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빅토리>에 대해서는 이미 감상을 블로그에 쓴 바가 있습니다. 영화에 대한 제 감상은 일단 아래 글을 참고해주시구요.
빅토리, 우리 인생을 응원하는 영화 (+ 염지영, 박세완)
여기서는 빅토리를 극장에서 세 번 보고 알게된 것들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극장에서 세 번이나 봤냐구요? 그렇습니다. 사실 지난 몇주 개인적으로 좀 힘든 일들이 있었는데 빅토리를 처음 보면서 위로 받고, 두번째 보고 용기를 내고, 세번째는 어느 정도 해결되어 홀가분한 마음으로 봤습니다. 세 번 보니 좀 더 많은 것들이 보여서 그걸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스포일러 만빵이니까 영화를 보시고 읽으시길 권합니다.
(여기서부터 스포일러 주의!!!)
1. 뒤 바뀐 "하지 마라", 그리고 변화의 영화
빅토리에선 필선(이혜리)과 아버지(현봉식)의 식사 장면이 두 번 나오는데요. 특히 두번째 장면이 아주 명장면이죠. 두 배우의 멋진 호흡과 연기 덕분에 아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밥을 꾸역구역 먹으면서 우는 장면)
첫번째 식사 장면에선 필선이가 서울 가고 싶다고 계속 이야기하고, 아빠가 계속 "하지 마라" 라는 말을 다섯 번인가 계속 합니다. 땐서가 되겠다는 딸의 꿈을 아빠가 인정하지 않는 거죠. 그리고 밥을 먹다 자기 방에 들어가 버리죠. (아래 영상) (그리고 필선이 손으로 집어 먹다 놔둔 총각김치를 아빠가 먹습니다.ㅎㅎ)
https://www.youtube.com/shorts/SCzX-U2zQe4
하지만 두 번째 식사장면에서는 아빠가 필선이 태어났을 때와 어렸을 때 좋았던 시절 이야기를 하고, 서울에서 돌아온 필선이 "하지 마라"라고 세 번(?) 이야기를 하죠. 그리고 아빠가 필선이를 응원한다고 말하고 필선이는 밥을 더 먹습니다. 딸의 꿈을 인정하지 않던 아빠가 마음을 바꿨듯이 상황을 전부 바꾼 거죠. 저는 그래서 빅토리를 변화의 영화라고 생각했답니다. 보통 성장 영화라고 하면 어린 친구들이 점점 어른스러워져 가는 영화라는 느낌이지만, 사실 어른이고 아이고 다 변화가 필요하죠. 빅토리는 그런 면에서 아빠도, 선생님도, 축구부 코치도 바뀌는 영화입니다.
2. 짱미나는 MLB 팬인가?
영화 속 가장 흥미로운 역할은 미나반점 K-장녀 장미나(박세완)인데, 첫등장 때부터 야구 모자를 거꾸로 쓰고 나옵니다. 모자를 거꾸로 쓰는 이유는 풀로 붙인 앞머리를 가리기 위해서라는 의견들이 있던데, 흥미로운 건 모두 MLB 팀 모자라는 거죠. 처음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두번째는 LA 다저스, 세번째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입니다. 그래서 뭔가 캘리포니아를 좋아하는 건가 싶었는데, 나중에 뉴욕 양키스 모자도 잠깐 나오더군요. 왜 미나는 MLB 모자만 쓴 걸까요? (잠깐이지만 소희가 카디널스 모자 같은 것을 쓰고 나오기도 합니다.)
3. 모자를 선물하는 미나, 돌아온 모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필선이 거제를 떠날 때 미나가 터미널에 나와서 둘이 앉아 대화하는 장면인데, 거기서 미나가 필선에게 자기 SD 파드레스 모자를 선물로 줍니다. 자기는 모자가 많다면서. 그리고 나중에 필선이 돌아온 후에 다시 그 모자를 미나가 쓰고 나오죠. 물론 미나에게 그 모자가 여러개 있었을지도 모릅니다만.ㅎㅎ
4. 엄마들은 원래 없었다?
<빅토리>는 등장인물이 많은 영화인데, 소녀들의 아빠는 여럿이 나오지만 엄마들은 한 명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세 번째 볼 때는 쿠기 영상을 안보고 엔딩 크레딧을 유심히 봤는데 엔딩 크레딧에는 미나 엄마만 나옵니다 (아래 사진은 트위터에서 그 이후에 발견!). 보통 영화를 찍은 후에 편집이 되었으면 크레딧에는 올라가는데 크레딧에 미나 엄마만 나오는 걸로 봐서는 처음부터 다른 엄마들은 없었다고 봐야겠죠. 그런데 미나 엄마도 영화 속엔 중국집 장면에서의 흐린 뒷배경으로만 아주 잠깐 나오더군요. (또 임신했다고 언급은 됩니다.)
