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해왔듯이 2013년에 읽은 책들을 뒤늦게 정리해봤습니다. 다 세어보니 22권이네요. 사 놓고 못 읽은 책이 그 두 배 정도 되는 것 같고, 읽다가 중간에 멈춘 책도 10권은 되는 것 같습니다.
한 때는 소설만 읽던 시절이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문학 작품을 잘 읽지 않았는데 그래서인지 김애란의 <두근 두근 내 인생>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예전 문학 감성을 다시 일깨워준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잊히지 않는 책입니다. 내용은 사실 좀 쉽지 않았지만 숫자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많은 통찰을 주는 책이었습니다. 또한 음식에 대한 상식이나 문화와 관련 책들(<음식잡학사전>, <차폰, 잔폰, 짬뽕>, <음식, 그 상식을 뒤엎는 역사> 등)도 재미있었구요.
2013년에 가장 기억에 남고 인상적이었던 책 두 권
아무튼 2013년에 읽은 책들에 대한 짤막한 소감이나 흥미로운 구절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블로그에 따로 포스팅한 책들은 책 제목에 링크를 걸어두었으니 그걸 참고해 주세요. 2014년엔 좀 더 많은 책을 읽고 싶습니다...만 연구년 가서 외국에 있으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겠죠.ㅠㅠ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최낙언, 경향미디어) 21세기 대한민국의 식품 담론에 대한 분노의 일갈. 조금만 더 정제하고 절제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 스토리 (션 글래딩, 죠이선교회) 책 한 권 읽고 성경을 다 읽은 것 같은 느낌은 처음이다!
두근 두근 내 인생 (김애란, 창비) 그늘이 없는 젊은 세대 작가의 놀라움!
음식잡학사전 (윤덕노, 북로드) 저자가 기자출신이라서 그런지 짧게 짧게 군더더기 없는 설명이 좋다. 앞으로 어떤 음식이 궁금하면 제일 먼저 찾아보게 될 것 같다.
메사추세츠 한 농장의 하인들이 빵 대신에 먹기싫은 싸구려 음식만 준다고 파업을 했다. 최종타결된 노동계약서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랍스터를 식탁에 올리지 않는다."(18쪽 내용 짧게 재구성)
"미국에서 랍스터는 '가난의 상징'이었다. 주로 가난한 집 어린이나 하인들이 먹는 음식이었고, 죄수들에게는 질리도록 공급됐던 요리였다." <음식잡학사전>(18쪽) 음식의 역사도 정치 역사 못지 않게 파란만장하다는 실례!
사실 빵의 역사는 오랜 기간 동안 계급투쟁의 역사였다. 빵의 색깔과 종류를 놓고 신분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자격이 구분됐다. 프랑스혁명이 일어난 지 4년 후 프랑스의 구제도를 해체한 국민의회는 드디어 '빵의 평등권'을 선포한다.<음식잡학사전>中 재구성
차폰, 잔폰, 짬뽕 (주영하, 사계절): 우리나라 음식 문화의 역사를 알고 싶으면 주영하 선생님의 글을 먼저 읽어야 한다. 한중일 음식 문화에 대한 흥미로운 책이다.
시치미는 이미 17세기 초반에 만들어졌다. 왜 일곱가지 맛의 고추인가? 고추, 후추, 산초, 겨자, 채종, 마 열매, 진피 등 일곱가지 향신료를 말려서 가루를 낸 것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77쪽)
"사시명물 평양냉면, 사랑의 떡 운치의 떡 연백의 인절미, 대구의 자랑 대구의 대구탕반, 천하진미 개성의 편수, 괄세못할 경성 설넝탕, 충청도 명물 진천 메물묵, 진주명물 비빔밥, 전주 명물 탁백이국, 진품 중 진품 신선로" 이 9가지 음식들은 1929년 잡지 <별건곤>의 '진품명품 천하명식팔도명식물예찬'이란 글에서 소개한 유명 음식들. 탕반은 따로국밥, 편수는 만두, 메물묵은 메밀묵밥, 탁백이국은 모주와 함께 먹는 콩나물국밥이란다. 267쪽
로기완을 만났다 (조해진, 창비) : 한 방송국 구성작가인 K가 어떤 잡지에서 본 브뤼셀의 탈북자 L의 삶의 뒤쫓으며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진정한(?) 작가가 되는 과정을 그린 흥미로운 소설
자살은 죄인가요? (김기현, 죠이선교회)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긴 커녕 "자살하면 지옥간다"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현실에서 짧지만 명확하고 유익한 책이다.
