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새영화 <헤어질 결심> 봤습니다. 영화는 제 생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솔직히 평론가 평들이 너무 좋아서 이번에 빡세게 예술 하셨나 싶었는데, 충분히 대중적이고 예술적인 영화였습니다. 아래는 제가 영화보자마자 생각난 것들을 그냥 순서 없이 적은 것입니다. 이런 기분은 <기생충>을 보고난 다음에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요.^^
당연히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안보신 분들, 아무런 정보를 원치 않는 분들은 이제 물러가십시오.
1. 박찬욱 감독님이 영국에서 드라마 만들면서 다른 언어로 소통하는 것에 대해 여러 생각이 들었던 것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의 익숙치 않은 이질적 느낌이 해석의 풍성함을 주는 느낌.
2. 이건 멜로 드라마입니다. 필름 누아르는 페이크고 아주 고전적 정통 멜로드라마.
3. 박해일이 탕웨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고? 내가 뭘 놓쳤나? 라는 의문이 드신다면 당신은 감독님에게 낚인 겁니다. 하지만 기분 좋은 낚임이죠. 이 영화는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없는 사랑을 다룬 영화니까요.
4. <기생충>과 <헤어질 결심>에 동시에 출연한 배우가 있습니다. 기생충에서 피자집 주인으로 나왔던 정이서 배우님!
5. 음식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특히 초밥! 아이스크림, 핫도그, 그리고 카발란 솔리스트가 나옵니다. (누가 술집 주인 친구 없다고 할까봐!)
6. 드레스 색깔도 중요한 소재인데 아무래도 "흰금검파" 드레스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호필름의 영화답게 드레스 색깔도 모호하고, 범인도 모호하고, 사랑인지 아닌지도 모호하고...ㅎㅎ
7. 영화를 방해하는 것 한가지는 지명과 지역. 지역명이 익숙치 않아서 어디라고 했지, 생각하다가 집중도가 떨어집니다. 부산 바로 옆에 원전이 있는데 저 부부는 왜 주말부부지?, 부산의 저 산이 어디라고? 구소산, 구서산? 미포라고 했나, 이포라고 했나? 부산 옆에는 밀물과 썰물이 없잖아? 원전이 있는 동네에 조수간만의 차가??? 이런 것 고민하면 안됩니다. 부산 빼고 다 없는 지역명이고 가상의 공간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부산 사람(?)으로서 살짝 방해를 받았습니다.ㅎㅎ
8. <브로커>에서 쏟아져 나왔던 유명배우들 보고 놀랐는데 <헤어질 결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게 세계적 감독님들의 힘이겠죠? 아마 제일 놀랄 배우는 유태오 배우님? (고민시 배우님은 못알아봤습니다. 죄송.ㅠㅠ)
9. 영화 속 TV 드라마가 두 편인가 나오는데, 너무 촌티나게 찍으셨습니다. 일부러 그렇게 찍으신 거죠, 감독님??? (GV 였으면 물어보고 싶음)
10. 김신영 배우님의 연기가 저는 좋았습니다. 사실 코믹한 부분이 많은 영화였고 혼자서 실실 많이 웃었는데, 영화의 톤에 딱 맞는 배역이었던 것 같아요.
11. 영화 로케이션 장소가 매우 궁금합니다. 부산의 몇몇 동네는 익숙한데, 산 정상 등반 장면은 컴퓨터 그래픽이겠죠? 밀물이 들어올 때 파도가 저렇게 치지는 않을텐데, 그 바다도 어딘지 궁금하구요.ㅎㅎ
12. 저는 살짝 <원초적 본능>을 뒤집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3. 엉뚱하게 생각난 성경 구절은 "여호와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시127:2)는 구절. 숨을 맞춰 잠을 재워주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정말 해군에서 사용하는 방법이겠죠?
일단은 여기까지. 나머지는 자료를 좀 더 찾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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