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를 읽다.
대개 그러하듯 경영인이나 정치인의 책은 허무하다. 그런 책은 어느 정도 본말전도의 성격을 갖는다. 그리 바쁜 사람들이 책을 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사람들이 쓰는 책은 뭔가 다른 목적이 있다. 예를 들어 정치인의 책은 후원회나 선거를 의식한 일종의 광고이며 경영인들의 경우도 그리 다르지 않다. 게다가 직접 쓰지 않고 대부분 대필(거의 창작 수준의 경우도 있지만)이다. 조성기의 소설에서였던가 어디선가 대필작가의 애환을 다룬 소설도 있었다. 물론 왕회장 같이 대단하신 분들은 TV 작가 김수현같은 거장(?)에게 대필을 부탁하기도 한다지만...
아무튼 안철수연구소의 코스닥 상장과 비슷한 시점에 나온 이 책에 대해 호감을 가질 생각이 나는 별로 없었다. 그런데 책제목이 맘에 걸렸다. 영혼이 있는 승부? 이건 경영인들의 책제목이 아니다. 로버트 슐러의 <불가능은 없다> 돌아가신 왕회장의 <실패는 있어도 시련은 없다>, 희대의 사기꾼이 된 김우중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뭐 이렇게 제목만 봐도 뭔가 '필'이 팍 오는(사지 말아야겠다는^^) 제목이 아니고 영혼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제목이 조금은 생소했고, 안철수 연구소의 주가 폭등에도 "우리는 절대 주가를 관리하지 않겠다"(정말?)라는 그의 신문기사가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사게 만들었다.
안철수. 그는 조금 이상한 이력의 사람이다. 사람의 이력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느 면에서 천박하고 어느 면에서는 당연하다. 전자는 그 사람의 출신 지역이나 학교 등을 따지는 것이고, 후자는 그 사람이 살아온 길을 보는 것이다. 하여튼 그는 의사이고 의대교수였고(나는 의례 의사들이 그러하듯이 무슨 외래교수정도인줄 알았는데 정식으로 대학의 의예과 학과장까지 했다) 벤처기업 사장이다. 이 두가지 이력의 딱 하나 연관성은 '바이러스'라는 것인데, 아직도 컴퓨터 바이러스가 컴퓨터를 오래하는 사람에게 걸리는 질병으로 아는 어른(우리 아버지)들이 계시기는 하지만, 사실 내가 쓰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모두 병원성 바이러스와 컴퓨터 바이러스는 전혀 상관없는 별개의 것인 것을 알 것이다. 그렇다. 이 둘은 분명 다른 것이다. 그는 이렇게 전혀 다른 두가지의 이력을 갖고 있는 독특한 사람이다.
결국은 그가 의사를 포기하고 벤처기업 사장이 되었다. 1,000만달러 인수제의(과연 나라면? 판다. 당신이라면?)를 거부하고 말이다. 하지만 내가 그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그런게 아니다. 가끔 보면 분명 욕심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작은 이익을 나누는 사람들, 왼손이 모르게 좋은일 하는 사람들이 드물지만 찾아보면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사장이 되지 못한다. 사장이란 이익을 극대화하고, 회사를 키우고, 대박을 터뜨리고, 이름을 날리고, 수단과 방법보다는 결과가 말하고, 뭐 이래야 하는 것이다. 정직하게 사업한다? 웃기는 소리다. 적어도 내가 보고 들은 바는 그렇다. 그런데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조금 다르다. 그는 자화자찬하지 않는다. 그는 사람을 다룰 줄 안다. 그는 자신의 꿈을 더 거대하고 예쁘게 포장하지 않는다. 자신의 비전에 따라오지 못하는 사원들에 대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어설프지 않다. 이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드물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주목하게 되었고, 언제나 그냥 넘기던 신문의 주식시세표에서 그의 회사 주가에 주목한다.
영혼이 있는 승부. 그는 종교인이 아니다. 그러나 그런 그가 영혼을 말한다. 정직과 성실로 승부한단다. 그래 그런 것이 가능한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안철수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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