제자도 (존 스토트, IVP) 수많은 복음주의 운동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존 스토트의 마지막 책. 그 동안 읽었던 모든 책의 핵심 요약본인 동시에 그의 유언처럼 읽힌다. 엉클 존 할아버지, 감사했습니다!
달려라, 아비 (김애란, 창비) 그런데 식품공학이 나오는 문학작품이라니!!!
인간적이다 (성석제, 하늘연못) 드디어!!! 성석제를 처음 읽었다. 그런데 책을 잘못 고른 듯하다.
예수 없는 예수 교회 (한완상, 김영사) : 변치 않고 존경받을 만한 기독교 원로의 책을 읽는 즐거움!
음식, 그 상식을 뒤엎는 역사 (쓰지하라 야스오, 창해) : 음식의 역사와 상식에 대한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
- 증류주: 증류주의 기원은 일체의 음주를 금하는 이슬람 문화권인 서아시아,
- 버번 위스키 : '버번의 아버지'는 켄터키주 버번 지방의 조지타운에 있는 밥테스트 교회의 일라이저 크레이그 목사,
- 와인: 기독교(천주교) 사제들은 '성스런 예수의 피'인 와인을 연구하는데 몰두
- 맥주: 9세기 초에 칼 대제가 가톨릭 교회를 원조해 서로마 제국을 부흥시키면서 수도원에서 맥주를 만드는 것이 성황을 누리게 되고 농민들로부터 잉여 농산물을 공양받은 수도원은 한 번에 많은 맥주를 제조하는데 가장 적합한 환경을 갖추어 대량 생산에 공헌했다고 한다.
월향본색 (이여영, EW) 우연히 TV 영화프로그램을 보다가 누군가 봤더니 중앙일보 해직기자라는 것에 관심을 가졌고 당시 막걸리 연구소에 코가 끼어서 막걸리 관련 자료 조사를 하다가 독특한 방식으로 사업을 하는데 더 관심을 가졌고, 막말로 그냥 술집을 주식회사로, 직원들을 사원으로 대접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어 블로그를 탐독했던 이여영 기자(사장?)의 책, 월향본색! 월향에 안티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알지만 지금까지 블로그와 SNS를 통해서 본 그의 모습은 다른 어떤 막걸리 업체들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 생각의 단면을 종합해서 볼 수 있었던 책! 우리나라 막걸리 업체들의 시대착오적이고 자아도취적인 모습을 생각하면 이런 회사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아포리아) 뒤늦게 유시민의 <어덯게 살 것인가>를 완독. 엉뚱하게도 김두식 교수님의 책 <욕망해도 괜찮아>에서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오랜 기간 살아온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적 성찰과 더불어 조금 지나치게 과거를 부정하는 듯한 아쉬움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요즘 진화생물학적 성찰이 유행은 유행인 모양...) 유시민의 삶의 궤적 뿐만 아니라 가난으로 얻은 질병 때문에 유럽으로 가서 성공한 카뮈, 선생님을 놀려먹는 글을 쓰다 성공한 스티븐 킹, 자신을 죽여달라고 투쟁했던 라몬 삼페드로, 우리나라 법원이 인정한 존엄사의 첫사례 김옥경 할머니, 권력투쟁으로서의 정치가 내포한 비루함과 야수성을 인내하고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안철수의 이야기가 머리에 남는다.
하버드 의대가 당신의 식탁을 책임진다 (월터 윌렛, 동아일보사) 원제가 "Eat, Drink and Be Healthy"인데 번역된 책 제목은 형편없지만 내용은 알차다. 식품 영양에 관심이 있다면 이런 책을 읽어야 할 듯.
