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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떡볶이 vs 쌀떡볶이 어느 게 더 맛있냐구요?

바이오매니아 2022. 4. 7. 22:56

음식 비교 논쟁이 여러가지 있습니다. 탕수육 부먹 vs 찍먹, 콩국수에 설탕 vs 소금, 순대에 소금 vs 막장(전라도는 초장?) 같은 것들이죠. 그 중에 떡볶이 밀떡 vs 쌀떡 논쟁도 꽤 치열한 논쟁 중 하나입니다. 

 

지금까지 제 경험으로는 서울/수도권 사람들은 밀떡, 부산/경남은 쌀떡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서울 신당동 떡볶이의 밀떡, 부산 다리집 떡볶이의 쌀떡이 그 대표를 나타내는 걸까요? 음식 문화적 측면에서는 그럴듯하기도 합니다. 설 명절에 쌀이 많이 나는 남쪽은 쌀로 만든 떡국, 밀이 많이 나는 북쪽은 밀가루피로 만든 만둣국을 먹기도 하죠.

부산식 쌀떡볶이의 대표 다리집 떡볶이

 

밀떡볶이의 고수 인천 남동공단 떡볶이

문제는 문화적으로 이런 차이가 있구나, 로 끝나지 않고 어느 게 더 맛있다고 싸우는 경우입니다. 맛있는 게 뭔데요, 라고 물으면 정답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사람들마다 각자 자기가 생각하는 답을 얘기하지만 어느 게 맞다고 이야기하기도 애매하죠. 그래서 작년에 학생들이랑 밀떡과 쌀떡을 비교하는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참고로 여기서 비교란 맛의 비교가 아니라 물성적 특성이고 이 블로그 포스팅은 그 실험 결과입니다. (조금만 더 보완하면 논문으로 낼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제가 학교를 떠나는 바람에 그냥 여기에 공개할까 합니다. 숫자는 다 빼버렸고 %로 나타낸 것도 블로그 글 쓰면서 대충 계산한 겁니다.)

 

그 전에 제일 중요한 것. 밀떡과 쌀떡을 비교하려면 같은 크기의 떡으로 비교해야 한다는 겁니다. 대체로 밀떡은 가늘고 짧고, 쌀떡은 길고 굵습니다. 그래서 그 자체로 식감이 많이 다르죠. 그래서 저희는 같은 회사에서 만든 직경(13mm)과 길이(70mm)가 같은 밀떡과 쌀떡을 구해서 실험을 했습니다. 일단 떡 구하기가 제일 힘들었고 매우 중요했다고 봅니다. 

 

1) 부착성(adhesiveness): 쌀떡이 밀떡보다 월등히 높음 (3배 정도)

 

즉 쌀떡이 찐득찐득한 느낌이 더 강합니다. 같은 크기인데도 그런데 가래떡처럼 크면 부착성이 더 강하게 느껴지겠죠. 아마 이건 실험을 하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그렇게 느끼실 겁니다.

 

2) 씹힘성(Chewiness)과 탄성(springiness): 밀떡이 20-30% 정도 더 높음

 

씹힘성은 고체 식품을 삼킬 수 있을 정도로 씹는데 필요한 힘을 뜻하고 탄성은 스프링처럼 되돌아오는 정도를 뜻하는데 결국 밀떡이 더 탱탱하고 조직감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것도 아마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일 것이구요. 

 

3) 염분흡수도: 밀떡이 조금 더 높음  

 

밀떡과 쌀떡을 떡볶이 국물 정도 염도의 소금물에 담궜다가 염분을 얼마나 흡수하나 측정을 해보았는데, 밀떡의 염분 흡수도가 더 높았습니다. 보통 밀떡과 쌀떡 중 소스를 어느 것이 더 많이 흡수하느냐가 가장 큰 쟁점인데 밀떡의 흡수도가 더 높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4) 소스흡수도: (정확한 방법은 아니지만) 밀떡이 더 높음 (특히 국물떡볶이에서)

 

이게 제일 어려운 실험인데요. 뭔가 정해진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도 떡볶이를 조리한 후 소스가 묻은 떡을 체에 받쳐 놓아서 겉에 묻은 양념을 제거하고 그 다음에 물에 풀어서 떡을 제거하고 늘어난 무게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여러번 측정해서 평균을 내보았습니다. 이 때 떡볶이 소스는 시판 중인 조림떡볶이 소스(국물이 거의 없는 것)와 국물떡볶이 소스 두 종류를 갖고 해보았는데, 조림 떡볶이의 경우엔 소스 흡수도가 거의 비슷하고 밀떡이 아주 살짝(10% 이내) 높았지만 국물 떡볶이의 경우엔 밀떡의 흡수율이 30% 정도 더 높더군요.

실험에 사용한 조림떡볶이 소스(좌)와 국물떡볶이 소스(우)

 

5) 대세에 영향을 주지 않는 기타 특성: 전분용출도와 수분흡수율

 

전분용출도는 거의 비슷했지만 쌀떡이 좀 더 높았습니다. 쌀 속에 전분이 더 많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되구요. 수분흡수율은 밀떡이 조금 더 높았는데 그건 위의 염분이나 소스 흡수도와도 일맥상통하는 결과겠죠. 아마도 밀떡은 글루텐 때문에 망상구조를 좀 더 잘 이루고, 그 사이 사이에 소스가 들어갈 확률이 높지 않나 추측합니다. 그래서 SEM(전자현미경)을 찍어서 간단한 논문도 한 번 내볼까 했지만...ㅠㅠ

 

6) 그래서 결론은? 

 

위와 같은 실험 결과로 본다면 떡 자체의 식감은 쌀떡이 더 쫀득(찐득)하고, 밀떡은 더 미끈거리고 탱탱하며, 소스의 흡수는 국물이 많으면 밀떡이 좀 더 흡수를 잘 하지만, 꾸덕한 조림식 떡볶이라면 아주 약간의 차이밖에 없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뭐냐구요? 굳이 결론을 내자면 국물이 있게 끓여 먹는 거라면 밀떡볶이가 좀 더 어울릴 수 있고, 하지만 꾸덕하게 조려서 먹는 거라면 큰 차이 없고, 좋아하는 떡의 식감에 따라 그냥 좋아하는 것 드시면 된다는 겁니다. (내 이럴 줄 알았다, 하시는 분들이 계실 듯 ㅎㅎ)

 

이상으로 밀떡 vs 쌀떡 논쟁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요??? 

 

 

참, 끝으로 이 실험을 직접 수행한 4명의 제자들 (유승연/주성운/허준영/박민호)께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다들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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