한 생물입니다. 크릴은 플랑크톤을 먹고 살죠.
크릴의 모습 |
2. 그럼 크릴 오일은 무엇인가요?
크릴은 어마어마한 양의 수산자원이지만 쓸 곳이 없는 게 문제입니다. 일단 사람이 먹을 수가 없습니다. 그 이유는 불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크릴 가공품의 불소함량을 줄이기위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결국 크릴을 그대로 먹기는 힘들기 때문에 사료나 낚시 미끼로 쓰다가 사람들은 크릴에서 기름을 짜서 쓰게 됩니다. 그게 크릴 오일입니다. 크릴 오일의 주성분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인지질, 오메가-3지방산, 그리고 아스타잔틴(항산화물질이며 양식연어에 사용한다는 그 색소?)입니다. 이 물질들은 전부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인정된 물질들로 오메가-3 지방산은 혈중 중성지질 개선이나 혈행개선에 도움, 인지질(레시틴) 성분은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에 도움, 아스타잔틴은 눈의 피로도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3. 그런 물질들이 골고루 들어 있으니까 뭔가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보통 크릴 오일 제조사측에서 주장하는 효능은 기본적으로 3가지입니다. 첫째는 인지질이 물에도 기름에도 잘 섞여서 지방이 분해되고 혈관을 깨끗하게 해준다. 둘째는 인지질의 함량이 40-50% 이상으로 높아서 두뇌 건강, 치매 예방에 좋다. 셋째는 항산화물질인 붉은색 색소 아스타잔틴이 들어 있어서 노화방지, 산화방지 등등의 효능이 있다. 넷째는 다른 기름과 달리 화학용매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는 주장입니다.
문제는 어떤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만으로 그 물질을 먹었을 때 기능성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량 이상을 섭취해야 기능성을 나타내는(나타낼 수도 있다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보통 1g (1,000mg) 짜리 크릴 오일 캡슐 속에 오메가-3 지방산류가 120mg, 항산화물질인 아스타잔틴이 300ug 정도 함유되어 있습니다. 오메가-3 지방산이나 아스타잔틴이 다 건강기능식품 원료이지만 크릴 오일에 함유된 양은 건강기능식품이 요구하는 양에 못미치는 것이 문제죠. 건강기능식품이라도 되려면 아스타잔틴을 하루 6mg 이상 먹어야 하고 오메가-3 지방산도 하루 500mg 이상 먹어야 하는데 크릴 오일 캡슐 두 개를 먹으면 아스타진틴은 10분의 1양 밖에 안되고 오메가-3 지방산의 양도 절반 정도이니까요.
4. 그래서 크릴 오일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일반 식품인가보군요.
일단 크릴 오일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일반 식품 (어유의 일종)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오메가-3 지방산 같은 제품들은 건강기능식품 인증 마크가 붙어 있는 허가받은 건강기능식품이지만 크릴 오일은 아직까진 일반 식품이라는 거죠. 물론 크릴 오일의 기능성과 관련된 몇몇 연구 논문들이 있지만, 수 없이 많은 논문이 있고 오랫 동안 먹어온 오메가-3 지방산도 최근 효능이 없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 실정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함부로 효능을 믿기는 어렵습니다. 혹시 나중에 새로운 기능이 밝혀져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인증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연구가 덜 되었거나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의미라고 봐야 합니다.
5. 크릴 오일이 다이어트에 효능이 있다고도 하던데 어떤가요?
이 때문에 인지질 함량이 높은 걸 사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요. 크릴 오일의 주성분인 인지질은 인체 세포막의 주요 구성 성분이며 양극성 물질이라 기름을 녹이고 물에도 잘 녹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소위 ‘걸 그룹 주사’라고 잘 알려진 지방분해주사인 ‘PPC’ 주사의 성분과 같아서 살빠지는데 도움이 된다는 소릴 하시는 분들이 계시죠. 지금은 금지된 것으로 아는데 PPC(Polyene Phodphatidylcholine) 주사제는 원래 간경변 치료제로 개발된 것으로 식품이 아니며 피하지방에 주사해서 지방세포의 세포막을 직접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효과가 있으나 주사를 맞는 것과 구강으로 섭취하는 것은 기전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럽습니다. 그리고 인지질이나 불포화지방산도 먹으면 기본적 열량이 있기 때문에 살이 빠진다고 보기는 더 어렵다고 봅니다.
6. 그렇다면 크릴오일 복용을 피해야 하거나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크릴오일은 기본적으로 식품이기 때문에 큰 해가 될 이유도 없다고 봅니다. 대부분의 건강기능식품이나 식이보조제의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 위장관련의 배의 불편한 느낌, 식욕감퇴, 가스, 설사 및 메스꺼움 등이 있는데 그 정도가 아닐까 싶구요. 아마 갑각류 알러지가 있는 분들은 주의하셔야 할지 모르겠고 다만 오메가-3 지방산 제품도 마찬가지인데 산패가 쉽기 때문에 1년치나 몇 개월치를 한꺼번에 사서 드시는 것 보다는 소량을 자주 사서 먹는 편이 더 낫다는 이야기도 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오일 속 불소함량에 대한 표기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7. 크릴 남획으로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은 어떨까요?
가장 많이 보이는 글이 과거에 비해 크릴의 개체수가 80% 감소했다는 것인데, 그런 아티클이 많이 있지만 실제로 어떤지는 정확하게 잘 모르겠습니다. 2년 전 가디언에는 40%가 감소했다는 기사도 있었구요 (예전 논문도). 저는 생태학자가 아니라 정확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 일부 지역에 한정되어서는 개체수가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크릴 오일 때문에 크릴을 남획해서 크릴의 개체수가 감축된다는 것은 조금 믿기가 어렵습니다. 크릴은 개체수가 어마어마한데 사실 인간들이 많이 잡지 않던 어종이었거든요. 쓸 곳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요. 혹시 불소저감법이 개발되어 가공식품으로 개발이 된다면 그 때는 또 모르겠지요. 다만 크릴의 개체수와 빙하의 양이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 지구 온난화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그 이상은 제 능력 범위 밖이라서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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