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와 유산균에 대한 정리

올 봄에 "막걸리에 유산균???"이라는 포스팅을 하고 나서 지난 몇 개월간 막걸리에 유산균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질문을 참 많이 받았습니다. 요구르트보다 500배라고 하는 것이 실제로 저 역시 잘 믿어지지가 않아서 간단한 실험들을 해 보기도 했습니다. 논문도 정리해 보았구요. 그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봅니다. 

1. 막걸리에 유산균이 있나요?

생막걸리에는 있습니다. 하지만 살균막걸리에는 없습니다. 몇몇 논문에서도 주장하고 있어서 실제로 BCP 배지에 생막걸리를 테스트해 본 결과 유산균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BCP 배지에서 노란색을 나타내는 유산균 colony들

  

2. 막걸리에 유산균은 얼마나 있나요?

논문에는 희석전 기준 대략 ml당 수백만-1억마리 정도의 범위이지만 실제 시판되는 생막걸리에는 그보다 적은 양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막걸리속의 유산균수에 대한 논문은 2편이 있습니다. 한 편에서는 발효가 끝난 후 ml당 830만마리^[각주:1], 다른 한 편에서는 ml당 1억 8천4백만 마리^[각주:2]라고 보고했습니다. 그러므로 대략 ml당 수백만-1억마리 정도의 범위 입니다. 하지만 이 두 논문 모두 1) 시판 제품이 아니라 직접 누룩으로 발효를 했으며, 2) 희석시키기 전의 원주 상태라는 것입니다. 만일 물을 부어 희석을 한다면 다시 절반 정도로 줄어들 것이고, 발효 후 숙성기간에 유산균 수는 감소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시판되는 몇몇 생막걸리를 테스트해본 결과 논문의 결과보다는 꽤 적은 수의 유산균수를 확인했습니다. (정확한 숫자는 여러번 반복 실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군요.) 

최종적으로 830만 마리/ml (한국식품과학회지, 2005 v.37, no.1, pp.61-66)

1억8400만마리/ml (Food Science and Biotechnology, 2007, v.16, no.6, pp.994-998)

3. 막걸리 발효는 효모가 하는데 왜 막걸리에 유산균이 있나요? 

누룩에 유산균이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시중의 누룩을 구입하거나 얻어서 확인을 해본 결과 누룩 속에 상당량의 유산균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물론 유산균 뿐만 아니라 당화를 위한 곰팡이, 알코올 발효를 위한 효모, 기타 잡균들도 있습니다. 

금정산성누룩

판매하는 산성누룩

전라도 송학곡자

4. 누룩에 왜 유산균이 있나요? 

어려운 질문인데 아마 누룩을 만드는 통밀가루 반죽이 유산균이 살기에 좋은 환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니면 누룩방에 유산균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죠. 

 

5. 생막걸리에는 모두 유산균이 있나요?

막걸리를 어떤 방식으로 빚느냐에 따라서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방식의 누룩을 사용하지 않고 곰팡이와 효모를 인위적으로 접종하는 방식(입국)으로 막걸리를 빚을 경우는 유산균의 수가 매우 적을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6. 유산균은 어떤 종류가 있나요?

주로 락토바실러스류가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의 논문^[각주:3]을 봐도 주로 Lactobacillus 류들이 주를 이루고 저희가 실험해 본 결과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Journal of Microbiology and Biotechnology,2008, v.18, no.10, pp.1678-1682

7. 생막걸리를 마시면 요구르트를 마시는 효과가 있을까요?

생막걸리 제품에 따라 유산균의 수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초기에 생각했던 것 보다는 많은 유산균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효과는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막걸리 담그는 방식에 따라, 사용한 누룩에 따라, 발효 방식에 따라, 발효 후 후발효의 여부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또한 몇몇 제품의 경우는 요구르트보다 훨씬 낮은 수의 유산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막걸리는 몸에 안좋은 알코올도 같이 섭취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8. 막걸리 속의 유산균이 요구르트보다 100배, 500배 많다는 것은 어떻게 나온 이야기인가요?

아마 이런 식으로 계산이 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요구르트 한 병(65ml) 속에는 ml 당 천만마리 유산균이 있으므로 약 6억 5천만마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위의 막걸리 논문의 최대치를 보면 ml당 1억8천만 마리가 들어있으므로 막걸리 3.6ml만 마셔도 요구르트 1병에 해당하고 막걸리를 한 대접 (360ml) 정도 마시면 요구르트의 100배, 두 통 정도(약 1.8리터) 마신다면 500배에 해당한다는 계산하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논문의 최대치가 곧 막걸리 속의 유산균의 수가 아니고 요구르트도 농후발효유는 65ml 짜리보다 양도 크고 유산균도 10배 이상 많기 때문에 적절한 비교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1. 약.탁주 발효과정 중 미생물 균총의 변화. 서미영 외, 한국식품과학회지, 2005 v.37, no.1, pp.61-66 [본문으로]
2. Identification of Lactic Acid Bacteria Involved in Traditional Korean Rice Wine Fermentation. Food Science and Biotechnology, 2007, v.16, no.6, pp.994-998 [본문으로]
3. Diversity Analysis of Lactic Acid Bacteria in Takju, Korean Rice Wine, Journal of Microbiology and Biotechnology,2008, v.18, no.10, pp.1678-1682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