5. 태권소녀의 찐 축구 사랑
빅토리에서 제일 멋진 캐릭터라고 생각하는 태권소녀 염상미 (염지영)는 춤도 춰 본 적 없는데 축구부 응원부인 줄 알고 치어리딩부에 왔고, 나중에 누구를 응원할 거냐는 말에도 축구부를 응원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통영해광고와의 첫번째 축구 경기 장면에도 스탠드에서 응원을 하고 있더군요. 실제로 염지영 배우는 태권도 3단에 축구 선수도 했다고 하던데, 상미도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네요.
6. "김동현의 동생"에서 "세현이 오빠"로
사실 영화에서 조금 이상한 설정이 주전 경쟁 빼앗긴 오빠 따라서 여동생이 거제로 전학을 온다는 설정인데, 아무튼 세현이 (조아람)는 시작부터 계속 "김동현이 동생"으로 불립니다. 하지만 마지막엔 김동현(이찬형)이가 "세현이 오빠"로 불리게 되면서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것을 보여주죠.
7. 점점 자유롭게 치어리딩에서 춤으로!
처음 치어리딩을 할 때는 정통 응원 동작의 춤이 대부분이지만 나중에는 훨씬 더 자유로운 춤으로 바뀝니다. 밀레니엄 걸즈의 두 축이 필선과 세현인데, 그 둘의 화합을 이렇게 춤 동작의 자유로워짐으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밀레니엄 걸즈의 구호 "고개 들고, 가슴 펴고"도 원래는 세현의 대사인데, 나중에 모두 같이 한마음으로 외치죠.
8. 여고생 필선이의 심적 갈등
영화 속 갈등의 가장 큰 축은 필선이의 꿈은 힙합 댄서가 되는 것인데, 현실 때문에 하기 싫은 치어리딩을 해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처음엔 치어리딩이 못마땅했지만, 처음 밀레니엄 걸즈 옷을 입어보고, 살짝 미소를 짓고 머리를 만지다가 이내 짜증을 냅니다. 첫 치어리딩을 할 때도 시큰둥하게 춤을 추다가 사람들이 호응을 하니까 얼굴이 잠깐 밝아지죠. 물론 중간에 사고로 다시 원래로 돌아가구요. 자신이 원하는 꿈과 처한 현실 속에서의 갈등은 서울에 올라가 백댄서로서 기회를 잡음으로써 해결되나 싶지만 필선은 다시 돌아옵니다. 저는 이 미묘한 감정 연기를 이혜리 배우가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 옛날 브랜드의 가방과 옷들
한 번도 산 적은 없지만 남들이 다 들고 다니던 필선이의 이스트팩, 미나의 잔스포츠 백팩, 타미 힐피거 가방. 그리고 노티카, 밴스, 딕키스 같은 옛날(?) 브랜드 옷들이 점점 눈에 들어오더군요. 특히 다들 교복이나 체육복 입었는데 1년 꿇은 언니들만 자유로운 복장이 좀 재미있더군요.
10. 빅토리에 없는 것
청춘 영화의 흔한 클리셰인 여주인공을 두고 두 남자 주인공들의 삼각관계 갈등 장면이 없습니다. 티격태격은 하지만 그냥 귀여운 수준이고 김동현과 잘 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 비중이 더 크고 애정을 주는 대상은 오히려 골키퍼 윤치형 (이정하)이죠. 또한 밀레니엄 걸즈 사이에서 질투 장면, 심지어 아이돌 한 자리를 놓고 백댄서 사이의 대결 구도 등도 없습니다. 여적여 (여자의 적은 여자) 따위의 이야기가 없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이 영화에선 청춘영화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꿈을 이루는 내용이 없습니다. 오히려 꿈을 잠깐 미루고 소중한 사람들을 얻는 내용이죠. 제가 영화에 빠진 이유이기도 하구요. 모두가 네 꿈이 중요해, 네가 제일 중요해, 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우리"를 생각할 수 있는 영화니까요.
이 외에도 할 이야기들이 좀 더 있을 것 같은데, 더 생각나면 뒤에 덧붙이기로 하죠. 혹시 네번째 관람하면 뭔가 더 새로운 것들이 더 보일지 모르겠네요.ㅎㅎ
(사족 하나. 드라마 안보는 사람이라 저는 응답하라 시리즈도 전혀 안봤고, 땐뽀걸스(다큐는 알고 있음), 무빙, 차정숙 등에서 나온 배우들의 역할과 연기를 전혀 몰라서 다른 분들이 갖고 있는 배우와 연기에 대한 선입견이 없었습니다. 이혜리 배우는 <판소리 복서>에서만 봤고 박세완 배우는 <육사오>와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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