규칙도 두려움도 없이 (이여영, 에디션더블유) : 열정 가득한 20대 여성의 좌충우돌 사회 경험기. 일반화시키기는 어렵지만 누군가의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 (하비 리벤스테인, 지식트리) 음식과 건강에 관한 담론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매우 흥미롭지만 번역이 아쉽다.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 (임종한, 예담) 아이를 팔아 불안을 조장하는 것은 이제 그만 보고 싶다!
비만의 제국 (그렉 크리처, 한스미디어) 비만에 관한 훌륭한 종합 보고서! 과학적 사실과 역사적 사실이 잘 혼합 정리된 보기 드문 책!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게르트 기가렌처 지음, 살림) 중간에 조금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매우 흥미롭고 유익하고 재미있다. 몬티홀 문제나 다른 확률 문제를 이야기해봐도 재밌고, 확실성에 대한 환상이 우리 삶에 만연해 있다는 것과 절대 위험도와 자연 빈도 표기법으로 위험을 이해하고 위험에 대해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책이다.
20세기 초반까지 폐암은 상당히 드문 유형의 암이었는데 폐암이 증가한 것은 시가가 아니라 궐련을 많이 피우기 시작한 때문. 시가를 피웠던 프로이트는 구강암에 걸려 말년 16년 동안 대략 30차례 수술을 받았음. (<숫자에 속아..> 314쪽 내용)
1970년대 멕시코 정부는 새고속도로 노선을 만들거나 차선을 늘리는 대신 기발하고 예산도 거의 들어가지 않는 방법을 시행에 옮겼다. 4차선 고속도로의 차선을 지우고 왕복 6차선으로 다시 설정하는 방법이었다.(<숫자에 속아...> 283쪽) 천잰데???
과학적 수사를 통해 잘못된 평결을 받은 사람들의 무죄를 입증하는 무죄 프로젝트’(Innocent Project)를 설립한 피터 뉴펠드와 배리 쉬크가 OJ 심슨의 변호사였다고...ㅠㅠ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223쪽 내용)
1930년대에는 미국인의 10명중 1명이 매독에 감염되어 있었다. 매독 유행은 결국 끝났다. 하지만 인간의 성행위 습관을 바꿔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싸고 효과적인 약인 페니실린을 발견한 덕이었다. (<숫자에 속아...> 164쪽)
미국의 전립선암 치료방법은 대개 환자가 어떤 전공 분야의 의사에게 내원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비뇨기과 의사의 약 80%가 근치적 수술을 권하지만 방사선 종양 전문의의 90%가 방사선 치료를 권한다. <숫자에 속아...> 141쪽
(영어에)1~12까지의 수에는 각기 특별한 이름이 있는데 이는 예전에 쓰던 12진법의 흔적이다.(중략)12페니는 1실링에 대응하며 12인치는 1피트에 대응하는 것이다.(중략) 반대로 중국에서는 숫자를 항상 10진법으로 표시.<숫자에 속아...> 72쪽
지문의 활용이 과학적 근거를 갖게 된 것은 19세기 영국의 과학자이자 찰스 다윈의 사촌인 프랜시스 골턴 덕분이다.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게르트 기가렌처, 살림 20쪽)
일란성 쌍둥이는 동일한 유전자를 지녔지만 지문은 다르다.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p222, 게르트 기거렌처 지음)
1974년까지 텍사스 주법은 남편이 부인의 간통 현장을 포착한 경우 상대 남성을 살해하는 행위를 허용했다. 실제로 남편이 그 남성을 살해해도 어떤 처벌도 받지 않을 수 있었다.(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p203, 게르트 기거렌처 지음)
개념의료 (박재영, 청년의사) : 우리 의료 문제를 간명하고 쉽게 정리한 책.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도 돋보이고 여러가지 몰랐던 사실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의료 민영화 또는 영리화가 사회적 이슈인 지금 꼭 한 번 읽어볼 책이다.
감칠맛과 MSG 이야기 (최낙언/노중섭, 리북) : MSG에 대한 약간 격정적이면서도 충실한 보고서이자 MSG와 관련된 여러가지 논란을 총정리하는 책! MSG 이야기하려면 일단 이 책을 읽고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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