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천을 봤다. 내가 가장 아끼는 후배들, 하나도 아닌 둘과, 관련된 영화고, 영화의 시작 전부터 화제의 중심에 섰었지만 결국 참담한(?) 실패로 끝났던 영화, 중천.

솔직히 말하자면 영화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여기서 “생각보다”라는 것은, 내가 외국에 있기 때문에 영화보다는 영화평을 먼저보는 관계로 혹평을 받은 경우는 기대 수준을 낮춰잡기 때문이다. 대개 관객평이 좋은 경우의 기대수준이 제일 높고, 평론가 평이 좋은 경우는 중간, 둘 다의 평이 안좋으면 당연히 기대수준이 제일 낮은데, 중천의 경우는 마지막에 해당되었다.

(마음 속으로 비교하기로 마음먹은 영화는 <비천무>. 그러고 보니 비천무도 내 동창의 오빠가 만든 영화였는데, 여러가지로 비슷한 면이 있다. 무협활극에, 비주얼에서 호평받고 스토리로 욕먹고, 김희선 vs 김태희 등등… 내가 보기엔 중천의 경우는 비천무보다는 낫지 싶다. 단지 기술적인 진보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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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천 덕에 다시금 주목받은 비천무, 사실 나는 비천무도 그리 나쁘진 않았다.)

중천을 한마디로 평하자면, “어정쩡하다”고 하겠다. 중천은 정말 어정쩡했다.

중천에 대한 가장 많은 비난이 스토리인데, 한 두 페이지짜리 시놉시스만 놓고 보자면 그렇게 나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일단 이해하기 쉽다. 이해하기 쉬운 것은 중요하다. 이런 판타지물 중에는 스토리를 따라가지 못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만화로 비천무를 보지 못했던 나는 지금도 그 이야기가 뭘 하자는 것인지 기억을 못한다.) 하지만 여기서 이해하기 쉽다는 이야기는 중천의 대강의 줄거리일 뿐이다. 한 여인을 사랑하는 남자가 중천에서 여인과 옛동료들 사이에서 싸운다는…

문제는 이걸 두 시간 (실제 러닝타임은 100분 조금 넘는 정도?) 동안 밀도있게 이야기하기인데, 그러러면 줄거리만 가지고는 안된다. 디테일이 부족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디테일보다는 짜임새가 없었다.

게다가 가장 어정쩡했던 것은 정통사극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형사나 다모같은 퓨전사극(?)으로 갈 것인지 확실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실 이 지점이 제일 아쉬웠는데 배우들의 연기력이 떨어진다, 대사가 나쁘다, 이야기의 디테일이 없다고 하는 비판들이 이것과 맞물려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중천의 스토리는 누가 봐도 전형적이다. 내 생각에는 너무나 전형적인 스토리를 줄거리로 잡았다면 당연히 정통 사극, 차라리 신파라고 하더라고 그쪽으로 갔었어야하지 않나 싶다. 대부분 중천에서 “깨는 장면”들은 정통과 퓨전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만 더 언급하자면, 조금 심하게 말해서 우리나라에서 판타지는 어렵다. 언젠가 여기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 역대 흥행 10위와 미국 역대 흥행 10위를 비교해보면 너무나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영화들은 대부분 리얼리즘적인 (그것도 근대나 현대 배경의) 영화다. (거의 유일한 예외에 가까운 <괴물>에 박수 한 번 짝짝!) 그에 비해 헐리욷의 흥행 영화들은 소위 공상과학 판타지물들이 대부분이다. 조악하게 요약하면 헐리욷은 창의적이고 충무로는 현실비판적이다.

이건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비슷한데 미국이 창의성으로 무장한 신기술, 신개념으로 시장을 창출해나간다면, 한국은 기존의 기술(현실)을 잘 버무려서 시장을 잠식하는 방식이다. 이런 의미에서 중천은 우리가 못하던 것, 도전하지 못하던 것에 대한 유의미한 시도였지만 그 실패의 여파가 오히려 앞으로 더 그런 도전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된다. (여기에 D-War까지 망한다면??? 심형래 화이팅!)

중천의 비주얼에 대해서는 연기나면서 사람나오는 장면 빼고는 정말 대단한 발전이다. 게다가 우리의 기술이라고 하니 뭐 여기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찬사를 보내고있고 엊그제 대종상도 받고 했으니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름 당시 최고 흥행작이던 은행나무침대와 기술적인 진보를 비교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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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면 좋던데...)

난 김태희를 작년 여름에 열흘 동안 고국방문했을 때 본 휘발유 선전말고는 본 적이 없어서 김태희의 연기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사람마다 자기의 연기 스타일이 있으니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캐릭터가 아주 모호했다는 것 (듀나는 코믹하게 가려고 했을 것이라고 했던데). 그리고 입을 너무 많이 벌리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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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희씨, 입 연기만 조금 더 보완하시길!!!)

차라리 절절한 순애보에 집중하고 수애를 캐스팅했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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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안보기 때문에 해신은 못봤지만 이런 스토리엔 왠지 수애씨가 어울릴 것 같은데...)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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