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0년째를 맞는 나만의 시상식. 올해는 코로나 덕분에 역대급으로 영화를 많이 본 한 해였습니다. 무려 111편을 봤으니까 말이죠. 여기엔 넷플릭스와 와챠 아이디를 공유해주신 영화인 한 분의 공헌이 있었으니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별로 없다고 해야 할지, 홍수에 식수가 부족하다고 해야할지 아무튼 올해 본 100편이 넘는 영화 중에 특별히 좋았다고 기억나는 작품이 많지 않았습니다. 보자마자 기록한 별점에는 별 4개 반짜리가 하나도 없더군요. 원래 보자마자 기록한 별점이 가끔 부정확하긴 하지만 그만큼 뭔가 임팩트 있는 작품이 없었다고 할까요? 별 4개짜리 영화는 14편이 있었습니다만 대부분 올해 본 영화일 뿐 올해 나온 영화라고 할 수 있는 건 단 두 편 뿐이었습니다.
오히려 2020년이 다른 해와 달랐던 것은 드라마 시리즈를 두 편이나 봤다는 것입니다. 국내 드라마인 <나의 아저씨>와 영국 드라마인 <이어즈 앤 이어즈>입니다. 해외 드라마는 어렸을 때 TV에서 해준 것을 제외하고는 처음 본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2020년에 가장 생각나는 작품은 영화가 아니라 바로 이 <나의 아저씨>였습니다. 나의 아저씨에 대해서는 이미 블로그에 글(나의 아저씨, 무엇이 나를 그토록 아프게 만들었나)을 쓴 적이 있으니까 그걸 참고해 주시기 바라구요.
2020년의 작품 <나의 아저씨>
그래도 어쩔 수 없이 2020년에 본 영화 중에 가장 기억에 남고 여운이 남은 작품을 하나 꼽자면, 무려 20년이나 지난 <화양연화> 리마스터링버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야외상영에서 봤는데, 홍콩영화를 좋아하지 않고 왕가위, 양조위, 장만옥도 뭐 특별한 감흥이 없던 저로서는 매우 희한한 경험이었습니다. 아마 나이가 들어서 그럴 수도 있겠죠. 선을 넘지 않은 것 같지만 마음은 진작에 선을 넘은 사람들. 덕분에 왕가위 감독의 데뷔작인 <열혈남아>와 <아비정전>도 보았는데, 솔직히 그건 좀 별로 였습니다. ^^
재개봉한 화양연화 4K 리마스터링 버전 포스터
이렇게 2020년은 영화를 몰아보는 해였는데, 왕가위 감독의 영화 말고도 몰아서 본 영화가 장률 감독의 도시 3부작이었습니다. <경주>, <군산>, <후쿠오카>. 특히 1년에 한두 번은 가던 후쿠오카 길이 막혀 아쉬운 마음에 세 편을 보았는데, 재미있게 봤네요. 누구는 장률 감독이 홍상수 감독스러워졌다고 하던데, 제 느낌은 좀 달랐습니다. 물론 저는 홍상수 감독 영화를 많이 보진 않았지만요.
장률 감독의 도시 3부작
하지만 2020년에 몰아서 본 영화는 바로 샤를리즈 테론의 영화들이었습니다. 무려 13편을 보았네요. 실은 <밤쉘>을 보고 괜찮아서 SNS에서 호평받던 <올드 가드>를 봤다가 대실망하고, 그거보다는 <아토믹 블론드>가 낫다고 해서 그걸 봤다가, 아예 왓챠와 넷플릭스에 있는 대부분의 작품을 다 봤네요. 보고 나니 정말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고 팬이 되었습니다.
2020년도에 본 샤를리즈 테론의 영화들 13편
하지만 안타깝게도 올해는 여성 배우들의 활약이 매우 두드러져서 샤를리즈 테론이 제게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는 아니었습니다. 아마 가장 어려웠던 것이 올해의 여배우를 뽑는 것이었는데, <트루스>의 케이트 블란쳇, <미스 슬로운>의 제시카 차스테인, <스틸 앨리스>의 줄리안 무어, <주디>의 르네 젤위거, <케빈에 대하여>의 틸다 스윈튼, <윤희에게> 김희애,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강말금 등등 너무 훌륭한 배우들이 많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에게 최고는 역시 <화양연화>의 장만옥이었네요.
영화를 많이 보다보니 안좋았던 영화도 많은 해였는데, 특히 제가 제일 화났던 영화는 <천문>이었습니다. 허진호 감독에 최민식, 한석규를 가지고 이 정도라면 좀 너무 실망스러웠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정말 보면서 욕했던 영화는 <가장 보통의 연애>. 술 먹고 꼬장 부리는 것을 너무나 참지 못하는 저의 취향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영화에선 계속 술 먹고 싸우고...ㅠㅠ
서설이 너무 길었고, 아래는 제가 뽑은 올해의 선정작들입니다. 아시다시피 제가 제 맘대로 고를 것이니까 동의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2020 Best 5 movies
이어즈 앤 이어즈 (6부작) ★★★ 작가들이여, 생물학을 배웁시다!
제발 2021년에는 영화를 좀 덜 보더라도 코로나가 물러가고 우리의 일상을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래는 과거의 나만의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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