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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최강 생물체 물곰, 팩트체크를 해봤습니다.

바이오매니아 2019. 10. 1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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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하늘"이 올해 10주년이라길래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어린 학생들이 올지도 모른다고 해서 강의자료를 바꾸다가 미생물은 아니지만 물곰 이야기를 살짝 하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사실 명색이 극한미생물 연구자이다 보니 물곰(곰벌레) 뉴스가 자주 눈에 띕니다. 과학 팟캐스트들에서도 자주 다루는 생물이구요. 물곰에 관해서는 올해들어서만도 이런 뉴스들이 있었습니다.



분명 흥미로운 생물이지만 물곰은 학문적으로보다 대중적으로 훨씬 더 인기있는 생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그럴만도 합니다. 대부분의 기사에서 다루는 물곰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놀라운 것은 영하 273도, 영상 151도, 치명적인 농도의 방사성 물질에 노출돼도 곰벌레는 죽지 않는다는 사실. 심지어 곰벌레는 음식과 물 없이도 30년을 살 수 있는 불사에 가까운 존재다." 


"특히 영하 273도의 극한 환경은 물론 섭씨 151도의 고열에도 생명력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수십 년 동안 물과 음식이 없어도 살 수 있고 방사선에 노출돼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다수 동물들은 10~20Gy(그레이)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목숨을 잃지만 물곰은 5700Gy에도 견뎌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지구에서 가장 깊은 심해로 알려진 마리아나 해구보다 6배 높은 수압에도 견딜 수 있습니다. 마리아나 해구는 지상의 기압보다 1000배 이상의 수압을 보이고 있습니다." 


 "섭씨 150도의 고온이나 절대온도인 영하 272도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생존에 필요한 환경인 물이나 공기, 먹이가 없는 극한환경에 처하면, 몸을 공처럼 말아 가사 상태에 빠진다. 이 상태로 수십년간 버틸 수 있다. 지구 생명체에 치명적인 외계의 방사선에도 견딜 수 있다. 대부분의 동물은 10~20그레이의 방사선으로도 사망하나, 물곰은 5700그레이까지 견딘다." 


 "완보동물문은 남극의 혹독한 추위나 300도에 달하는 열, 우주 방사능, 산소나 물이 전혀 없는 공간 등 생명체가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은 환경에서도 거뜬히 생존하는 강한 생명력을 보인다."



1) 물곰이 300도에서 살 수 있을까?


아니, 150도도 놀라운데 300도에서도 산다구요? 혹시 이건 지난 번 450도에서 사는 새우처럼 잘못 알려진 것은 아닐까요? 그 때도 450도에서 새우가 사는 것이 아니라 450도 마그마가 나오는 열수구 주변 환경에서 새우가 살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영어로 된 자료들을 좀 찾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라이브 사이언스의 Facts about tardigrades에 이런 내용이 나오더군요. 


Research has found that tardigrades can withstand environments as cold as minus 328 degrees Fahrenheit (minus 200 Celsius) or highs of more than 300 degrees F (148.9 C), according to Smithsonian magazine.


그러니까 300도는 화씨, 섭씨로는 150도 정도가 되겠습니다. 아마 300도에서 산다고 하는 건 이 섭씨와 화씨를 헷갈려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은 생각보다 흔하죠. 


2) 그렇다면 물곰이 150도에서는 살 수 있을까?


그런데 물곰이 150도에서는 살 수 있을까요? 제 블로그에 여러번 이야기했지만 지금까지 지구 최고의 온도에서 사는 생물은 121도 또는 122도에서 자라는 미생물(고세균) 뿐입니다. 그래서 위의 라이브사이언스 아티클에 링크된 스미소니언 매거진을 다시 가봤더니 거기에 같은 내용이 언급되어 있는데 레퍼런스가 달여 있었습니다. 그 논문(북 챕터)는 물곰 연구로 유명한 호리카와 박사가 쓴 내용인데 그 논문 중에 언급된 내용을 다 적기는 그렇고 간단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1950년 Becquerel은 완보동물(tardigrade) 중 Mi. tardigradum와 Ra. oberhauseri 가 -273도에서 노출되어도 살아 남았다고 보고했다.  
  • 1842년 Doyère는 Ma. hufelandi가 120–125°C에서 살아났다고 보고했다.
  • 1921년 Rahm은 Ra. oberhauseri가 110–151°C에서 35분 가열한 후 살아났다고 보고했다.
  • 하지만 2001년 Ramløv와 Westh는 Ri. coronifer가 100°C에서 1시간 가열한 후 살아나지 못했고 LD50 온도는 76°C라고 보고했다.
  • 2008년 저자인 Horikawa 등은 Ra. varioeornatus가 90°C에서 1시간 노출되었을 때 90%가 생존했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결론에 이런 언급이 나옵니다. 


" On the other hand, it is likely that tardigrades cannot survive high temperatures more than 150°C according to data from Rahm (1921), meaning that habitable environments for tardigrades can be largely limited by the upper survival temperature for tardigrades."


결국 섭씨 150도의 언급은 아주 오래전인 1921년 논문에 근거한 것으로 이론적으로 가능할지도 모르는 최고치를 언급한 것일 뿐 실제로 그 온도에서 물곰이 살아간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실제로 2016년에 Nature Communications에 보고된 물곰 관련 논문에서는 이렇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 The dehydrated tardigrades withstand a wide range of physical extremes that normally disallow the survival of most organisms, such as extreme temperatures (from −273 °C to nearly 100 °C)



3) 그런데 물곰은 그렇게 낮은 온도와 높은 온도에서 정말로 사는 것일까?


저는 이게 제일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물곰이 저 온도에서 산다고 할 수 있을까요? 사실 물곰은 산다고 하기보다 견딘다, 또는 죽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사진 출처 : https://twitter.com/AFP/status/885865866990149632/photo/3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하는 것 중 하나가 호열성(thermophilic)과 내열성(thermotolerant)의 차이, 즉 그 환경을 좋아하는 것과 그 환경에서 견디는 것의 차이입니다. 보통 극한미생물 또는 극한생물을 Extremophiles라고 하는데 그건 평범한 환경보다 극한의 환경에서 더 잘 자라고 생육한다는 의미죠. 그러니까 물곰은 사실 어떤 극한의 온도에 노출되었을 때 죽지않고 견디긴 하지만 그 환경에서 더 잘 자란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실제로 위의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논문에선 물곰을 섭씨 22도에서 키웠으니 말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생물이 어떤 환경에서 산다, 라고 이야기하려면 그 온도에서 성장 및 reproduction이 가능할 때 그렇게 말해야 할 것입니다.  


이 외에도 방사선 조사나 온도, 압력 등에 대해서도 좀 더 찾아봐야 할 자료가 많이 있겠습니다만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그럼 아래 물곰의 귀여운 모습을 보면서 안구정화!!! 



귀여운 물곰으로 안구정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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