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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트리톨 (Erythritol) 심장마비 뇌졸중 유발 논란?

바이오매니아 2023. 3. 2.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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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설탕대체 감미료인 에리스리톨 (erythritol)이 심장마비나 뇌졸중 같은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성을 높여준다 (정확하게는 '심혈관계 질환과 관련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몇가지만 이야기하고 가려고 합니다.

 

이번 뉴스의 논문 (https://doi.org/10.1038/s41591-023-02223-9)

 

1. 에리트리톨은 인공감미료인가? No!

 

아닙니다. 에리스리톨은 자연에도 존재하는 물질입니다. 미생물에 의해서도, 즉 발효를 통해서도 만들어집니다. 아래 표에서 보시다시피 에리스리톨이 많이 들어 있는 식품들은 대부분 발효식품 (사케, 미소된장, 간장, 와인)입니다. 산업적으로 생산할 때도 효모의 일종인 Moniliella pollinis 같은 균을 이용해 발효해서 만듭니다. 그런데 왜 네이처 메디슨이라는 엄청 유명한 저널에서 논문 제목에 인공감미료 (artificial sweetener)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두었는지 이상합니다. 물론 리뷰어들이 식품과는 상관 없는 사람들이어서 그랬을 것으로 추측합니다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인공감미료가 아니라 설탕대체제 (sugar substitute)라고 해야 맞을 겁니다. 물론 천연적으로 존재한다고 해서 안전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식품 속 에리트리톨의 함량 (doi: 10.1007/s00216-008-2016-x)

2. 국내 기사의 제목은 적절한가? 

 

이런 기사가 나올 때마다 국내 언론과 외국 언론의 보도 제목과 해석이 꽤 다릅니다. 제가 입아프게 강조해 왔지만 데이터와 해석을 막 섞어버리면 안됩니다. "데이터는 정확하게, 해석은 신중하게" 다뤄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언론에서는 에리트리톨이 심혈관계 질환을 "높인다"는 식으로 제목을 붙입니다. 반면에 외국 언론에서는 "관련이 있다 (link)" 정도로 이야기합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저는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뉴스를 다루는 국내 언론과 해외 언론의 제목 차이

 

3. 에리스리톨은 왜 사용하는가?

 

에리스리톨, 자일리톨, 만니톨, 솔비톨 같은 대체감미료들을 당알코올이라고 합니다. 당이 환원되면 만들어지는 알코올류라는 뜻이죠. 이러한 당 알코올은 몇가지 일반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열량이 낮고, 혈당을 높이지 않고 충치균이 이용하지 못하고, 용해될 때 흡열량이 높아 청량감(cooling effect)이 있고, 갈변반응이 잘 생기지 않습니다. 물론 모든 당알코올이 이 모든 특징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물질이 각각의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일리톨은 설탕에 비해 열량은 크게 낮지 않지만, 충치균이 사용을 못해서 치아 관련 장점을 이야기하고 있죠.

 

기능성식품학 교과서의 당알코올 특징 (윤선 외, 라이프사이언스, 2장)

 

하지만 당알코올은 몇가지 단점도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복부 팽만과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당알코올이 흡수되지 않고 대장에 내려가면 장내미생물에 의해 발효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과자나 음료 등에 과량으로 사용하지 않고, 청량감을 줄 수 있는 음료에 당알코올을 많이 사용합니다. 

 

에리스리톨은 당알코올 중에서 장점이 가장 확실한 천연물질이자, 화학 합성이 아니라 발효로 생산한다고 각광을 받아오던 감미료였습니다. 에리스리톨은 당알코올 중에서 흡수율은 가장 높으면서 열량은 가장 낮은 당알코올입니다. 흡수가 잘되니 대장에서 발효가 덜 일어나 복부팽만이나 설사가 잘 일어나지 않고, 열량이 낮으니 소위 "제로 칼로리" 제품에 사용이 가능했던 거죠. 게다가 미국에서 GRAS (Generally Regarded As Safe, 독성이 없고 안전한 물질이라는 뜻) 물질로 인정까지 받았으니 최고의 감미료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죠. 

 

4. 건강한 사람이 아닌 심혈관 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 문제는 아닌가?  

 

이번 네이처 메디슨의 논문은 그 시작이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혈액 속 대사물질과 심혈관 문제 발생과의 상관관계를 찾는데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대상자들은 평균 65세의 고령자에 평균 체질량지수 (BMI)가 29에 달하는,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고도비만에 가까운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건강한 사람들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최초 실험 대상자들의 특징

 

5. 에리스리톨이 심혈관계 질환 위험의 원인이라는 논문인가? No! 

 

아닙니다. 상관관계는 그야말로 서로 관계(association)이 있다는 것이지 원인과 결과의 인과관계를 뜻하지 않습니다. 특히 이런 관찰연구들은 인과관계가 금방 밝혀지지 않으며 더 많은 후속 연구를 통해서 결론이 날 것입니다. 다만 에리스리톨이 혈소판 활성화와 혈전생성에 관련되어 있다는 몇가지 실험 데이터를 확인한 만큼, 그 원인(중 하나?)인지 아닌지 후속 연구를 통해서 결판이 나겠죠. 

 

6. 대조군은 적절한가?  Hmm...

 

제가 이런 연구 논문에서 매번 아쉬워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건 대조군을 뭘로 잡느냐 입니다. 이 논문에서도 vehicle (대조군)로 생리식염수를 사용했더군요. 하지만 에리스리톨이 설탕 대체 감미료라면 설탕(또는 그 분해물인 포도당과 과당)하고 비교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혈소판 응집 실험에선 포도당도 사용했고 포도당은 혈소판 응집을 하지 않는다고 언급이 되어 있습니다만, 다른 실험 특히 in vivo thrombosis formation 실험에선 왜 설탕이나 포도당으로 실험하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7. 결론적으로 정리하자면?

 

이번 논문의 의의는 에리스리톨과 혈전증 유발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밝혔다는 것, 따라서 향후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제안했다는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저의 개인적인 의견은 건강한 성인에게 큰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고, 설탕보다는 낫지 않을까 예측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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