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다.
까를로스 산타나의 <유로파>의 연주로 시작해서 심수봉의 <사랑밖엔 난 몰라>로 끝나는 이 영화는, 주인공의 삶 역시 <유로파>에서 <사랑밖에 난 몰라>만큼으로 추락하는, 또는 변해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절망은 아니다. 분명히 평범한 우리네 인간 군상들이 보기에는 일종의 추락이고 절망인데, 감독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묻는다. "너 행복하니?"
그렇다. 누가 영화 광고 카피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질문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당신은 행복한가. 왜 행복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에? 아니면 돈이 많아서? 그 정답은 무엇일까...
최근 내 개인적인 고민거리이자 관심거리는, 연극이나 드라마 제목으로 유명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이다. 최근 회사 생활을 하면서, 또는 주위 사람들을 보면서 과연 이 사람들은 무엇을 기쁨으로 사는지 궁금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관심거리도 다양하고 각자의 삶이 천차만별이지만 그걸 통일해서 묶을 무엇이 과연 있을까? 솔직히 드는 첫 번째의 생각은 '돈'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렇다. 사회의 물신화니 자본주의의 노예니 뭐니 많은 사회과학적인 분석도 대부분 인간의 욕망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만악의 근본이고 우상이라고 배우는 기독교인들에게도 돈은 '좋은 수단'이라는 이유로 주객전도의 원인제공을 한다.
물론 돈이 최고는 아니다. 하지만 무얼 하든지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한다. 즉 행복이라는 층위의 최고가 아니고 근본이다. 그렇기에 돈은 더 우리를 얽맨다. 최고가 아니고 근본이기에 우리의 선택이나 생활 습관에 있어서 돈이 기준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거부할 것으로 예상되듯이, 행복과 돈은 같지 않다. 행복의 층위의 기초에 돈이 있더라도 말이다.
바로 그 때, 임순례 감독은 보여준다. 이런 삶은 어때?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어느 무명밴드 기타리스트의 모습은 초라하고 또 초라하다. 헐리욷 영화라면 돈을 많이 벌거나(소위 성공하거나), 돈을 초월한 인간승리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감동을 선사하겠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못하다. 예술영화라고 한다면 돈에 의해 좌절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사람의 폐부를 긁어놓겠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도 않다. 그냥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린다. 계속 사람들은 떨어져 나가고 들어오면서 말이다.
음악의 꿈을 못 버려 가라오케에서 기타 하나로 자신의 음부를 가리고 연주를 하는 주인공은 과연 행복할까? 그렇다고 학창시절 밴드의 꿈을 키워오다가 그 꿈을 버리고 약사로, 공무원으로,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는 원조 와이키키 부라더스 멤버들은 행복할까? 아니면 그들은 정말 불행할까?
그 해답을 찾는다면 이 영화는 정말 좋은 영화가 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있다.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덧붙여] 중학교 시절, 친구 다섯명이 그룹사운드 하나 만들어서 멋들어지게 남들 앞에서 폼잡으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 다섯명 중에 인문계 주간 고등학교에 진학한 친구들은 단 두 명. 그걸로 우리들은 흩어졌고, 나는 공부에 귀의했다(정말?).
고등학교 1학년 겨울에 수학여행을 갔는데 텅빈 경주시내 어느 호텔인지 여관에서 있었던 장기자랑에서 나는 우리반 대표로 등떼밀려 노래를 불렀고(꿈의 대화), 내 중학교 친구중 하나는 정말 그룹사운드를 만들어서 노래를 부르더군... 음... 이 영화를 보면서 왜 그때 생각이 자꾸 나는지... 왜 좀 서글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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