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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용의자 공개...가족 사과까지 - 가족사과? 그게 옳은가?

바이오매니아 2009. 1. 3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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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용의자 공개...가족 사과까지
지난해 3월 무차별 칼부림으로 여러 명이 숨지거나 다친 사건 보도를 보면 용의자의 초중고시절 사진도 구해 가족 생활까지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집중적인 취재 공세에 용의자의 가족은 언론을 거의 피할 수 없고 심지어 용의자 대신 공개 사과까지 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일본의 경우 사회 공동체의 이익을 보다 중요시하는 관례가 확립돼 있기 때문에 중대 범죄의 경우 신상 공개를 법적으로 상당히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일본 법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충격적인 사건으로 모두가 우울한 때입니다. 때문에 용의자 얼굴 공개, 신원공개, 사형제 존폐 논란이 벌어지고 있네요. TV에는 인권은 얼어 죽을! 이라는 표정의 성난 "이웃주민"이 나오셔서 울분을 토하고 계십니다. 네, 맞습니다. 저도 화가나고 어떻게 사람이 저런 짓을 할 수 있을까, 탄식이 나옵니다. 사형제 폐지쪽으로 조금 기울다가도 이런 사건을 보면 죄과는 치루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복잡합니다. 

하지만 한가지는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범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벌써 많이들 잊었지만 버지니아텍에서 조승희라는 한국인이 총기난사사건을 일으킨 것이 채 2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 때 조승희씨 가족들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없지요. 타임지에서는 한국의 할머니를 취재한 적이 있었지만 미국의 가족들은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습니다. (변호사를 통해서인가 사과 성명을 발표한 적은 있지요). 왜였냐 하면 FBI가 살인자의 가족을 "보호"했기 때문이지요. 

미 연방수사국(FBI)이 발표 몇 시간 전인 16일 밤 조의 부모에게 사실을 설명한 뒤 외부의 손길에 시달리지 않을 곳으로 데려가 보호 중이라는 소식도 생소한 한편 신선하게 들렸다. 동정할 가치도 없는 살인마의 가족을 배려하고 그들을 공개적으로 당당히 위로할 수 있다는 것. 이는 용기의 문제에 앞서 책임의 본질을 명확히 규정해 접근하는 합리적인 사고방식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조가 한국 국적이라는 사실에 대다수의 미국인이 신경을 쓰지 않으며 "국적이 무슨 상관이냐. 한국에서 총 쏘기를 배워온 것도 아닌데"라고 반응하는 사실과도 맥이 닿는다.

사실 범인의 가족들도 어찌보면 피해자입니다. 피해를 호소할 데도 없는 피해자이지요. 그래서 일부 국가에서는 범인의 가족들이 충격을 딛고 살아갈 수 있도록 상담을 하거나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나라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조승희의 잘못을 가지고 온 한국인이 죄책감을 느낀 것, 또는 일본의 가족 사과, 이런 것은 우리식 가족 문화, 공동체 문화때문일 듯 싶습니다. 공동체 문화 그 자체가 나쁘다고 보진 않지만 사실 일본의 가족 사과와 같은 것은 별로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일본의 보도방식은 더욱 더 말입니다. 일본의 범죄 보도는 저질 저널리즘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모르겠지만 제가 일본에 살았던 시절 하루 종일 "와이드 쇼"라는 프로그램들이 성행했는데 연예인 뒷이야기나 범죄 사건을 스포츠신문보다 더 자극적인 방식으로 보도하곤 했습니다. 위의 기사에서 나온 것 처럼 용의자의 가족들을 계속 방문하고 초중고등학교 친구나 이웃들 찾아다니면서 그 사람이 예전에 이랬대더라, 저랬대더라 라는 내용의 보도가 그렇게 필요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얼굴 몇 번 보지도 못한 이웃이 이런 사람이었다고 하면 그게 그 사람이 되는 건가요?

용의자 얼굴을 공개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필요에 따라 결정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 가족들이나 친지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하는 것은 좀 더 신중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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